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을 포기한 프로구단은 ‘프로’의 가치가 없다. 동시에 팬들에게 인내만을 강요하는 구단의 존재 의의는 무엇일까?
키움 히어로즈가 ‘또’ 현금이 포함된 트레이드를 진행했다. 지난해 22홈런을 때린 팀 프랜차이즈 안방마님을 보낸 과정에서 팬을 향한 예의는 없어 보인다.
키움은 24일 KIA에 포수 박동원을 보내며 내야수 김태진+현금 10억 원+2023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지명권을 받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다만 트레이드 최종 성사는 확정되지 않았다. KBO는 현금 10억원이 트레이드에 포함 돼 있는 만큼 관련 내용을 면밀하게 파악하겠다는 입장. 트레이드 승인은 허구연 KBO 총재의 최종 판단에 따라 이뤄질 예정이다.
↑ 사진=MK스포츠 DB |
아무리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의 가치가 높고, 백업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내야수를 받았다고 할지라도 전 포지션 가운데 가장 희소성이 있는 포수, 그것도 구단에서만 줄곧 뛰었던 프랜차이즈 선수를 미확정의 ‘미래 가치’와 교환한 결정이기 때문이다. 박동원이 고액 계약이 유력한 예비 FA이고, 키움의 선수라서 일어난 트레이드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키움 팬들의 입장에선 꾸준히 반복 돼, 이젠 기시감까지 드는 트레이드. 매번 반복되는 이별이다. 단, 이번만큼은 드래프트 상위지명픽이 있고 반대급부가 상당하지만 현재를 팔아 대체할 무언가를 산다는 본질이 달라지진 않았다.
키움은 그간 예비 FA 선수와 주요 전력의 선수들을 트레이드나 해외 이적 등으로 내보내고 유망 선수들이나 현금을 받아 구단 운영을 해왔다. 그런 이유로 팀의 핵심 선수들이 시기가 되면 떠나고, 유망한 선수들이 성장하는 동안 팀 전력이 불안정했던 기간이 반복됐다. 이번에도 또 한 명의 선수를 비슷한 방식으로 보낸 셈이다.
박동원은 히어로즈에선 거의 유일한 프랜차이즈 포수였다. 2009 2차 3라운드 19순위로 히어로즈에 입단해 통산 914경기를 출전했고, 2015년 이후 2018년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렸던 시기를 제외하면 2020년까지 주전 포수로 안방을 지켰다.
그러다 지난해는 131경기에서 포수와 지명타자를 맡아 개인 한 시즌 최다인 22홈런 83타점을 기록하며 맹활약 했다. 공격형 포수로서나, 하위타순에서 장타력을 보여줄 수 있는 타자로서나 충분히 제 가치를 증명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 겨울부터 박동원을 둘러싼 트레이드 소문만 무성했다. 키움이 올 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 박동원을 타 팀으로 보내려 하고 KIA를 비롯한 복수 구단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소문이었다.
↑ 사진=김재현 기자 |
지역 구단의 한 구단 관계자는 “박동원에게 특별한 노쇠화나 기량저하가 보이지 않았음에도 포수로서 출전 기회가 대폭 줄어들자, 많은 구단들은 그가 트레이드 대상이라고 판단했다. 우리를 포함해 복수 구단이 내부 검토를 했거나 실제 트레이드 문의를 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또 이 구단 관계자는 “키움이 박동원을 FA로 붙잡을 것이라고 생각한 구단은 거의 없었을 것”이라며 “지난해와 올해 박동원의 포수 역할이 줄었던 것은 ‘다음 계획’을 위한 사전 포석이 아니었겠나”라는 견해를 들려줬다.
히어로즈라는 구단의 전력(前歷)은 추가로 이번 트레이드에 대한 ‘합리적인 의구심’을 갖게 한다.
히어로즈 프랜차이즈는 오랜 기간 이른바 ‘선수 장사’를 하는 구단으로 지탄을 받아 왔다. 과거 우리 히어로즈, 서울 히어로즈, 넥센 히어로즈 시기에도 트레이드와 관련한 뒷돈으로 131억 원을 챙긴 바 있다.
결국 불투명한 현금 트레이드 등을 막기 위해 2018년 이면계약을 엄금하는 규약이 신설됐다. KBO 사무국과 10개 구단 대표들은 당시 이면계약 금지 규정 위반 시 다음 연도 신인 1차 지명권을 박탈하고 제재금 10억원을 부과하며 선수도 1년간 KBO리그에서 뛸 수 없도록 했다.
연이은 현금 트레이드에 제동을 거는 동시에, 이런 흐름에 편승하는 다른 구단들이 추가로 나오지 않기 위한 조치. 불투명한 돈의 흐름에 KBO리그가 휘둘리지 않도록 한 결정이기도 했다.
이후에도 히어로즈는 꾸준히 현금이 포함된 트레이드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과거보다는 훨씬 더 상식적인 내용이다. 이번 트레이드의 10억 원도 박동원의 FA 이적 보상금 규모가 될 수 있었던 6억 2천만원(연봉 200%+선수) 혹은 9억 3천만원(연봉 300%) 선에서 결정됐다고 보면 이해할 수 있는 규모다. 거기다 선수+신인지명픽+현금까지 받았으니 거래만으로는 키움이 이득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
MLB 역시 ‘스몰 마켓’ 구단이 FA를 앞둔 핵심 전력 선수들을 트레이드 해 미래 자원을 얻는 방식으로 팀의 전력을 유지하는 사례가 있다. 하지만 거기엔 현재 비용을 아끼는 동시에, 즉시전력감을 얻거나, 미래의 최대 가치를 얻는 것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하지만 그간 키움의 사례는 달랐다. 이번 트레이드 또한 굳이 ‘현금’이 포함돼 있다. 만약 키움이 아닌 다른 구단이었다면? 10억 원 대신 트레이드 선수의 가치를 더 높여 선수 간에 무게추를 맞추는 쪽에 집중했을 가능성이 높다.
시기 또한 마찬가지다. 과거 ‘선수 트레이드’로 팬들의 원성을 샀던 마이애미, 오클랜드 등 MLB 구단도 시즌 초반에 주전 자원을 내주고 지명권을 받는 트레이드를 진행한 사례는 거의 없었다. 적어도 리그 판도가 상당히 가려진 전반기 종료 이후에나 지명픽이 아닌 선수들을 중심으로 트레이드를 진행했다. 팬들의 눈과 마음을 최소한이라도 의식했다는 뜻이다.
현재는 KBO리그의 순위가 결정됐다고 말하기는 너무나 이른 시점이다. 더군다나 키움은 11승 9패로 리그 5위에 올라있다. 공동 3위와는 0.5경기 차, 2위 LG 트윈스는 1경기 차로 바짝 뒤쫓고 있다. 당연히 우승을 노려야 하고, 충분히 우승을 노릴 수 있고, 가을야구를 할 가능성 또한 월등한 팀이 현재의 키움이다.
히어로즈는 아직 우승을 차지한 적이 없다. 그리고 지난해 FA 시장에선 사실상 유일하게 빈 손으로 마쳤다. SSG가 2023 FA 대상 박종훈·문승원·한유섬과 총 180억의 연장 계약을 했고, 복수 구단이 자체 FA라도 잡았던 시장에서 홀로 흐름을 역행한 셈이다.
구단이 당장 ‘윈나우’를 노리는 운영을 해도
팬들은 언제나 우승이라는 희망을 꿈 꾼다. 히어로즈 수뇌부가 언제쯤이면 그 희망에 응답할지 궁금하다.
[김원익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