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은퇴 위기 선수들도 끝까지 도전하고, 준비하며 기다렸으면 한다.”
올해 39세의 베테랑 선발투수 노경은은 지난해 말 롯데 자이언츠에서 방출 된 이후 입단 테스트를 거쳐 SSG 랜더스의 유니폼을 입었다.
그리고 노경은은 많은 이의 예상을 깨고 시즌 초반 3경기 3승 무패 평균자책 1.13의 놀라운 활약을 펼치고 있다. 3승은 롯데의 외국인 투수 반즈와 함께 공동 선두. 평균자책(1.13)은 키움 히어로즈 최원태와 함께 공동 4위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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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김영구 기자 |
16일 인천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리그에서 가장 먼저 3승째를 올린 이후 만난 노경은의 표정은 밝고 편안했다. 다음은 노경은과의 일문일답.
▲다승 선두 소감은?
“살다보니까 이런 날이 오네요. 10년 전 12승 했을 때(2012년)도 그렇고 초반에 이렇게 좋았던 적이 없었는데 감회가 새롭다. 지금 운도 잘 따라주는 것 같고, 팀의 득점 지원도 너무 좋다. 또 내가 등판할 때 팀의 호수비가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운이 잘 따라줬던 3경기 였던 것 같다. 4번째 경기도 이 좋은 운이 이어졌으면 좋겠다.”
▲다승 타이틀도 노려볼 수 있는 페이스다
“(웃으며) 전혀. 그런 건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 대신에 좋은 때가 오면 위기도 온다고 생각한다. 그 위기가 안 왔으면 했는데 지난 등판을 마치고 그 위기가 (빨리)왔다고 생각했다. 멘탈적으로 심리적 부담감을 안 받으려고 혼자 그런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지난 경기를 마치고 위기가 찾아온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이번 등판을 준비했다. 해이해지지 않게 마음을 고쳐먹고 경기에 임했던 것 같다.”
▲김원형 감독과 궁합은?
김원형 감독님이 내 상황에 맞춰서 배려를 많이 해주신다. 아무래도 투수출신이다 보니까 그런점을 알 미리 알고 심리적으로도 관리해주시고, 여러모로 기분 좋게 등판할 수 있게 신경 써주시는 것 같다.
▲롯데에서 코치로, SSG에서 감독으로 만난 차이는?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감독님이 되셨다고 해서 (달라지는) 그런 모습이 전혀 없으시더라, 또 SSG에는 조웅천 코치님, 김민재 코치님, 조원우 코치님, 전형도 코치님 등 모두 한 팀에 있었던 적이 있던 적이 코칭스태프분들이 많아서 심적으로 매우 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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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김영구 기자 |
굉장히 열정적인 것 같다. 또 몸을 잘 이용한다. 대충 던지는 게 아니라 투구폼을 잡고 진지하게 열정적으로 던지시는 것 같다. SSG 이후 지금 감개무량하다. 너무 좋은 환경에서 선수들이 뛸 수 있게 사소한 것 하나하나 신경을 다 써주신다. 클럽하우스는 물론, 트레이닝 파트, 전력 분석 파트까지 굉장히 체계적이다. 매 번 경기장에 올 때마다 감동을 받는다. 야구장에 오는 시간이 평소보다 더 빨라 진 것 같다. 사우나도 자주 하고. 시설 환경이 좋아서 경기장에 더 일찍 나오는 것 같다.
▲에이스 등판 다음날 등판 사례가 많은데
말로는 폰트에게 ‘너가 퍼펙트를 하고 나서 내가 어떻게 던지냐’는 농담을 하곤 했다(웃으며). 하지만 실제로는 덕을 본 것 같다. 어제(15일)도 (김)광현이가 잘 던지고 타자들을 흐트려놨기 때문에 도움이 된 것 같다. 시즌 초반 타자들의 타격감이 완전히 올라온 게 아니기 때문에, 그런 효과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삼성 타자 피렐라 상대로 너클볼을 던졌는데?
나뿐만 아니라, 많은 투수가 삼성에서 굉장히 까다로운 타자로 피렐라를 꼽는다. 오늘 키포인트로 피렐라를 잡는다는 생각을 했다. 볼에 손을 많이 대줘서 잘 던질 수 있었던 것 같다. 피렐라나 오재일 타석에서 너클볼 던질 것이라고 포수 (이)흥련이한테 미리 귀띔을 해줬다. 피렐라 타석에서 내가 다른 사인을 거절하니까 눈치를 채고 너클볼 사인을 내더라(웃음)
▲입단 테스트 이후 SSG에 합류한 과정은?
