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율 보다 장타율이 더 문제다. 타율은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장타를 만드는 파괴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젠 그 파괴력 마저 무너지고 있다.
두산 4번 타자 김재환(34) 이야기다.
김재환은 13일 현재 타율 0.188을 기록 중이다. 2할대 타율도 버텨내지 못하고 결국 1할대까지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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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환이 경기에서 패한 뒤 씁쓸한 표정으로 덕아웃을 향하고 있다. 사진=천정환 기자 |
김재환은 컨디션 난조 속에서도 5개의 홈런을 치며 나름의 파워를 유지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 부터인지 장타 생산 능력에 한계를 보이기 시작했다.
4할 대 장타율은 거포로서 마지막 자존심이었지만 그마저도 지켜내지 못했다.
사실상 팀 내에서 유일하게 홈런을 많이 칠 수 있는 타자가 김재환이다. 그만큼 두산은 김재환에게 기대는 바가 크다.
하지만 김재환의 한 방이 터져 나오지 않으니 매 경기가 어렵게 펼쳐질 수 밖에 없다.
투수들도 과부하가 걸릴 위험성이 높다. 점수차가 많이 나는 경기가 많지 않다보니 불펜 소모도 많아질 수 밖에 없다. 안 그래도 불펜이 강한 편이 아닌 두산 입장에선 야구를 풀어가기가 대단히 어렵다.
두산의 올 시즌 득점은 144점으로 전체 6위에 머물러 있다. 홈런은 13개로 단연 꼴찌다.
크게 한 방을 쳐서 분위기를 바꾸는 힘이 떨어지다보니 선수단 전체가 계속 긴장 모드일 수 밖에 없다. 두산이 시즌 초반을 잘 버티고 있지만 중반 이후 체력 싸움에서 밀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재환의 부활이 절실할 수 밖에 없다. 팀의 장거리포 싸움을 앞장서서 이끌어 줘야 할 선수가 바로 김재환이다. 그 외에는 대안을 찾기가 어렵다.
또 한 명의 홈런 타자인 양석환이 돌아오기 전까지는 김재환이 어떻게든 버텨줘야 한다.
하지만 지금 성적으로는 팀에 도움이 된다고 말하기 어렵다. 최근 10경기에서 나온 안타는 고작 3개. 모두 단타였다. '잠실 거포'라는 별명을 쓰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스트라이크 존이 넓어지고 공인구 반발력도 떨어졌다. 김재환에게는 변명 거리가 될 수는 있다.
하지만 같은 잠실을 쓰는 LG의 김현수가 김재환 보다 2개를 더 쳤고 장타율도 0.548로 수준급이라는 점과 비교해 보면 변명을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부진하다는 기사를 쓴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또 언급하게 되는 것은 낙폭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2할 타율과 4할 장타율이 모두 붕괴되는 상황에서 김재환의 부진은 언급하지 않을 수 없었다.
김재환에게 너무 많은 짐이 지워졌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홀로 너무 많은 것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결국 김재환이 이겨내는 수 밖에 없다. 그 몫을 해달라고 두산은 115억 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한 것이다. 모든 책임을 질 수는 없지만 슬럼프
고독한 싸움을 펼치고 있는 김재환이다. 그가 '잠실 거포'의 명성에 걸맞는 활약으로 팀 타선에 힘을 실어줄 수 있을까. 현재로선 아까운 시간만 자꾸 흘러가고 있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