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한 마음이었죠. 팀에 뭔가를 불어넣고 싶었어요.”
40세 최고참 타자가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몸을 던졌다. 이유는 한 가지. 부진을 씻고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바람 때문. KIA 타이거즈의 최형우(38)가 4타점 맹타 만큼 빛났던 베이스러닝을 한 까닭이다.
최형우는 1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2022 프로야구 정규시즌 3번째 경기 5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5타수 2안타 1득점 4타점 맹타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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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잠실 서울)=김재현 기자 |
경기 종료 후 만난 최형우는 “팀에 도움이 된 것 같아서 뿌듯하다”라며 “타점 올리는 상황이 그리웠다. 지금도 너무...”라며 복잡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기쁜 동시에 길었던 부진이 아쉬운 마음이 동시에 읽히는 얼굴이었다.
타격 슬럼프가 길어지고 있다. 이날 활약이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을까. 최형우는 냉정했다.
“타격 타이밍을 되찾는데까지 오래 걸릴 것 같다. 지금 완벽한 상태가 아니다. 문제가 많다. 찾고 있는데도 그게 잘 안된다. 외부에서 보면 금방 찾을 것 같다고 생각할 수 도 있겠지만 쉽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야구가 참 힘든 것 같다.” 최형우는 슬럼프를 벗어나기 위해선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봤다.
이날 맹타만큼 빛났던 순간이 있다. 3회 1사 만루 상황 최형우는 임찬규를 상대로 2루타를 치고 전력 질주했다. 거기다 LG 이재원의 송구실책까지 나오면서 3루-2루는 물론 1루에 있었던 박동원까지 홈을 밟았다. 그 사이 2루를 밟았던 최형우는 3루까지 진루했다.
이어진 상황, 바뀐 투수 최동환을 상대로 나온 황대인의 좌익수 희생플라이 때 최형우는 헤드퍼스트슬라이딩으로 홈까지 파고 들어 득점을 추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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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잠실 서울)=김재현 기자 |
최형우의 득점 이후 실제 KIA 더그아웃은 마치 잔치 분위기처럼 더 살아났다. 이런 베테랑의 모습에 선수들도 환호하며 ‘투지’를 반기기도 했다.
최형우는 “팀이 5할 이상의 승률을 기록 중인데 중간에 무너질 위기도 있었지만 잘 극복했다. 우리 팀 선수들은 지금 완벽한 경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선수들을 두루 칭찬했다.
완벽한 조연을 자처한다. ‘하위타순이라도 좋다’는 시즌 초반의 각오는 여전하다. 최형우는 “지금 (황)대인이나 (김)석환이나 (나)성범이가 중심에서 잘해주면 내가 잘하든 못하든 뒤에서 받쳐주겠다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최형우의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또 볼 수 있을까. 최형
팬들도 아마 최형우가 홈으로 몸을 던지는 장면보다, 홈런과 타점을 올리고 유유히 배트를 던지는 장면을 더 보고 싶을 것 같다. 그리고 최형우의 고민이 끝난다면 그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지 않을까.
[잠실(서울)=김원익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