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어떻게 구속이 더 빨라지냐. 너 언제까지 잘하려고?”
한화 이글스 우완투수 장시환(34)은 요즘 타 팀으로부터 이런 원성(?)이 담긴 말을 듣는다.
그럴 만도 하다. 장시환 역시 올해 많은 베테랑 부활 ‘회춘 모드’의 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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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김영구 기자 |
물론 과거엔 ‘파이어볼러’로 명성이 자자했다. 그러나 최근엔 임팩트가 약했던 게 사실. 하지만 장시환은 올해 30대 중반 나이에 다시 강속구를 찾았다. 2022년 포심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146.8km로 지난해 143.9km보다 무려 2.9km가 늘었다(스탯티즈 기준). 타자들에게 느끼는 체감 차이가 상당할 속도 변화다.
장시환은 “선발투수로 뛰면서 ‘힘을 줘야 하는 순간’에 대해 느낌을 알게 됐다. 그런 게 구속 향상에 도움이 된 것 같다”면서 “또 많은 공을 던지는 게 아니고 1이닝만 하면 되니까, 완급조절을 할 필요가 없는 것도 있다”고 구속 향상의 비밀(?)을 공개했다.
각각 롯데와 한화 소속 풀타임 선발로 뛰었던 2019년(145.9km)과 2020년(143.6km)보다 더 빠른 속도. 또한 2015년 kt에서 47경기에 등판해 7승 5패 12세이브 평균자책 3.98로 커리어 최고 시즌을 보냈던 20대 시절 평균 구속 147.6km와 큰 차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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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김영구 기자 |
장시환은 “지난해는 부상으로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채로 시즌을 준비했고, 올해는 좋은 컨디션에서 충실한 스프링캠프를 보냈다. 그 차이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동시에 올해 ‘구원투수’로 자신의 역할을 확실히 못 박고 충실한 루틴을 따르고 있는 것도 2022시즌 장시환의 선전 비결이다.
장시환의 투구 패턴도 큰 변화가 눈에 띈다. 지난해 장시환은 포심패스트볼을 55.5%, 슬라이더를 20.2%, 커브를 16.6%, 스플리터를 7.7%를 던지며 다양한 구종을 활용했다. 매 시즌 차이는 있지만 늘 슬라이더를 변화구 가운데 주 무기로 활용했고, 그 비율은 과거가 더 높았다.
하지만 올해는 포심 64.9%, 커브 28.7%, 슬라이더 6.0%, 스플리터 0.4%로 레퍼토리가 확 바뀌었다. 장시환은 “오래전부터 줄곧 슬라이더를 나의 주 무기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전력 분석팀 통계를 보니 슬라이더가 결과가 좋지 않고 오히려 커브의 상대 성적이 좋더라. 그래서 올해부터는 단순하게 포심과 커브 2개를 가져가고 슬라이더를 섞고 있다”고 했다.
실제 장시환은 올해 초구부터 커브를 21.9% 활용하고, 2S 이후 결정구로도 36.5% 던지며 적극적으로 쓰고 있다.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가는 것에도, 범타를 유도하고 삼진을 잡는 것에도 커브가 위력적으로 쓰이고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 조합은 포심패스트볼을 거의 65%에 근접할 정도로 두려움 없이 뿌리고 있는 것이 기본 전제다. 포심이 살아나면서 커브까지 더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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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김재현 기자 |
장시환은 “이지풍 코치님 조언이 컸다. 마운드에서 타자를 두려워하지 말고 ‘더 단순하게, 단조롭게 승부하라’는 이야기를 계속해주셨다”라며 “선수들 역시 오랜 기간 야구를 해왔던 자신의 방식이 있기 때문에 코치들의 조언을 무조건 따르진 않는다. 내가 받아들일 준비가 됐을 때, 코치님의 조언대로 해보면서 점차 자신감과 확신을 갖게 된 것 같다”고 했다.
어찌 보면 쉬운 이야기일 수 있지만 항상 그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했던 지난날을 돌이켜보는 계기이기도 했다. 장시환은
이젠 개인의 영예보다는 팀의 영광만을 생각한다. 장시환은 “(정)우람이 형도 부상에서 돌아온 만큼 올해는 불펜에서 좋은 역할을 하면서 한화가 다시 올라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잠실(서울)=김원익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