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은지는 조금 됐다. 그 이후로 페이스 조절을 하기 시작한 거 같다."
지난 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클리어워터의 베이케어 볼파크에서 열린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그레이프푸르트리그 원정경기를 마친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박효준(26)은 기자에게 개막 로스터 진입 사실을 밝혔다.
그날의 헤드라인감이었지만, 바로 기사를 쓸 수는 없었다. '구단이 발표하기전까지 공개를 미뤄달라'는 선수의 정중한 부탁이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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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효준은 생애 첫 개막로스터 진입의 영광을 안았다. 사진= MK스포츠 DB |
데릭 쉘튼 감독으로부터 직접 개막 로스터 합류 통보를 받았다고 밝힌 그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심쿵'했다. 기분좋게 이야기를 끝냈다. 주위에서도 축하를 많이 해줬다"며 당시 느꼈던 소감을 전했다.
이미 지난 시즌 빅리그 데뷔의 기쁨을 맛봤던 그다. 그 기쁨과 비교하면 감동이 조금 덜한 것도 사실. 그럼에도 개막 로스터는 메이저리거들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이번이 첫 개막 로스터 합류인 그는 "내게는 첫 경험이기에 의미 있을 거 같다"며 말을 이었다.
개막 로스터에 어떤 선수가 합류하느냐는 캠프 기간 가장 주된 관심사다. 그만큼 중요하다. 그러나 벤 체링턴 파이어리츠 단장의 말처럼 개막 로스터가 "과장된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개막전에 참가한 선수 명단을 끝까지 밀고가는 팀은 어디에도 없다. 162경기 마라톤 내내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많은 이동이 발생한다.
박효준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는 바로 진지한 표정으로 "(기쁨을) 느낄 겨를이 없다. 마냥 좋기보다는 마음가짐을 더 단단하게 먹게된다"고 말했다.
그에게는 더 큰 목표가 있다. "목표는 빅리그에서 풀타임을 소화하는 것이다. 시즌 첫 한 달간 좋은 모습을 보여서 최대한 오래 끝까지 남는 것이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꾸준히 키워온 체격에서 나오는 장타력과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다재다능함이 무기인 그는 "수비에서는 당연히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한다. 타석에서도 좋은 내용, 좋은 결과를 가져오고싶다. 두 방면에서 다 보여줘야할 것"이라며 공수 양면에서 필요한 선수가 되고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 개막 로스터에는 그와 함께 피츠버그로 트레이드된 디에고 카스티요(25)가 함께해 의미를 더한다. 지난 시즌 도중 더블A에서 트리플A로 승격된 이후 18경기에서 54타수 15안타 3홈런 7타점 기록하며 두각을 나타냈던 그는 시범경기에서도 14경기에서 35타수 13안타 6홈런 12타점을 기록,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박효준은 "누구보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자격 있다"며 양키스 입단 동기의 빅리그 로스터 합류를 축하했다. 최근 인스타그램에 카스티요가 한국말을 하는 영상을 올렸던 그는 "어머니가 한국 드라마를 좋아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한국어를 알려달라고 했다"며 둘 사이 있었던 일화도 소개했다.
피츠버그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원정 4연전으로 시즌을 시작한다. 그는 "타석에서는 보통 투수와 1대1 승부라 생각하는데 세인트루이스와 할 때는 2대1로 싸운 거 같다"며 베테랑 포수 야디에르 몰리나의 존재감에 대해 말했다. "타석에서 타자가 어떤 습관을 갖고 어떤 공에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읽고 대응하기에 타자 입장에서 머리가 아프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한 번 경험했으니 더 나아질
그다음에는 시카고 컵스와 홈개막전이다. 홈개막전도 특별한 의미로 다가올 터. 그는 "엄청 들뜰 거 같다"고 말하면서도 "그전에 해야 할 것을 먼저 하면서 준비하는 것이 맞다"며 다시 한 번 침착한 자세를 주문했다.
[클리어워터(미국) =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