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투수 김민우가 19일 사직 롯데전에서 첫 승을 올렸다. 승리투수가 됐지만 좋았던 지난해 전반기와 비교하면 많은 차이가 있어 보인다.
지난해 9월 한 차례 이미 ‘김민우의 투구폼이 바뀌고 있다’는 칼럼을 쓴 바 있다. 이날 경기에서도 이미 김민우의 투구폼이 많이 바뀌었다는 걸 확인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건 투구 시 팔스윙 부분이다. 팔꿈치가 접혀야 하는 동작에서 너무 펴져서 통나무처럼 뻣뻣한 느낌이 든다.
그러다보니 전체적으로 구속이나 구위가 떨어질 뿐만 아니라 제구가 흔들려 하이볼이 많이 나왔다. 한동희에게 홈런 맞은 장면도 그런 이유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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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보니 변화구 슬라이더를 많이 사용했다. 오늘은 효과적이었지만 만약 슬라이더가 잘 통하지 않았다면 상당히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을 만한 경기였다. 원래 스플리터도 상당히 좋은 선수인데 또한 사용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 시즌 김민우가 부진을 겪고 있는 것이나, 구속이 상당히 떨어진 것 자체가 이미 뭔가 상당한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공을 놓는 릴리스포인트의 타점 역시 지난해와 달라진 것 같다.
예전보다 약간 더 올라간 것으로 보이는데, 원래 김민우는 백스윙 이후 머리 옆에서 공이 나오는 듯한 동작일 때 가장 위력적이었다. 지금은 머리 위에서 공을 뿌리는 느낌이 든다. 구위가 동반되지 않고 안정감이 없으면 타점이 아무리 높아도 소용이 없다.
내가 한화 코치로 재직했던 당시에도 김민우는 항상 투구폼이 변하는 것이 문제였다. 그걸 늘 조심해야 하는 투수였는데, 이미 변했다. 지금은 동작 자체가 매우 뻣뻣해 보인다. 그래서 결국엔 힘에 의존한 투구를 하는 것이다.
지난 등판과 비교해서 개선점도 있을테고, 디테일하게 바꿔야 할 많은 부분들이 있겠지만 우선 가장 좋았을 때 투구폼과 비교해 현재의 문제점을 찾는 것이 지금 우선 중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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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천정환 기자 |
워낙 아끼고 애정이 큰 선수라 마음이 많이 쓰인다. 김민우는 좋은 장점을 많이 가지고 있는 선수인 만큼 문제점을 빨리 개선했으면 한다.
김민우에 이어 나온 한화 투수들은 고질적인 문제를 다시 보여줬다. 한화의 2,3,4번째 투수인 윤호솔-김범수-장시환은 모두 훌륭한 강속구를 가진 장점이 많은 투수다. 하지만 이날도 제구가 좋지 않았고, 강점을 살리는 투구를 하지 못했다.
먼저 윤호솔의 경우엔 빠른 볼이 매우 좋은데 변화구의 각도가 밋밋하다. 좋았을 때의 제구력과 나쁠 때 제구력의 편차도 크다. 오늘 역시 점수차도 있었고 쉽게 갈 수 있었던 경기였음에도 어려움을 자초했다. 김범수 또한 강속구가 자신의 강속구를 믿고 더 자신감 있게 던질 필요가 있다. 변화구 구사도 더 숙련시켜야 한다.
장시환은 지금 스스로의 공을 믿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사사구만 2개를 허용했는데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투수인 만큼, 더 자신감 있게 던졌으면 한다. 특히 오늘 같이 4점 차로 벌어진 상황이라면 더 공격적인 투구를 할 필요가 있다.
한화 불펜투수들은 충분히 구위가 있고 구속도 빠르다. 하지만 한국 프로야구 역시 시속 150km 공도 공략당한다. 결국엔 올해 한화 불펜진의 성패 역시 제구력이 관건이 될 것 같다.
오늘 정우람이 어깨 부상으로 갑작스럽게 내려갔는데, 혹시라도 공백이 길어진다면 한화 불펜은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마지막으로 등판한 주현상은 야수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앞선 불펜투수들보다 제구력에선 더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앞으로 더 많은 역할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롯데 선발 이인복은 신인 때부터 상당한 재능으로 각광 받던 투수였다. 하지만 1군에서 자리 잡지 못하고 병역 공백, 부상 등으로 빛을 보지 못했고, 퓨처스리그에 오래 머물면서 선수의 동기 부여도 떨어져 있던 기간이 길었다. 그러다 지난 2년 간 역할을 늘려간 이후 올해부터는 더 본격적으로 1군에서 활약할 것 같다.
이날 포심패스트볼이 아닌 투심패스트볼 위주로 패턴을 바꾼 것을 확인했다. 스스로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 같다. 투심 역시 효과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체적인 구성은 아쉬움이 있다. 투심 의존도가 너무 높았는데 이날 안타를 맞을 때도 투심이 맞아나간 경우가 많았다. 계속 투심만 던지면 맞을 수밖에 없다. 좋은 변화구도 갖고 있는 만큼 투구를 할 때 더 전략적인 선택을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이인복이 선발로 많은 등판을 했던 투수가 아닌 만큼 투구수가 많지 않았던 5회까지 이닝을 마쳐줬으면 어땠을까 싶다. 그랬다면 투수 입장에서도 깔끔하게, 또 자신감
이인복에 이어 등판한 롯데 투수 문경찬, 이강준의 문제는 결국 볼넷이다. 많은 이닝을 책임지지 않는 구원 투수들이 사사구를 2개씩 허용하면 마운드에 남아 던질 수 없다. 더군다나 오늘은 지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그렇다면 더 씩씩하게 자신의 볼을 뿌렸으면 어땠을까 싶다.
(전 한화 이글스 투수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