올해 외국인 타자 농사도 흉작이 될까?
16일 기준 리그에서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 스탯티즈 기준) 순위 TOP10에 이름을 올린 외인 타자는 1위 삼성 호세 피렐라(2.71), 9위 KIA 소크라테스 브리토(1.60) 단 2명이다. 범위를 30명으로 늘리면 11위 한화 마이크 터크먼(1.55)과 25위 NC 닉 마티니(1.10)까지 2명이 더 늘어 총 4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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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움이 야심차게 영입한 야시엘 푸이그는 충격적인 부진에 빠졌다. 사진=김영구 기자 |
역대급 투고타저 시즌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을 고려해도 그렇다. 공동 순위가 많은 홈런을 제외하면 타격 지표에서 삼성 피렐라 외 타자가 크게 눈에 띄지 않는 것도 사실. WAR 30위 내에 이름을 올린 선수들 가운데서도 피렐라를 빼면 팀 타선의 리더라고 할만한 선수 역시 없다.
불과 2~3년 전 까지만 하더라도 KBO리그 타격 지표 수위권은 외국인 타자들이 지배했다. 특히 2019년은 WAR 타격 부문을 기준으로 샌즈(키움, 4위 6.21), 로하스(kt, 6위 5.47), 페르난데스(두산, 7위 5.15), 러프(삼성, 13위 4.19), 로맥(SK 16위 4.06), 호잉(한화, 23위 3.50), 터커(KIA, 28위 3.21) 등 다수의 외인 타자들이 활약했다. 10개 구단 가운데 7명의 타자들이 제 역할을 충분히 한 셈이고 샌즈-로하스-페르난데스는 타격 부문 최상위권에 올라 팀 타선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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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 역대 최고의 외국인 타자로 꼽히는 로하스는 2021시즌을 앞두고 일본 프로야구로 떠났다. 사진=김영구 기자 |
외인타자들의 본격적인 약세는 지난해부터 나타났다. 기존 얼굴들이 다수 떠나자 지난해 리그 OPS 부문 TOP10에 이름을 올린 외인 타자는 알테어(0.872) 1명에 그쳤다. 30위 까지 범위를 넓혀도 13위 피렐라(0.855)와 19위 페르난데스(0.833) 밖에 없었다. 대신 그 자리는 내국인 타자들이 채웠다.
수년 간 KBO리그에서 활약한 타자들이 일본으로 이적하거나, 다시 메이저리그로 돌아가는 일이 반복되면서 선수층 자체가 얇아진 모습이다. 거기다 올해 새롭게 합류한 외국인 타자들 역시 S존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소크라테스나 마티니처럼 시즌 초반 부진을 털어내고 반등 궤도에 접어든 타자들도 있지만, 자칫하면 적응하지 못한채로 쓸쓸히 귀국 짐을 쌀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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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오 루이즈는 LG 외국인 타자 잔혹사에 이름을 올릴 분위기다. 사진=천정환 기자 |
타 구단 사정도 비슷하다. 퇴출을 걱정해야 할 처지의 선수가 수두룩하다. 하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팀에 남아 있을 뿐이다.
우선 LG의 리오 루이즈는 타율 0.171/ OPS 0.546 그친 이후 퓨처스에 내려가서도 타율 0.172로 좀처럼 반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성적만 놓고보면 외국인 타자 교체 1순위 후보다.
키움은 첫 해 외인 최고 몸값인 100만 달러를 주고 데려온 야시엘 푸이그가 타율 0.210/ 4홈런 / 12타점/ OPS 0.630에 그치고 있다. 타율은 규정 타석을 채운 타자 가운데 7번째로 낮고 OPS는 리그에서 14번째, 외국인 타자 중에선 가장 낮다.
롯데의 DJ 피터스도 타율 0.211/ OPS 0.657로 무색무취다. 올해 롯데 타선이 폭발 중인 가운데 외인타자가 홀로 엇박자를 내고 있으니 부진이 더욱 두드러진다.
kt 헨리 라모스도 18경기서 타율 0.250 3홈런 11타점을 기록한 이후 발가락 골절로 이탈해 있다. 아직 복귀 시기도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디펜딩챔프 kt는 8위까지 처져 외인타자 공백을 절감 중이다. kt는 우선 라모스의 회복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이지만 일정이 길어지고, 대체자가 생긴다면 교체가 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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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년의 안타왕 호세 페르난데스는 노쇠화가 역력하다. 사진=김재현 기자 |
야구단의 프런트들과 현장의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입을 모아 "외국인들에겐 적응의 시간이 필
어떤 구단도 거액이 필요한 외인들에게 허투루 돈을 쓰겠다고 마음먹지 않는다. 기대하는 바 역시 분명하다. 전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 외인들을 마냥 끌어안고 있는 것도 무능력이나 무책임이 될 수 있다. 기다림의 시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김원익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