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노력했습니다. 97, 8점은 주고 싶어요”
서울 SK는 10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1-22 KGC인삼공사 정관장 프로농구 안양 KGC와의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86-62로 승리, 창단 첫 통합우승을 해냈다. 시즌 전 ‘초보’ 평가를 받았던 전희철 감독은 ‘코트 위의 여우’ 김승기 감독을 이겨내고 당당히 정상에 섰다.
전희철 감독은 통합우승 후 선수들과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뒤 진행된 공식 인터뷰에서도 그 흔적은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전 감독은 “울지 않으려고 했는데 이상하게 눈물이 나온다”며 “선수, 코치 때 모두 우승했고 그때도 많이 울었는데…. 감독으로서 첫 우승을 해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나더라. 고생했을 때가 가장 많이 떠올랐다. 눈물이 많은 편이 아닌데 50대가 되니 이상해진다(웃음). 마음이 약해졌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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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 전희철 감독이 10일 KBL 챔프전에서 KGC를 꺾고 우승한 뒤 오재현과 자축하고 있다. 사진=KBL 제공 |
전 감독은 “전반 끝나고 나서 곧바로 미팅을 하지 않았다. 선수들이 이기는 방법을 알고 있으니까 서로 대화하면서 잘 만들어보기를 원했다. 시간이 조금 남았을 때 들어갔다. 감독으로서 더 이야기할 건 없었지만 3차전 때처럼 무기력한 패배는 다시 없었으면 했다”며 “후반 시작하자마자 선수들이 달리더라. 선수들이 어떻게 해야 이길 수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던 것이다. 역시 반전을 일으킬 줄 아는 선수들이라고 생각했다”고 되돌아봤다.
인터뷰 도중 SK 선수들의 샴페인 세례에 온몸이 젖은 전 감독. 마지막으로는 자밀 워니가 건넨 샴페인을 마신 뒤 뜨겁게 포옹하며 통합우승을 자축했다.
젖은 옷 때문에 잠시 일어서 있던 전 감독은 솔직한 심정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는 “체중이 많이 빠졌다. 그만큼 스트레스가 심했다. SK에 대해 이야기가 나오면 보통 선수들이 아닌 내가 중심이 되더라. 시즌 전에도 (최)준용이, 워니, 그리고 내가 SK의 물음표라고 한 기억이 있다. 그걸 이번 우승을 통해 조금은 지운 것 같다”며 “‘초보’ 감독이기 때문에 내게 많은 관심이 쏠린 건 사실이다. 그래서 스트레스가 많았지만 계획했던 대로 잘 풀렸고 또 우승해서 기쁘다. 운이 많이 따랐다”고 말했다.
감독 데뷔 첫 시즌에 통합우승, 그리고 선수와 코치, 감독으로서 우승을 차지한 2번째 사례 등 전 감독은 KBL 새 역사를 수차례 썼다. 그런 그는 본인에 대해 어떻게 평가했을까.
전 감독은 “스스로 평가하는 건 조금 어려운 일이다. 대신 정말 많이 노력했다는 건 말하고 싶다. 하나에 몰두하면 그것만 생각하는 성격이다. 한 번은 책 100권을 몰아서 본 적도 있다. 지금은 농구가 유일하다. 내게 얼마나 좋은 능력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노력
[잠실(서울)=민준구 MK스포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