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태연(25)은 올 시즌 기대를 많이 받았던 선수다. 기대라기 보다는 성공에 대한 확신을 갖게 한 선수였다.
지난 해 군 복무를 마치자 마자 1군에 복귀해 53경기를 뛰며 타율 0.301 3홈런 34타점을 기록했다. 출루율이 0.418이다 됐고 장타율도 0.420을 기록했다.
원래 3루수였지만 외야수로서도 성공적으로 변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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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연이 외야에서 수비를 하고 있다. 사진=김재현 기자 |
자연스럽게 올 시즌에도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지난 해의 경험이 그의 성장에 큰 자양분이 될 수 있다고 여겼다.
외국인 타자(터크먼) 한 자리와 김태연이 지킬 외야수 자리는 확실한 카드가 될 것으로 예상 됐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김태연의 성적은 곤두박질 치고 말았다.
타율인 0.181에 불과했고 홈런은 1개를 치는데 그쳤다. 타점도 14개에 불과했다. 4할을 넘던 출루율도 0.261까지 내려갔다. 최악의 부진이었다.
그 과정에서 수도 없이 포지션이 바뀌었다. 좌익수와 우익수를 오갔고 2루수와 3루수로도 기용됐다.
어찌된 일인지 수베로 한화 감독은 김태연의 포지션을 못 박지 않았다.
멀티 포지션을 중시하는 감독이고 한화 전력이 약해 여기 저기 구멍이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선수의 발전을 위해선 한 자리에 확실하게 믿고 기용하는 방법이 필요해 보였다.
특히 외야수가 낯선 김태연이다. 외야수로 꾸준히 한 자리에 기용하며 자리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도와야 했다.
하지만 수베로 감독의 선택은 멀티 포지션이었다. 김태연의 타격 성적이 크게 떨어진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됐다.
수베로 감독은 시즌 중 김태연에게 질문을 한 적이 있다. "멀티 포지션이 공격력에 지장을 주는가?"라고 물었다. 김태연의 대답은 "아니오"였다.
하지만 한국 선수들 중 그런 상황에서 "멀티 포지션이 부담이 된다"고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선수는 몇 되지 않는다.
자기 표현에 소극적인 한국 선수 특성상 김태연도 자신의 속마음을 100% 드러내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외국인 선수나 자기 자리가 확실한 선수들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김태연은 이제 풀 타임이 첫 해인 선수였다. 어디든 시키면 나가야 하는 입장이었다. 그가 받아들인다는 멀티 포지션은 누가 봐도 그에게 부담이 되는 선택이었다.
수베로 감독은 김태연이 멀티 포지션에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고 곧이 곧대로 받아들였다. 그가 2군으로 내려가기 전까지 여러 포지션을 옮겨 다녀야 했다.
결국 1군 엔트리서 제외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수베로 감독이 잊어선 안 될 것이 있다. 한국 선수들의 "NO"는 때론 "YES"를 의미한다는 점이다.
누가 봐도 김태연의 실패는 지나친 포지션 변경이 한 이유가 됐다
김태연이 다시 1군으로 올라왔을 땐 보다 안정적인 수비 위치 배정이 되길 바란다. 그래야 지난 해 보여준 김태연의 활약이 반짝 활약이 아니었음을 증명할 기회가 주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