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끝날 거 같지않던 지루한 노사간의 줄다리기를 넘어, 번갯불에 콩구워먹듯 정신없이 지나간 FA 시장과 스프링캠프를 넘어, 마침내 2022시즌 메이저리그가 찾아온다.
이 역사적인 시즌 개막을 기념하여 이번 시즌에 대한 열 가지 예상을 해봤다. 어디까지나 예상이다.
류현진은 25경기 이상, 30경기 미만을 소화한다
지난 시즌 류현진은 데뷔 이후 가장 많은 31경기를 소화했다. 31경기중 13경기는 4일 휴식 등판이었다.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빡빡한 일정이었다. 그럼에도 류현진은 팀내 최고 연봉 선발 투수로서 책임감을 갖고 여기에 임했다. 아쉽게도 결과는 안좋았다. 팀이 제일 필요로했던 시즌 마지막 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1.20으로 무너졌다. 팀은 이 네 경기 2승 2패 기록했다. 류현진은 "문제는 제구였다"며 자신의 책임으로 돌렸지만, 팀이 그를 성공할 수 있는 위치에 올려놨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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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현진은 토론토에서 세 번째 시즌을 맞이한다. 사진= MK스포츠 DB |
김하성은 80경기 이상 선발 출전한다
김하성은 스프링캠프 13경기에서 30타수 11안타 1홈런 5타점 기록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캠프의 성공이 시즌의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소한 1년전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선수 자신도 "지난해보다 편해졌다"며 미국 무대에 적응해가고 있음을 인정했다.
주전 유격수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의 손목 골절 이탈은 그에게 더 많은 기회를 가져다줄 것이다. 밑에서 유망주 랭킹 1위 CJ 에이브람스가 무서운 속도로 치고 올라오고 있지만, 일단은 그에게도 기회가 갈 것이다. 일단 이 기회를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타격만 할 수 있다면 팀은 없는 자리라도 만들어서 그에게 기회를 줄 것이다. 지난 시즌 63경기 선발 출전했지만, 8월 이후에는 14경기 선발에 그쳤다. 이번 시즌은 그보다 많은 선발 기회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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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지만의 출루 능력은 올해도 빛날 것이다. 사진=ⓒAFPBBNews = News1 |
최지만은 출루율 커리어 하이를 기록한다
탬파베이 레이스의 최지만은 지난 시즌 우울한 시간을 보냈다. 캠프 때부터 무릎 부상을 시작으로 시즌 내내 부상을 달고 다니며 83경기 출전에 그쳤다. 아직도 완전한 상태는 아니다. 캠프 기간 스윙할 때 무릎에 부담을 줄이기 위한 변화도 줘봤는데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지는 못했다. 시즌 내내 관리가 필요해보인다.
최지만은 2019년 19홈런이 커리어 하이일 정도로 많은 홈런을 때리는 타자는 아니다. 그러나 좋은 선구안을 바탕으로 외야의 수비 갭을 공략하는 스타일의 타격을 하고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가끔 1번 타자로 나갈 때도 있다. 이번 캠프에서도 5개의 삼진을 당하는 사이 10개의 볼넷을 골랐다. 정규시즌에도 이같은 비율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출루 능력은 이어갈 수도 있다. 2019년 기록한 출루율 커리어 하이(0.363)를 넘어설 수도 있다.
한국인 선수가 한 팀으로 뛰는 것을 목격한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박효준은 지난 시즌 149타석에서 홈런 3개 포함 10개의 장타를 때렸고 1루와 포수, 투수를 제외한 전포지션을 소화하며 다양성을 보여줬다. 이번 시범경기에서도 26타수 8안타 2홈런 2타점으로 좋은 모습 보여줬다. '베이스볼 레퍼런스'에 따르면 이번 캠프에서 그가 상대한 투수들의 평균 수준은 트리플A급이었다. 캠프에서 다양한 레벨의 투수들을 만나는 것을 고려하면 굉장히 높은 수준이었고, 여기서 실력을 보여줬다. 다른 유망주 랭킹 상위권 선수들처럼 눈에 띄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도 궂은 일 도맡아하며 많은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트리플A에서 시작하는 배지환도 빅리그 진출을 노린다. 박효준과 닮은 구석이 많다. 유격수로 시작해 2루, 이어 외야로 수비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후반기쯤 두 선수가 같은 메이저리그 팀에서 뛰는 모습을 볼 수도 있다. 지금까지 한국인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한 팀에서 함께 뛴 것은 2005년 콜로라도(김병현, 김선우) 2005년 메츠(구대성, 서재응) 2007년 탬파베이(서재응, 류재국)가 있었다. 야수 두 명이 함께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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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쉐인 비버의 사이영상 수상을 예상한 이는 몇 명이나 있었을까? 사진=ⓒAFPBBNews = News1 |
이번 시즌은 노사 분규 여파로 스프링캠프가 짧았다. 스프링캠프는 이전에도 '너무 길다'는 불만이 제기됐었다. 이런 불만은 주로 타자들이 해왔다. 타자들에게는 3주 정도면 시즌을 준비하기에 적당한 시간인 것. 타자들은 컨디션을 끌어올리는데 문제가 없을 듯하다. 문제는 선발 투수들이다. 아무리 캠프 합류전 숙제를 해왔다고 하지만, 짧은 캠프 기간 급하게 빌드업한 여파가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짧은 캠프를 치르고 시즌에 돌입했던 지난 2020년에도 특히 선발 투수들 사이에서 부상자가 쏟아져나왓다. 하물며 이번에는 162경기 시즌이다. 선바 투수들에게 굉장히 힘든 한 해가 예상된다. 2020년 쉐인 비버가 그랬듯, 올해도 예상밖의 인물이 사이영상을 받을 수도 있다.
