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야구에선 "사람 좋으면 꼴찌"라는 말이 있었다. 지명도 있고 카리스마 있는 감독들의 시대가 한국 프로야구를 지배했다.
하지만 이제 흐름이 바뀌고 있다. 이동욱 NC 감독처럼 귀를 열고 가슴으로 품는 지도자가 각광을 받는 시대가 됐다.
선수 시절의 성과는 뒤로 밀리게 됐다. 대신 소통할 수 있는 능력과 새로운 야구(데이터 등)에 열려 있는 마음 자세가 중요해졌다. 착한 감독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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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욱 NC 감독은 평소에도 휴지 잘 줍고 다니는 착한 남자다. 올 시즌 극도의 불운을 겪고 있지만 앞으로는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도 안고 있다. 이 감독의 착한 마음은 행운을 불러다 줄까? 사진=김영구 기자 |
특히 이 감독이 선수나 코칭스태프에게 "쓰레기 잘 줍고 다니라"는 조언을 자주 한다.
야구는 투수의 손을 떠나면 그 누구도 결과를 알 수 없는 스포츠다. 타자도 정타를 날린 뒤에는 더 이상 할 일이 없다. 타구가 야수의 정면으로 가서 아웃이 되는 것 까지 어쩔 수는 없다. 그래서 "바빕(BABIP)신의 가호가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 것이다. 평소 덕을 쌓아야 운이 따르고, 운이 잘 따라줘야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
이 감독의 지인은 "이 감독은 타고나길 착하고 바르게 태어났다. 차를 타고 가다가도 쓰레기가 보이면 내려서 처리를 하고 지나가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다. 원래 쓰레기 잘 줍던 사람이다. 사람을 대할 때도 항상 겸손하고 자신을 낮춘다. 누구보다 귀가 열려 있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데도 주저함이 없다. 새로운 시대가 원하는 지도자형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야구 인생 1막은 무명 선수의 삶이었다. 2막은 다르게 열리고 있다. 최고의 감독으로 도약하는 성장기를 만들고 있다.
원래부터 쓰레기 잘 줍던 좋은 인성이 불러 온 예고된 행운이었다.
그러나 올 시즌엔 아직 그 행운이 따라주지 않고 있다.
NC는 27일 현재 6승16패, 승률 0.273을 기록하며 꼴찌에 랭크 돼 있다. 운이 지독히도 안 따르고 있는 시즌인 셈이다.
FA 나성범을 잃고 박건우와 손아섭을 영입해 전력 누수를 최소화 했지만 한 방을 쳐 줄 수 있는 선수의 부재는 팀의 아킬레스 건이 되고 있다.
선발진도 흔들리고 있으며 불펜진도 믿음을 갖기 어렵다. 결국 필승조로 활용하려던 김시훈을 선발로 끌어다 쓰는 고육지책까지 쓰고 있다.
그러나 아직 NC의 야구가 끝난 것은 아니다. 코로나 음주 파문으로 징계를 받았던 주축 선수들이 복귀를 앞두고 있다.
팬들에게 환영 받는 복귀는 아닐지 몰라도 NC엔 큰 힘이 될 수 있는 전력 보강 요소다.
이 선수들이 대거 합류한다
NC는 말썽꾼들의 복귀와 함께 다시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을까.
그동안에도 휴지를 열심히 줍고 다닌 '착한 남자' 이동욱 감독이 밀린 행운을 거머쥘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