(롯데 방출) 기사가 나오자마자 가장 먼저 연락 온 팀이 SSG였다. ‘먼저 테스트를 볼 수 있겠냐’라고 해서 연락 받고 3일 후에 SSG 2군 강화도 훈련장에 합류했다. 그리고 입단 테스트날 김원형 감독님께서 직접 오셔서 피칭하는 모습을 보고, 구위로 확인하고 만족감을 표현하셨다. 147km/h가 전광판에 찍힌 모습을 보고 김 감독님께서 ‘앞으로 강화로 나오지 않고 문학으로 가면 될 것 같다’고 농담을 하시더라. 평소에도 나한테 농담을 많이 하신다.
▲방출 이후 불안한 마음은 없었나
개인적으로는 롯데 2군에서 공을 열심히 던지고 있었다. 그걸 보고 상대 팀 선수들도 ‘왜 이렇게 좋아졌어요’라고 할 정도였다. 솔직히는 몇 팀에서 연락이 올 것이란 기대는 하고 있었고, 2군 경기도 최선을 다해서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빨리, SSG에서 연락이 바로 올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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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김영구 기자 |
이제 연차가 어느 정도 되고 고참 선수가 됐다. 그렇지만 구위나 나이 때문에 팀에서 외면을 받거나 방출을 당하더라도 그 경험들이 결코 헛되진 않았다고 생각한다. 지금 은퇴 위기에 처해있거나, 노장이라서 팀 전력에서 배제된 선수들 역시 어린 선수들이 갖지 못한 경험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걸 많은 분이 생각해주셨으면 한다. 그 선수들 또한 기술 면에선 부족한 부분이 없다. 힘에선 부족하더라도 잘 준비한다면 어린 선수들과도 경쟁할 수 있다고 본다. 지금 현역의 끈을 놓지 않고 준비하고 있는 선수에게도 ‘끝까지 도전하고 준비하고 기다려라’는 말을 해줬다. 또 그런 선수가 더 있다면 끝까지 해봤으면 좋겠다. 놀고 먹어서 그냥 쉽게 십수년 차 선수가 된 건 아니지 않나.
▲올해 준비 포인트는?
우선 너클볼은 구속을 140km/h 중반 까지 올렸기 때문에, 의존도는 크지 않다. 그냥 가지고만 있는 정도다. 체계적인 루틴과 운동 스케쥴을 소화하면서 따로 변화는 주지 않고 있다. 그런 구속과 컨디션을 잘 유지하는 게 올해의 포인트인 것 같다.
▲가장 좋았던 2012~2013년과 비교한 현재 몸 상태는?
당시와 비교하면 10kg이 더 나간다. 전성기 때와 같은 좋은 상태로 해보려고 했는데, 오히려 지금은 채식을해서 몸을 만들어 놓은 상태라 체중을 빼면 힘이 없더라. 그래서 시즌 끝까지 지금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투구적으로 보면 2012년도의 비슷했던 그 느낌도 현재 가지고 있다.
▲전성기의 몸 상태로 던지고 싶다는 생각도 있나
그런 생각을 하긴 한다. 옛날 같았으면 5회 60구 정도였으면 ‘7,8회에는 무조건 올라갈텐데’라는 생각을 했다. (14일 상황을 복기하면서) 하지만 투수는 위기를 2번 겪고 80개를 던졌는지, 쉽게 삼자범퇴를 하면서 5회까지 80구를 던졌는지에 따라서 차이가 많이 난다. 투구수가 적더라도 위기가 많으면 100구를 던진 것 만큼 힘이 든다. ‘예전같으면 힘으로 눌렀을텐데’란 생각을 할 때도 있다.
▲올 시즌 개인 목표는?
개인 타이틀과 앞으로의 시즌 목표가 없다. 나는 내가 지금 이 팀에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지 잘 아는 선수다. 감독 코치님이 올해 내 스케줄을 짜고, 그걸 이어갈 것이고, 나는 그저 오더가 나온 맡은 바 내 임무를 잘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다보면 4~6월이 지나서 상황이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개인 목표는 따로 없다.
▲기존 선발 투수 박종훈, 문승원 등 부상 선수들이 시즌 중 돌아올텐데
감독님 코치님이 힘이 떨어졌다고 한다면(선발 자리는 바뀔 수 있다.) 지금 2명의 돌아올 선
[(인천)=김원익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