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KBO리그를 거쳐 간 은퇴 선수들보다 훌륭하지는 않지만 그 누구보다 행복하게 은퇴합니다.”
‘무한준’, ‘수원의 아들’ 등 수많은 닉네임을 남긴 성실함의 대명사 kt 위즈 유한준(41)이 14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팬들에게 선수로서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kt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전 두 딸 장녀 하진 양과 차녀 하은 양이 시구 및 시타에 나서자 유한준은 직접 시포자로서 등장했다. 또 경기 중간중간마다 특별 영상을 통해 팬들에게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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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 유한준(41)이 14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진행된 은퇴식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수원)=천정환 기자 |
유한준은 은퇴사를 낭독하기 전 가족들에게 꽃다발, 팬클럽 ‘한준단’이 준비한 기념 동판을 선물 받았다. kt가 특별히 준비한 영상도 함께했다. 이 영상에는 유한준의 출신고 유신고의 이성열 감독과 이강철 kt 감독, 그리고 kt 선수들은 물론 유니콘스 시절 함께한 래리 서튼 롯데 자이언츠 감독과 오주원 키움 전력분석원 등 한솥밥을 먹었던 이들이 등장해 성공적인 은퇴를 바라는 격려사를 전했다.
은퇴사 차례가 됐다. 경기 전에 진행된 공식 은퇴 기자회견에서 “모든 사람들이 무조건 울 거라고 하더라(웃음). 사실 일주일 전에 사전 인터뷰를 했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은퇴 발표 후 6개월이 지나서 크게 감흥 없을 줄 알았는데 느낌이 이상하더라. 아쉬움의 눈물이 아니라 기쁨, 그리고 후련함의 눈물이었다”고 말한 유한준. 그는 은퇴사를 낭독하기 위해 무대에 서자마자 울컥한 듯 잠시 말을 잃었다. 평소 감정표현이 적은 것으로 알려진 선수 시절과 달리 유한준도 선수로서의 마지막 무대에선 감정 조절이 힘들었던 모습이었다.
유한준은 “은퇴식에 참여해준 모든 kt 팬분들에게 감사하다. 나를 잊지 않고 찾아준 유니콘스, 히어로즈 팬분들에게도 감사하다. 멀리서나마 축하해준 모든 야구 팬분들, 그리고 이런 영광스러운 자리를 만들어준 kt 프런트 관계자들에게도 감사 인사드리고 싶다”고 말하며 모자를 벗고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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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 유한준(41)이 14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진행된 은퇴식에서 딸과 포옹하고 있다. 사진(수원)=천정환 기자 |
이어 “난 그동안 KBO리그를 거쳐 간 은퇴선수들보다 훌륭하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어느 선수보다 가장 행복하게 은퇴를 맞이한다”고 말한 뒤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겨우 눈물을 멈추고 다시 은퇴사를 이어간 유한준은 “나는 정말 행복하게 은퇴하는 선수다. 은퇴 전 마지막 경기가 여러분과 함께한 한국시리즈 우승 경기였다. 많은 팬에게 축하가 허락됐다. 여러분이 있었기에 이렇게 영광스럽고 행복한 자리가 허락됐다. 진심으로 감사하다. 나의 야구인생을 함께해주고 또 동행해 준 모든 팬에게 감사하다. 여러분에게 받은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더 나은 사람이 되어 다시 설 것을 약속한다. 마지막으로 나를 위해 모든 것을 헌신한 부모님, 장인, 장모님, 그리고 운동하는 동생에게 모든 걸 양보한 우리 누나와 가족들…. 항상 큰힘이 되어준 아내와 두 딸에게 고생했고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여러분 정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다시 한 번 모자를 벗고 인사했다.
모두가 함께 울었던 유한준의 은퇴사는 이렇게 마무리됐다. 이후 은퇴 세레모니가 이어졌다. 홈플레이트에서 1루까지는 kt 선수들이 있었고 1루부터 2루는 유한준의 후배 유신고 야구부, 2루부터 3루는 ‘한준단’, 그리고 3루부터 다시 홈플레이트까지는 유한준의 백넘버 61번을 기념해 선정된 61명의 팬들이 함께했다. 마지막으로 홈플레이트에는 가족들이 대기, 모두에게 축하받고 돌아오는 유한준을 뜨겁게 안아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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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 유한준(41)이 14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진행된 은퇴식에서 선수들과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수원)=천정환 기자 |
한편 2004년 현대에 입단하여 2021년 kt까지 무려 18시즌을 소화한 유한준은 통산 1650경기 출전, 타율 0.302 2355루타 1606안타 151홈런 717득점 883타점 35도루를 KBO 역사에 남겼다. 2015시즌 골든글러
유한준은 현재 전력분석팀에서 또 다른 눈으로 야구를 배우고 있다. 선수로서의 야구는 끝났지만 또 다른 길의 야구는 이제 시작이다.
[수원=민준구 MK스포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