'피치컴'은 대세가 된다.
이번 시범경기에서는 '사인 훔치기'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의 전자 장비, 일명 '피치컴'이 시범 도입됐다. 포수가 수신호 대신 손목 패드에 버튼을 누르면 투수가 모자에 착용한 스피커를 통해 구종과 코스를 듣는 방식으로 사인 교환을 진행한다. 야수들도 최대 세 명까지 이 신호를 같이 들을 수 있다. 변화에 대한 거부감이 심한 메이저리그지만, 피치컴만큼은 예외다. 현장에서 이구동성으로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본래 목적은 사인 훔치기를 방지하는 것이지만, 경기 흐름을 빠르게한다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다. 케빈 캐시 탬파베이 감독은 "선수들이 정말 좋아한다. 나도 100% 지지한다. 경기 속도를 빠르게한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시즌이 시작되고 이 장비의 효과가 입증되면 빠른 속도로 대세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프시즌의 저주'는 이어진다
오프시즌의 승자가 정작 시즌에서는 승자가 되지 못하는 이른바 '오프시즌의 저주'는 올해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가장 불안한 팀은 텍사스 레인저스다. 코리 시거에게 10년 3억2500만 달러, 마르커스 시미엔에게 7년 1억 7500만 달러 계약을 안겨줬다. 이 두 선수가 나쁜 선수라는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이 금액의 조금만이라도 투수진 보강에 투자했으면 어땠을까. 지난 시즌과 비교해 선발진에서 달라진 것은 존 그레이, 마틴 페레즈 두 명뿐이다. '더 좋아졌다'고 장담하기 어려운 변화다. 타자 보강에만 열을 올리면 어떤 팀이 되는지는 이미 같은 지구의 LA에인절스가 잘 보여주고 있다.
시애틀은 가뭄을 끝낸다
반면 같은 지구의 시애틀 매리너스는 생산적인 겨울을 보냈다. 선발 로비 레이, 내야수 애덤 프레이지어, 에우헤니오 수아레즈, 외야수 제시 윙커를 영입했다. 여기에 정상급 유망주 훌리오 로드리게스도 합류한다. 지난 시즌에 90승을 거두며 포스트시즌 문턱까지 갔던 이들은 기존의 탄탄한 전력에 포지션별로 전력 보강에 성공했다. 이제 2001년 챔피언십시리즈 패배 이후 이어지고 있는 포스트시즌 가뭄을 끝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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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론토는 지난해 91승을 하고도 포스트시즌에 가지 못했다. 사진=ⓒAFPBBNews = News1 |
지난 시즌 아메리칸리그에서는 역대급 치열한 와일드카드 경쟁이 벌어졌고, 그 결과 토론토(91승)와 시애틀(90승)이 '포스트시즌 진출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90승을 넘기고도 포스트시즌에 가지 못했다. 월드시리즈 우승팀 애틀란타 브레이브스가 88승을 기록한 것을 생각하면 참으로 허탈한 결과다. 이번 시즌 와일드카드 진출팀이 세 팀으로 늘지만, 이번에도 같은 일이 벌어지지 말라는 법은 없다.
특히 아메리칸리그 동부 지구처럼 '리빌딩'과 '경쟁'으로 팀의 방향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경우에는 지난 시즌같은 '승수 인플레'가 발생할 수도 있다. 지난해 이 지구에서는 볼티모어 오리올스 혼자 110패를 기록했고 나머지 네 팀은 모두 90승을 넘겼다. '팬그래프스'는 이번 시즌 아메리칸리그 동부 지구 네 팀이 모두 88승으로 동률을 이룰 것이라 예상했다.
국제드래프트가 도입된다
해외 아마추어 선수들을 대상으로 하는 국제드래프트는 꾸준히 논의되고 있는 주제지만, 아직 도입되지 못하고 있다. 이번 노사 협상에서도 결국 양 측이 7월말까지 유보하는 것으로 뜻을 모았다. 7월 25일까지 노사가 국제드래프트 도입에 합의할 경우 국제드래프트 시행과 함께 퀄리파잉 오퍼(FA 지명권 보상)가 동시에 폐지된다. 합의에 실패하면 퀄리파잉 오퍼는 원래대로 유지된다.
국제드래프트는 부패한 해외 유망주 영입 시장을 정화할 수 있는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반면, 선수들 입장에서는 계약금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은 아니다. 국제드래프트 도입 가능성이 보도된 이후 타티스 주니어, 데이빗 오티즈 등 중남미 출신 전현직 선수들이 입을 모아 제도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그러나 이미 해외 아마추어 선수 영입 시장이 배정된 계약금 풀에 따라 움직이는 상황에서 드래프트 도입이 선수들에게 돌아가는 돈을 줄어들게 만든다는 목소리는 설득력을 잃고 있다.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더 이상은 외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2022년은 국제드래프트가 도입되는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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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탬파(미국) =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