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들의 솔선수범이 힘이 되고 있다."
개막 이후 연승을 달렸던 LG 류지현 감독이 한 말이다. 흔히 잘 나가는 팀에서 나올 수 있는 이야기이기는 했다.
잘 나가는 팀들은 베테랑들이 팀을 이끌고 젊은 선수들이 기반을 닦는 그림이 그려지게 마련이다. LG라고 특별할 것은 없었다고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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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오후 고척스카이돔에서 2022 KBO리그 LG 트윈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가 벌어졌다. 5회초 2사에서 LG 김현수가 1점 홈런을 쳐 3G 연속 홈런을 기록했다. 사진(서울 고척)=김재현 기자 |
문보경 송찬의 등 새 얼굴들이 성장하는데 있어 베테랑들의 노력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큰 도움이 됐다.
이호준 LG 타격 코치는 "스프링캠프서 베테랑 들에게는 특별히 할 말이 없었다. 기술적인 조언은 했지만 훈련을 하는데 있어서는 내가 잔소리를 할 필요가 없었다. 남들보다 먼저 훈련을 시작하는 얼리 워크 부터 나머지 훈련까지 베테랑들이 다 알아서 훈련을 했다. 내가 뭐라 할 필요가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남다 보니 젊은 선수들에게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었다. 스프링캠프 내내 젊은 선수들과 씨름할 수 있는 여유를 베테랑들이 만들어줬다. 단순히 덕아웃에서 박수치고 파이팅 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그 누구보다 앞장서서 훈련하고 한 번이라도 더 치려고 노력하는 모습에서 후배들이 배우는 것이 많았다. 코치 입장에서도 젊은 선수들에게 시간을 쏟을 수 있는 여유를 만들어줬다. LG 베테랑들의 헌신은 매우 특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베테랑들에게 시간을 많이 써야 하는 팀은 상대적으로 젊은 선수들이 주목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기 마련이다. 일단 팀의 중심을 잡고 있는 선수들에게 먼저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LG는 그 시간을 줄여 젊은 선수들에게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베테랑들이 알아서 자신의 할 일을 찾아 했기 때문이다.
김현수 같이 자신의 자리가 확고한 선수들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김민성 서건창 등 자신의 자리를 위협받고 있는 선수들도 군소리 없이 자신의 할 몫을 다해냈다.
입지가 흔들린다고 해서 입이 나와 있다거나 훈련을 등한시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호준 코치가 "잔소리 할 일이 없었다"고 말한 이유다.
베테랑들이 알아서 움직이고 알아서 할 일을 해 줬기에 이 코치는 그들을 믿고 젊은 선수들과 땀을 흘릴 수 있었다.
시즌 초반 젊은 피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우연의 일치로 젊은 선수들이 먼저 치고 나간 것이 아니다.
치고 나갈 수 있는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스프링캠프 훈련을 충실히 했기 때문이다. LG 베테랑들의 솔선 수범이 더욱 빛나는 이유다.
이호준 코치는 "젊은 선수들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하고 있다. 다행히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어 더욱 보람이 있다. 베테랑들이 알아서 움직여 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LG가 강팀으로 갈 수 있는 좋은 조건을 갖춘 팀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지금도 그런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절대 쉽게
LG는 그렇게 또 한 뼘 성장을 했다. 연승은 끊어졌지만 여전히 좋은 기운은 남아 있다. 선수들 스스로 만든 분위기다. 이 코치의 말 처럼 LG는 이제 작은 외풍에 쉽게 허물어 지는 팀에서 벗어났는지도 모른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