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현(31)이 지쳤다. 벼랑 끝에 몰린 안양 KGC에 이보다 더 안 좋은 소식은 없다.
KGC는 지난 2일부터 열린 2021-22 KGC인삼공사 정관장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에서 서울 SK에 시리즈 전적 1-3으로 밀리고 있다. 10일 5차전에서 패하면 백투백 우승은 물 건너 간다. 모든 걸 다 쏟아부어야 할 5차전이지만 현재 KGC의 상태는 좋지 않다. 특히 에이스 전성현이 지쳤다.
전성현은 현재 KGC의 실질적인 에이스다. 챔피언결정전 4경기에 모두 출전, 평균 33분30초 동안 17.5점 1.8리바운드 2.0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장기인 3점슛은 평균 4.3개로 KGC가 자랑하는 챔피언결정전 최고의 무기이기도 하다.
↑ KGC 전성현(31)이 6일 SK와의 챔프전 3차전에서 활약하고 있다. 사진=KBL 제공 |
적장도 인정한 전성현이지만 그 역시 철인은 아니다. 체력이 약한 편은 아니지만 최원혁, 이현석, 오재현 등 전문 수비수를 동원해 육탄전을 벌이는 SK의 수비에 점점 지쳐가고 있다. 3차전 후 “농구를 하면서 다리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느낌을 처음 받았다. 다리가 많이 무겁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실제로 전성현은 3차전에서 2쿼터 초반 벤치에 교체 사인을 보냈다. 직전 오재현과의 충돌이 있었지만 그로 인한 교체는 아니었다. 체력적인 문제가 있었고 휴식이 필요했다. 생각보다 이른 전성현의 교체 사인에 KGC 벤치도 비상이었다. 이 과정에서 KGC는 이미 양희종과 교체됐던 오세근을 재투입해야만 했다. 로테이션이 살짝 꼬인 상황에서 KGC는 SK에 연달아 실점을 내줬다. 전성현이 벤치로 들어갈 때는 5점차(17-22)였지만 2분 뒤 재투입됐을 때는 13점차(17-30)였다.
전성현은 다시 투입되자마자 연속 5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미 SK에 넘긴 흐름을 되찾지 못했다. 체력이 크게 떨어진 KGC는 뒤늦게 추격하기 시작했지만 3차전에 실종된 트랜지션 게임이 살아난 SK에 밀리고 말았다.
전성현이 오랜 시간 코트 위에 서 있어야만 KGC의 공격은 살아날 수 있다. 챔피언결정전에서 가장 뜨거운 손끝을 자랑하는 선수다. 그가 코트 위에 있고 없고의 차이는 단순히 득점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경기 분위기에도 큰 영향이 갈 수밖에 없다.
다만 전성현은 크게 지친 모습이다. 6강, 4강, 그리고 챔피언결정전 내내 상대가 자랑하는 최고의 수비수들을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KBL 최고 슈터라 하더라도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그를 도와 득점해줘야 할 변준형, 박지훈
흔히 스포츠 세계에는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정신력은 체력이 없으면 발휘하기 힘든 힘이다. 전성현이 얼마나 버텨줄 수 있을까. 그가 무너진다면 KGC의 백투백 우승 도전이 끝나게 된다. 다가오는 5차전 키워드는 결국 전성현의 체력이다.
[민준구 MK스포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