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하면서 15삼진을 당한 경기를 이긴 것은 처음 인 듯 하다."
이호준 LG 타격 코치가 지난 3일 광주 KIA전을 두고 한 말이다.
이날 LG는 KIA 투수들에게 삼진을 무려 15개나 당했다. 27개의 아웃 카우트 중 절반 이상을 삼진으로 물러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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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 선수들이 10일 잠실 NC전서 승리한 뒤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잠실(서울)=천정환 MK스포츠 기자 |
그러나 LG는 아무런 조치 없이 그냥 흘러갔다. 이후에도 원래 하던대로만 훈련을 했다.
경기를 이겼기 때문이다. LG는 이날 경기서 KIA에 3-2로 승리를 거뒀다. 팀이 원하는 목표를 달성한 셈이었다. 그래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모칭민 LG 보조 타격 코치는 이호준 메인 타격 코치에게 "오늘 삼진이 15개나 나왔습니다. 괜찮을까요?"라고 의견을 구했다. 이 코치의 답은 간단했다. "삼진도 많았지만 안타도 10개나 쳤지 않나. 그리고 우리가 이겼다. 이기면 된 것이다. 선수들에게 쓸데 없는 스트레스를 주지 말자."
달라진 LG를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에피소드다.
지난 해까지 LG는 타격 성적에 대단히 많은 신경을 썼다. 팀 타율과 팀 홈런 등 타자들의 능력을 잴 수 있는 지표에 관심이 많았다.
경기에 이겨도 내용이 좋지 못하면 비상이 걸렸다. 승리의 기쁨을 누릴 틈 따위는 없었다.
하지만 이호준 코치가 부임하며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 코치는 꼭 안타나 홈런이 아니어도 점수를 낼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게 있고 기록상 손해를 보더라도 점수를 올릴 수 있는 길도 여러가지가 있다는 접근법을 갖고 있다.
타자들 입장에선 부담을 크게 덜 수 있는 지도 방식이다. 꼭 안타나 홈런을 쳐야 칭찬 받던 분위기에서 어떻게든 점수만 만들어 내면 박수 받고 인정 받을 수 있는 분위기로 팀 컬러가 바뀌어 가고 있다.
이 코치는 "우리 선수들이 그동안 찬스에서 꼭 해결을 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 같은 것들이 강했다. 그 부분을 풀어줘야 겠다고 마음 먹었다. 야구는 점수가 나면 이기는 스포츠다. 과정까지 완벽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팀 배팅으로 주자를 3루로 보내고 또 땅볼로 1점이 난다면 그것 또한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이다. 꼭 화려한 안타나 홈런이 많아야 하는 것이 아니다. 난 타격 코치지만 팀 타율 같은 건 보지 않는다. 팀의 득점과 순위만 본다. 팀이 이기기 위해 야구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선수들도 달라진 분위기에 조금씩 적응해 가는 것 같다. 찬스에도 좀 더 과감해지고 대범해 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만 된다면 좀 더 강한 팀이 될 수 있다. 감독님이 나의 이런 방식에 전적으로 동의를 해 주시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밝혔다.
삼진 15개를 당해도 칭찬 받을 수 있는 팀. 찬스에서 조금만 집중력을 가지고 타격을 하면 박수 받을 수 있는 팀. 새로운 팀 LG는 그렇게 만들어지고 있었다.
어찌 보면 그 어느 해 보다 젊은 피들의 약진이 돋보이는 것도 이처럼 바뀐 분위기가 한 몫을 하
달라진 LG는 그만큼 매력적인 얼굴로 새 아침을 맞고 있다. 이 분위기가 계속 이어질 수만 있다면 LG는 진짜 좀 더 높은 곳을 꿈꿀 수 있게 될런지도 모른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