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21시즌 플레이오프 및 챔피언결정전을 10전 전승으로 우승했던 김승기 감독. 2년 재계약을 맺은 그와 1년 전 어느 날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감독님, 왜 2년 계약만 하셨습니까?”라는 필자의 질문에 김 감독은 “2년 안에 다시 우승할 겁니다”라며 애써 웃음만 지었다.
이해되지 않는 계약이었다. KBL 출범 이후 6강 플레이오프부터 4강, 그리고 챔피언결정전까지 전승으로 우승한 감독은 없었다. 물론 제러드 설린저라는 걸출한 외국선수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결과라고 하면 할 말은 없다. 그러나 당시만 하더라도 많은 부상 이력, 인성에 대한 물음표 등 의구심만 가득했던 설린저였다. 이미 다른 구단은 설린저를 영입할 수 있었음에도 포기한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김 감독은 희망을 봤고 그와 함께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KBL 역사상 단 1번도 없었던 대업을 이뤘지만 돌아온 건 2년 재계약. 지금에서야 밝힐 수 있지만 실상은 1+1 계약이었다. 그런데도 김 감독은 웃었다. 1년 준비하고 남은 1년에 승부를 보겠다는 것이 그의 의지였다. 김 감독의 계획은 디테일했다. 박지훈이 상무에서 돌아오니 앞선 공백을 채울 수 있었다. 안양 KGC에 맞는 외국선수 스타일을 확실히 파악했다. 전성현이 더 잘할 것을 확신했고 오세근이 건강만 유지하면 2년 안에 승부를 볼 수 있을 것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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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기 감독은 13일 오후, 8년간 함께한 KGC와 결별했다. 사진=김영구 기자 |
김 감독은 KBL 2010년대 최고의 감독이다. ‘쓰리핏(3-peat)’를 이룬 유재학 현대모비스 감독과 함께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럴 수밖에 없다. KGC 부임 후 리툴링이 불가피했던 2018-19시즌을 제외하면 모두 봄 농구를 경험했다. 2016-17시즌 통합우승, 2020-21시즌 플레이오프 우승을 이끈 지도자다. 농구대잔치 세대 감독들이 줄줄이 실패를 맛보고 코트를 떠날 때 김 감독은 벤치를 지켰다.
그러나 대우가 아쉬웠다. KGC는 농구단에 큰돈을 쓰는 팀이 아니다. 물론 자생력이 거의 없어 모기업 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프로농구판이기에 투자에 인색한 것을 무작정 비판할 수는 없다. 다만 다른 구단에 비해 비교적 소극적이었던 건 사실이다. 2020-21시즌 플레이오프 우승 후 김 감독과 1+1 재계약을 맺은 것도 대우가 소홀했다.
2021-22시즌 플레이오프가 시작하기도 전에 소문이 돌았다. 김 감독이 오리온을 인수할 새 구단의 감독이 될 것이란 것. 허재 전 국가대표 감독이 농구단 사장으로 갈 것이며 그와 함께 손을 맞잡는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소문이 곧 사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게 스포츠판이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날까.
결국 KGC와 마지막 협상을 한 김 감독이지만 결과는 계약해지였다. 김 감독은 새 구단의 초대 감독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아직 공식적으로 밝혀진 부분은 아니지만 세간의 평가가 그렇다. 손규완, 손창환 코치 등 ‘김승기 사단’으로 불리는 코칭스태프가 함께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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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기 감독이 지난해 5월9일 플레이오프 우승한 후 선수들에게 헹가래 받고 있다. 사진=김재현 기자 |
김 감독은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그리고 KGC는 새 감독과 코치 등 코칭스태프 구성이라는 숙제를 얻었다. 반드시 ‘윈 나우’ 시즌을 보내야 하는 입장에서 새 감독은 큰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 선택이 미래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다만 현시점에서 확실한 건 KGC는 구단 황금기를 이끈 명장을 놓쳤다는 것이다.
[민준구 MK스포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