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부문, 남자 3개 여자 2개 대회신 양산
국내부문, 남녀우승자 모두 자기기록 못내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특별 대책 세워야
대회는 화려했으나 실속은 없었다. 대회 신기록(코스 레코드) 남자부 3개, 여자부 2개. 남자부 2시간4분대 진입, 여자부 2시간18분대 진입 등 2022 서울마라톤 겸 제92회 동아마라톤대회가 ‘기록 풍년’을 구가하며 세계 10대 마라톤의 위상을 굳건히 했다. 하지만 한국 남녀마라톤은 남자부 2시간11분대, 여자부 2시간30분대로 후퇴했다. 오는 9월의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걱정되는 이유다. ‘민족 스포츠’ 한국마라톤의 장래가 어둡다. 문화체육관광부, 대한체육회, 대한육상연맹 등 관계부처의 대책이 요구된다.
‘기록 풍년’ 추가 보너스만 10억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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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티오피아의 모시네트 게레메우 바이가 거수경례 자세를 취하며 2019 런던마라톤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사진=AFPBBNews=News1 |
△대회 운영=17일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3년 만에 서울 도심에서 펼쳐진 이번 대회는 수준 높은 해외 선수들을 초청, 초반부터 빠른 스피드로 진행돼 남자부는 3명의 선수가 2시간4분대에 풀코스를 주파했다. 2시간2분55초의 세계 4위 기록을 보유한 에티오피아의 모시네트 게레메우 바이(30)가 2시간4분43초로 맨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어 에티오피아 헤르파사 네가사 키데사(29)가 2시간4분49초로 2위, 브라질의 다니엘 페레이라 두 나시멘투(24)가 2시간4분51초로 3위에 올랐다. 이들은 결승점인 잠실운동장 트랙에서 막판 스퍼트로 기록을 단축하는 명승부를 펼쳤다. 이들 3명의 기록은 2016년 케냐 귀화선수 오주한(34·청양군청)이 케냐 국적 당시 서울마라톤에서 수립한 2시간5분13초의 대회 기록을 6년 만에 14~30초 경신한 것이다. 이 기록은 지난 3월6일 도쿄마라톤에서 세계기록(2시간1분39초) 보유자 엘리우드 킵초게(37·케냐)가 작성한 우승 기록 2시간2분40초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올 시즌 국제마라톤계의 주목을 받기에는 충분했다.
여자부에서도 2개의 대회 기록이 나왔다. 2시간18분04초로 우승한 루마니아의 조앤첼리모 멜리(32·케냐 귀화선수)와 2시간18분12초로 준우승한 에티오피아의 수루메 아세파 케베데(28)가 신기록의 주역들이다. 이들의 기록은 2006년 중국의 저우춘슈(周春秀)가 수립했던 2시간 19분 51초의 대회 기록을 16년 만에 1분 39초 이상 앞당긴 것이다. 이들도 각자 2시간 20분대 초반이었던 개인 최고 기록을 3~5분 단축했다.
이 때문에 대회 주최 측인 동아일보사는 대회 기록을 경신한 이들 5명의 선수에게 모두 10억 원 가까운 타임 보너스를 추가로 지급하는 부담을 안았다.
4월 중순임에도 평균기온 섭씨 8.6도, 습도 83%, 풍속 1.3m(초속)의 온화한 날씨에 바람이 거의 없어 레이스를 펼치기에 아주 적합했으며 경찰의 적절한 교통 통제와 시민의 협조 등 대회운영도 수준급이었다는 평가다.
귀화선수 오주한 훈련 부족…기록 뒷걸음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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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주한이 2019 동아일보 경주국제마라톤대회에서 뛰고 있다. 사진=대한육상연맹 제공 |
△한국마라톤의 후퇴=대회의 성공적인 개최와는 달리 한국마라톤은 남녀 모두 뒷걸음질 쳤다. 남자부의 경우 케냐 귀화선수 오주한의 훈련 부족이 뚜렷이 드러났다. 2시간5분13초의 개인기록을 보유한 오주한은 이날 2시간11분16초로 외국인을 포함한 국제부에서 11위(국내부 1위)를 기록했다. 오주한은 이날 25km 지점까지는 우승자 바이 등과 함께 10여 명의 선두 그룹에서 달려 상위 입상과 더불어 한국기록 경신의 기대감까지 부풀렸다. 하지만 28km 지점인 어린이 대공원 사거리 지점 부근에서 쳐지기 시작해 2군으로 밀렸다. 30km 지점을 선두 그룹에 약 3분 뒤진 1시간31분48초에 통과하더니 37km 지점인 잠실대교에서는 시야에서 사라질 만큼 뒤처져 혹시 중도 기권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자아냈다. 다행히 기권은 하지 않고 완주는 했으나 종반에 강했던 그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주한은 2019년 10월 경주마라톤에서 2시간8분21초로 2020 도쿄올림픽 출전 티켓을 따냈으나 지난해 8월 도쿄올림픽에서 중도 기권(13.6km지점)했으며 11월의 프랑스 라로셀 마라톤도 참가 신청만 하고 나가지 않았다. 지난 2년 6개월간 마라톤 풀코스를 뛴 적이 없어 불안한 상황이었으며 코치나 감독 없이 케냐 고향에서 혼자 훈련해온 것도 경기력 향상의 걸림돌이었다. 여기에 오주한이 한국인 사업가를 대리인으로 영입하는 바람에 훈련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까지 5개월밖에 남지 않아 문체부, 대한체육회, 대한육상연맹 등에서 특별관리하지 않는 한 오주한의 재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역대 아시안게임 남자마라톤에서 일본(6회)보다 많은 최다우승국인 한국(7회)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지영준(41·코오롱 감독)이 우승한 이래 메달과 거리가 먼 상황이다. 그나마 이번 대회에서 국내부 2위를 차지,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나가게 된 박민호(23·코오롱)가 상승세여서 위안이 된다. 배문고 계명대 출신인 박민호는 이번 대회에서 2시간11분23초로 2016년 리우올림픽, 2020 도쿄올림픽 대표였던 ‘터줏대감’ 심종섭(31·한국전력)을 제치고 9월 아시안게임 티켓을 땄다. 종아리 부상을 당한 심종섭은 2시간13분01초로 3위에 머물렀다. 이번까지 풀코스 5회를 뛴 박민호는 대학 시절 2시간15분대였으나 2년 만에 2시간11분대까지 치고 올라와 상승세가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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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경선이 제47회 KBS배 전국육상경기대회에서 뛰고 있다. 사진=대한육상연맹 제공 |
한편 국내여자부에서는 최경선(30·제천시청)이 2시간30분42초로 2시간34분31초를 기록한 김도연(29·삼성전자)을 제치고 대회 첫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2019년 대구마라톤에서 2시간29분06초를 기록했던 최경선은 이번 대회에서 자신의 개인기록보다 1분 이상 뒤졌다. 2
018년 서울마라톤에서 2시간25분41초의 한국기록을 세웠던 김도연은 이날 자신의 한국기록보다 무려 9분 가까이 뒤진 기록으로 2위에 머물렀다. 최경선과 김도연은 2018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이어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도 나가게 된다.
이종세(용인대 객원교수·전 동아일보 체육부장)[ⓒ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