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는 두산에서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두산 베테랑 투수 장원준(37)은 지난 3년간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투수다. 3년의 절반 이상을 재활에 머물러 있었다.
어느덧 30대 중반을 넘긴 나이, 언제든 은퇴를 해도 이상할 것 없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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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은 장원준을 1년 더 기다려줬고 장원준은 제 몫을 다하며 답을 보내고 있다. 아름 다운 동행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천정환 기자 |
그 성과는 분명했다. 장원준은 올 시즌 확실히 달라진 투구를 하며 팀에 힘을 보태고 있다.
모두 9경기에 출장해 승패 없이 4홀드, 평균 자책점 1.13의 기록을 남기고 있다.
두산에 부족한 왼손 불펜 자원으로 상대 좌타 라인을 막는데 선봉에 서 있다.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이 0.200에 불과하다.
두산은 지난 겨울 쉽게 장원준의 옷을 벗길 수 있었다. 더 이상 투구는 무의미하다고 여겼을 수도 있다.
그랬다면 장원준은 테스트를 통해서라도 다른 팀 유니폼을 입었을 수 있다. 경험 많은 좌완 불펜에 대한 수요는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산은 장원준과 1년 더 함께 하는 쪽을 택했다. 장원준이 은퇴를 한다면 두산 선수로 해야 한다는 의지가 강했다.
두산 관계자는 "장원준은 우리 팀에서 공헌도가 있는 선수다. FA로 이적해 에이스로서 몇 년간 팀을 이끌며 우승까지 안겨줬다. 충분한 배려와 예우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특히 은퇴는 두산 유니폼을 입고 해야 한다고 여겼다. 시작은 두산이 아니었지만 두산에서 야구를 꽃피웠기 때문에 두산에서 마무리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두산이 만약 지난 겨울 장원준에게 은퇴를 권유 했다면 장원준은 당장 떠날 채비를 했을 것이다. 그랬다면 두산과 아름다운 이별은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두산은 장원준에게 1년의 시간을 더 부여했고 현재 장원준은 그 배려에 200% 부응하고 있다.
두산의 행보가 가슴 진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최근 타 구단에선 볼 수 없는 배려와 의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매년 겨울 수 없이 많은 선수들이 방출의 철퇴를 맞는다. 들어 오는 선수가 있으면 나가는 선수가 있어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팀에 분명한 공헌도가 있고 아직 현역으로 가치가 있는 선수마저 유니폼을 벗게 되는 경우를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그 중 일부는 새로운 팀을 찾아 명예 회복에 성공하기도 한다.
염경엽 KBSN 해설위원은 "단장들이 한 번 더 생각을 해야 한다고 본다. 아직 충분히 뛸 수 있고 팀에 공헌을 한 선수까지 너무 쉽게 내치는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베테랑들을 다시 살펴보고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방출이 아니라 무상 트레이드를 하는 방식도 있다. 내보내기 전에 뛸 수 있는 팀을 먼저 알아봐 주고 움직이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그 선수의 명예는 지켜질 수 있다. SSG가 노경은을 영입해 초반 3승을 거뒀다. 이미 연봉 값은 2승 때 부터 다 한 것이나 다름 없다. 이런 사례들이 꾸준히 나오며 한국 프로야구에도 건전한 은퇴 문화가 형성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두산과 장원준의 동행에 더욱 마음이 쏠리는 이유다. 두산은 팀을 위해 공헌한 옛 에이스를 위해 시간을 벌어 줬고 장원준은 그 시간을 살려내며 재기에 성공했다.
앞으로 어떤 일 들이 더 벌어질지 알 수 없지만 두산과 장원준의 동행은 아름다운
"은퇴는 두산에서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두산 관계자의 말이 그 어느 때 보다 가슴 깊숙히 파고 든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