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2번 타자는 최재훈(33)의 몫이다.
드러난 성적은 2번에 어울리지 않는다. 타율이 0.221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극심한 투고타저 시즌임을 감안해도 2번 타자 치고는 너무 낮은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포수로서 체력적인 문제도 있기 때문에 포수에게 2번 타자는 기피 대상이다. 발도 빠르지 않다. 여러가지로 최재훈은 2번에 어울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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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재훈은 발은 느리지만 높은 출루율로 테이블세터 몫을 잘 해내고 있다. 사진=천정환 기자 |
최재훈은 10일 현재 출루율 0.367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3경기서 1출루에 그치며 출루율이 많이 떨어졌다. 그 전에는 0.380대 출루율을 기록하고 있었다.
놀라운 것은 순 출루율이다. 최재훈의 순 출루율(출루율-타율)은 무려 0.146이나 된다.
지난 해 출루왕에 오른 홍창기의 순 출루율이 0.131이었다. 최재훈이 얼마나 높은 순 출루율을 기록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수베로 감독이 그를 꾸준히 2번으로 기용하고 있는 이유다.
수베로 감독은 "최재훈은 투수의 투구 수를 늘리며 출루를 할 수 있는 타자다. 출루율 3할대 초반의 발 빠른 타자를 1번에 내세우는 것보다, 출루에 능한 선수를 앞에 세우고 후속 타자의 도움을 기대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고 최재훈 2번 기용의 이유를 설명한 바 있다.
최재훈 또한 8번 등 하위 타순에 배치되는 것 보다 2번 타자로 나서 보다 많은 출루 기회를 얻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
현재 한화의 팀 구성상 5번 이하로 타순이 내려가면 득점을 내기 대단히 어렵다. 좋은 타자들을 그만큼 많이 확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위 타선에서 어떻게든 승부를 봐야 하는 상황이다. 타율 보다 훨씬 높은 출루율을 기록하고 있는 최재훈을 2번에 기용하고 있는 이유다.
최재훈이 한 번이라도 더 나가 중심 타선에 찬스를 만들어 줄 수 있다면 한화 입장에선 큰 힘이 된다.
특히 올 시즌엔 톱 타자로 많이 나섰던 정은원이 극심한 부진에 빠져 있다.
타율이 0.225에 그치고 있고 장기였던 출루율이 0.305까지 떨어졌다. 정은원의 눈 야구는 넓어진 스트라이크 존과 함께 크게 흔들려 버리고 말았다.
최재훈의 존재감이 더욱 도드라지는 이유다. 정은원이 나가지 못하는 몫까지 그가 해결을 해 줘야 한다. 최재훈마저 없으면 한화는 테이블세터부터 무너지는 타선을 갖게 된다.
높은 순 출루율을 갖고 있는 최재훈은 테이블 세터로 만점 활약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타율은 낮지만
포수로서 체력 부담이 클 수 밖에 없지만 더 이상의 카드를 찾지 못하고 있는 한화다. 포수가 2번 타자를 치는 생소한 장면을 우리는 한 참 더 오래도록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