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형 SSG 감독의 별명은 '어린 왕자'다.
곱상한 외모에 고졸 신인으로 무너져가는 쌍방울 레이더스를 사실상 홀로 책임지던 이미지가 남아 있다. 때문에 스포츠 판에서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별명을 갖고 있다.
드러나는 행동도 늘 조심스럽고 주위를 편안하게 해 주는 능력을 갖고 있다. 외모와 행동 모두 별명과 잘 어울린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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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원형 SSG 감독이 팀을 개막 이후 10연승으로 이끌었다. 김원형 감독은 자상한 외모 속에 무서운 야수를 숨겨 놓은 지도자다. 잠실(서울)=천정환 MK스포츠 기자 |
SSG 코치 A는 "부드럽게만 보이지만 가슴 속엔 강한 무언가가 숨겨져 있는 지도자다. 골프만 쳐 봐도 승부욕이 얼마나 강한지 잘 알 수 있다. 지고는 못 사는 성격이다. 프로야구에서 승.패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만 지는 것을 못 견뎌한다. 어떻게든 이기는 야구를 하기 위해 많이 고민하고 노력한다. 무서울 땐 정말 무섭다. 외모만 보고 판단해선 안되는 스타일"이라고 설명 했다.
승부욕이 지나치게 강한 사람들이 쉽게 범할 수 있는 실수가 독단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이기고 싶다는 마음이 너무 앞서다 보니 귀가 닫히고 스스로 결정한 부분을 그대로 밀어 붙이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면 주위에 사람이 없어지고 결국 그릇된 결정으로 피해를 보게 된다.
그러나 김 감독은 귀가 열려 있는 지도자다. 야수의 울부짖음이 가슴 속에 숨어 있지만 그 사이로 들려오는 작은 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줄 안다.
SSG 코치 B는 "투수 출신에다 투수 코치와 수석 코치까지 했던 인물이다. 투수에 대해선 지식이 대단히 풍부하다. 대부분 감독의 결정이 옳을 때가 많다. 하지만 중요한 결정을 할 때 자기 마음대로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주위에 물어보고 의견을 구한다. 쉬운 일이 결코 아니다. 자신이 잘 알고 있는 분야지만 투수 부문에 대해서도 많이 묻고 의견을 참고한다. 그런 모습에서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승부욕이 그렇게 강한 사람이 남의 말에는 또 귀를 기울일 줄 알기 때문에 실패가 적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결 같은 지도 방법을 유지하는 것도 김 감독의 장점이다.
간혹 코치 때와 감독이 됐을 때 차이가 크게 나는 감독이 있다. 코치 때는 선수들과 소통도 원활하고 타인의 의견을 존중하다가도 감독이 되면 독불 장군이 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김원형 감독에게는 볼 수 없는 모습이다.
SSG코치 C는 "코치 때나 감독이 됐을 때나 달라진 것이 없다. 선수들과 활발하게 소통하고 코치들과도 대화를 많이 나눈다. 감독이 됐다고 달라진 것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외롭고 고독한 결단을 내려야 할 때가 많겠지만 티 내지 않고 주위를 편안하게 해 주려고 노력한다. 코치 때와 달라진게 거의 없으니 선수들도 믿고 따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타인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기는 하지만 한 번 믿고 밀어 붙이는 일에 대해선 후퇴하는 법이 없다. 이 길이 옳다고 생각하면 강하게 밀어 붙이는 강단도 갖고 있다.
최지훈과 박성한을 믿고 키워낸 힘이 거기에서 나왔다.
코치 A는 "최지훈이나 박성한이 처음엔 공격도 신통찮고 수비 실수도 많아 다른 선수를 좀 써 보자는 제안을 했었다. 하지만 그 둘만은 건드리지 못하게 했다. 팀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키워야 하는 선수들이라는 믿음이 확실했다. 그런 강단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최지훈과 박성한이 있는 것이다. 통찰력 있고 과감하며 두려움 없이 강단 있는 모습을 그 둘을 키우는 것에서 발견했다"고 말했다.
이제 감독 2년차다. 뭔가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기엔 한참 모자란 시간이다. 그러나 김원형 감독은 조금씩 자신의 야구를 만들어가고 있다.
늘 한결같고 남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줄 알지만 자신이 믿고 있는 것에 대해선 밀어 붙일 줄도 아는 강단 있는 지도자. 이 정도가 지금까지 김원형 감독이 그려 놓은 '김원형 리더십'의 실체다.
코치 C는 "지금이 완벽한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