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이닝을 소화하며 팀의 리드를 지켜야 하는 마무리투수에게 안정감은 필수다. 그리고 두산의 ‘제로 클로저’ 김강률은 마운드 위에서, 아래에서 투쟁 중이다.
프로 생활 내내 자신을 괴롭혀 온 제구 문제를 극복하는 게 마무리 투수로서 생존할 수 있는 길이라 믿기 때문이다.
그 덕분인지 올해는 데뷔 이후 페이스가 가장 좋다. 안정감도 발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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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김원익 기자 |
김강률은 “지난해 마무리 투수를 하면서 경험이 쌓였다. (좋아진) 비결은 딱히 없다. 순간마다 대처하면서 경험한 것들이 도움이 된 것 같다. 운도 좋았다”고 했다.
지난해 첫 풀타임 마무리 투수 시즌을 보냈다. 50경기에 등판해 3승 21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 2.09를 기록했다. 하지만 김강률은 만족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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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천정환 기자 |
하지만 그의 불만족과는 달리 실제 올해 김강률의 안정감은 돋보인다. 2개의 블론세이브를 기록했지만, 그만큼 터프한 상황이 많다. 대신 경기 당 평균 1이닝을 꾸준히 소화하며 최소한의 주자 허용으로 꾸준히 승리를 지켜내고 있다.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역시 구원투수 가운데 유일하게 1점대를 넘긴 1.39를 기록 중으로 투수 전체를 통틀어서도 쟁쟁한 리그 에이스와 경쟁하며 부문 5위에 올라 있다. 구원승 3승도 팀에 큰 도움이 됐다.
시즌 초반 많은 승리에 대해서 김강률은 “그만큼 타이트한 경기를 많이 소화했다는 뜻일 것 같다”면서 “제 기억으로는 8회 주자 있는 상황에서 올라가서 막고 난 이후 야수들이 곧바로 점수를 뽑아준 상황으로 안다. 야수들에게 고맙다. 하지만 마무리투수니까 승리보다는 세이브가 많은 게 더 좋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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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김재현 기자 |
“제구력이다. 안 좋았을 때 보면 볼카운트를 불리하게 간다. 나는 나 스스로를 정교하고 제구로 승부하는 투수라기 보단 힘으로 승부하는 유형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볼카운트를 초반에 유리하게 가져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 스스로를 냉정하게 진단하는 김강률의 말이다.
김강률은 “밸런스가 안 좋은 날엔 스트라이크를 넣으려고 해도 볼-볼로 시작해버리면 타자들은 100%가 아니라 200% 확률로 포심패스트볼을 노리게 된다”면서 “볼카운트에서 지고 들어가면 힘들어지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기복 없이 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했다.
제구는 오랜 기간 김강률을 괴롭혀온 스트레스였다. 하지만 올해는 13.1이닝을 소화하며 2개의 볼넷만을 허용했다. 경기당 볼넷허용 1.35개는 두산 투수들 가운데 가장 낮은 기록이다. 덕분에 이닝당출루허용률(WHIP)도 0.83으로 매우 낮게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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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김영구 기자 |
신인때부터 이어져온 제구에 대한 끊임없는 지적은 김강률에게 트라우마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압박감은 꾸준한 훈련과 노력으로 극복했다.
“어렸을 때는 답답했다. 한 가운데로 스트라이크를 던져도 타자들이 못 치는데, 스트라이크만 던질 수 있어도 쉽게 공략을 못할 것 같은데 승부를 못했으니까.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은 멘탈이나 심리적인 문제는 아니었던 것 같다. 결국엔 매커니즘과 밸런스 문제라고 내 자신을 진단했다. 그렇기에 계속해서 개선했던 게 좋아진 것 같다.”
생존을 위해 커맨드의 변화도 꾸준히 시도하고 있다. 그래서 올해는 투구 패턴도 상당히 달라졌다. 지난해 76.1%에 달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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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김재현 기자 |
김강률은 “요즘엔 아무리 포심패스트볼이 좋아도 몰리면 맞는다. 타자들도 많이 발전했기 때문에 상황에 맞게 최대한 슬라이더나 커브를 활용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스트라이크존의 변화도 이런 노력과 맞물려 도움이 되고 있다. 김강률은 “개인적으로는 포심패스트볼을 많이 쓰고, 높은 코스로 결정적인 순간 승부할 때가 많은데 그럴 때 S존이 늘어난 게 도움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어느덧 두산의 불펜 에이스가 됐다. 과거와는 다른
김강률은 올 시즌 내내 아마 마운드에서 투쟁할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김강률의 싸움이 자신에게 만족할 수 있는 결과로 끝난다면, 올해 두산의 승리 역시 자연스레 이뤄질 것이다.
[서울(잠실)=김원익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