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는 지난 19일 인천 SSG랜더스전까지 3002타석을 소화하면서 KBO리그 통산 타율 순위 1위(0.339)로 올라섰다. KBO는 3000타석 이상의 타자를 기준으로 타율 순위를 집계하기에, 이정후가 이날 비로소 대기록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스스로도 의식하지 못했던 깜짝 기록이다.
23일 현재도 이정후는 통산 타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전까지 통산 타율 1위는 역대 최고의 교타자이자 ‘타격 기계’로 불렸던 종전 1위 장효조(0.331)전 삼성 2군 감독의 것이었다.
이 기록은 장 전 감독이 1992년 현역에서 은퇴한 이후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기록 중 하나로 꼽히며 ‘불멸의 기록’으로 불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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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고척 서울)=김원익 기자 |
이정후는 “아직 표본이 적지만 선배님들과 같이 거론될 수 있다는 게 영광이다. 장효조 선배의 현역 시절 별명이 ‘타격의 달인’이지 않았나”라며 대선배에 대한 존경심을 표한 이후 “선배님의 이름에 누가 되지 않게 오랫동안 지키고 계셨던 기록에 대해 안주하지 않고 안타를 쳐서 더 높은 기록을 유지하고 싶다”고 했다.
아주 어렸을 적부터 꿈꿔왔던 기록을 달성한 감회는 그야말로 감개무량이다.
이정후는 “요즘에야 OPS(출루율+장타율)를 많이 보지만 타율과 타격왕은 전통적인 상징성이 있지 않나”라며 “어렸을적부터 꿈꿔왔던 기록”이라며 통산 타율 1위를 소망했던 내심을 밝혔다.
그러면서 이정후는 “‘내가 프로에 입단해서 타율왕을 할 수 있을까. 타율 1위를 할 수 있을까’ 같은 것들을 어렸을 적부터 상상했는데 그걸 하나씩 이뤄가고 있다”면서 “그래선지 통산 타율 1위에 오른 날(19일)은 뭔가 달랐다. 일반인들이 겪지 못한 걸 내가 겪지 못하고 있고, 그분들이 겪지 않는 걸 내가 겪는다. 뭐랄까, 그날만큼은 조금 기분이 묘했다”며 KBO리그의 새 역사를 쓴 것에 대해 한동안 감회에 젖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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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고척 서울)=김재현 기자 |
각각 ‘국민타자’ 이승엽 SBS 해설위원의 최연소(24세9개월13일) 기록과 아버지인 ‘바람의 아들’ 이종범 LG 퓨처스 감독의 최소 경기(698) 기록도 갈아 치운 것이다.
하지만 이정후는 이런 레전드들과의 비교를 의식하지 않았다. ‘레전드들과의 비교에 부담감을 느끼지 않는 것 같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정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무덤덤하다. (누적기록들은) 어차피 하다 보면 깨지는 기록이라고 생각한다. 그걸 의식하고 타격을 하기보단, 어떤 경기는 안타 몇 개, 또 다른 날 경기는 안타 몇 개. 그런식으로 하루 하루 최선을 다하다 보면 어느새 기록이 이뤄져 있지 않을까”라고 했다.
1000안타 역시 마찬가지로 KBO리그 기록 경신이 유력하다. 이정후는 “999안타 정도가 되면 그땐 생각이 나겠지만 아직은 많이 남아있다”면서 “아빠의 기록을 깬다는 데 의미가 있는 것 같다. 900안타 때도 아빠가 많이 좋아하셨다. 뭔가 멋있는 것 같다. 특히 가족들이 좋아할 것같다”며 밝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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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고척 서울)=김재현 기자 |
이에 대해 이정후는 “작년 10월에 시즌 종료 한 달 남겨두고 홈런을 3개 쳤다. 그때 10개 넘게 쳤던 2020년의 느낌을 받았다”면서 “2021시즌은 캠프 때부터 접근을 잘못했던 것 같다. 홈런을 치려고 마음을 먹고 준비해서 21시즌 초에 좋지 않았고 밸런스를 찾는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진단했다.
지난해와 차이점은 스윙매커니즘이다. 이정후는 “지난해 5월 이후에는 안타에 치중하는 타격을 했다면 작년 10월에는 안타를 치면서 타구에 힘도 실린다는 느낌을 받았다”라며 “그 스윙 매커니즘을 잊지 않도록 올 시즌 준비를 지난해 11월부터 일찍 시작했다”라고 올해 부쩍 늘어난 장타의 비결을 전했다.
최대 목표는 ‘강한타구를 많이 치는 것’이다. 이정후는 “최대한 배트 중심에 정확하고 강하게 맞히려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면서 “홈런을 치려고 팔로스루를 크게 하거나, 한 팔을 놓거나, 힘을 더 주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공에 빠르게 접근하고, 빠르게 치자’는 마음으로 캠프때부터 준비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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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김재현 기자 |
그러면서 “어깨는
모든 기록들은 이정후가 ‘천재 타자’라는 것을 분명하게 방증한다. 하지만 야구를 향한 이정후의 ‘열정’은 분명히 특별한 ‘노력’의 영역인 듯 보인다.
[고척(서울)= 김원익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