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정은원(22)은 지난 해 홍창기와 함께 볼넷 신드롬을 몰고 온 선수다.
최연소 100 볼넷 기록을 세우며 출루율이 4할을 넘겼고 그 출루 능력을 바탕으로 2루수 부문 골든 글러브까지 수상했다.
이제 막 야구에 눈 뜬 젊은 유망주에게 더 이상 거칠 것은 없을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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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해 볼넷 신드롬을 일으켰던 정은원. 올 시즌엔 넓어진 스트라이크존에 고전하고 있다. 사진=천정환 기자 |
20일 현재 타율이 0.193에 그치고 있다. 15경기 62타석에서 정은원이 얻어 낸 볼넷은 5개에 불과하다.
출루율이 타율 이어도 모자랄 0.258까지 떨어졌다. "정은원이 안 치면 볼"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선구안을 평가 받았던 모습은 지금 찾아볼 수 없다.
스트라이크 존이 정상화 되며 확대된 것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은 있었다. 하지만 추락폭이 이 정도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런데 비교가 되는 대상이 있다.
지난 해 역시 100 볼넷을 돌파하며 출루율로 자신을 세상에 알린 홍창기는 올 시즌에도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홍창기는 20일 현재 타율 0.324를 기록하고 있다. 당연히 출루율도 높다. 지난 해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지만 0.395의 높은 출루율을 보이고 있다.
홍창기도 넓어진 스트라이크 존에 어느 정도는 영향을 받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정은원 처럼 극단적이지는 않다.
왜 홍창기는 되고 정은원은 안되는 것이었을까.
결론은 타격 능력에서 희비가 엇갈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볼넷을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치고 나가는 것이 우선 돼야 한다는 진리가 올 시즌 입증되고 있다는 것이다.
A팀 전력 분석 팀장은 "홍창기는 기본적으로 타격 능력이 탑재 된 선수다. 이제는 치는 것이 완전히 경지에 이르렀다. 이정후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공을 치는 면이 넓어졌다. 좌측으로 향하는 타구를 보면 향상된 홍창기의 타격 능력을 느낄 수 있다. 홍창기의 좌측 방향 타구는 밀어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공을 뒤에 놓고 조금 타이밍이 늦게 맞으면 좌측으로 가는 것이다. 스윙은 한결같다. 공과 배트의 넓은 접촉면을 활용해 자기 스윙을 한다. 그 과정에서 빨리 맞으면 우측, 늦게 맞으면 좌측으로 타구가 가는 것이다. 공을 억지로 따라다닐 필요도 없고 의식해서 타격을 할 필요도 없다. 홍창기는 이제 타격에 눈을 뜬 상태"라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정은원은 왜 안되는 걸까. 해답 역시 간단했다. 아직 타격 능력이 A급 선수 레벨에 오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타격에 일가견이 있는 레전드 출신 A 해설 위원은 "정은원은 타격 능력이 완성형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지난 해 그렇게 볼을 잘 골라내면서도 타율은 0.280대에 머물렀다. 공을 이리 저리 따라 다니는 안 좋은 습관이 지난 해에도 나타났었다. 워낙 볼을 잘 골라냈기 때문에 단점이 도드라지지 않았던 것"이라며 "올 해 스트라이크존이 넓어지며 스트라이크 존에 대한 적응력이 떨어지다보니 감춰졌던 단점이 도드라지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공을 받혀 놓고 치지 못하고 따라다니며 치려 한다. 그래선 좋은 타율을 올리기 어렵다. 특히나 KBO리그 투수들의 공이 시간이 갈 수록 회전력이 강해지고 묵직해지고 있다. 하체가 중심이 돼 타격하지 않으면 공략이 쉽지 않다. 하체 위주 타격을 하지 않는 정은원에게는 시련이 올 수 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정은원과 홍창기는 넓어진 스트라이크존에 직격탄을 맞은 선수들이다. 하지만 홍창기는 이겨내고 있고 정은원은 무너지고 있다. 공을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단 잘 쳐야 한다는 기본기의 차이가
문제는 앞으로도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정은원의 혼돈이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지금의 타격 메커니즘으로는 달라진 스트라이크 존을 이겨내기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정은원이 언제쯤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하고 답을 내놓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