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한 조 편성…랭킹 뒤지지만 위협적
역대 전적 3승3패…얕봤다가는 낭패 볼 수도
7개월 뒤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축구 전망
카메룬도 1990년 월드컵에서 8강 돌풍
1990년 6월 8일. 이탈리아 북부 밀라노시의 산 시로 경기장. 7만4천여 관중이 스탠드를 가득 메운 가운데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축구 개막전이 열렸다. 디펜딩 챔피언인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우승팀 아르헨티나와 아프리카 대표 카메룬의 B조 예선 첫 대결. 필자를 포함한 대부분의 관중은 ‘세기의 스타’ 디에고 마라도나가 이끄는 아르헨티나의 승리를 믿어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검은 표범’ 로저 밀러를 앞세운 카메룬은 만만치 않은 전력으로 마라도나를 꽁꽁 묶으며 전반을 무승부로 마무리하더니 후반 22분 프랑수아 오맘비크의 결승골로 1대0 승리를 거두었다. 아르헨티나가 대표팀 간 A매치에서 비(非)유럽, 비남미 국가에 당한 첫 패배였다. 카메룬은 이어 루마니아도 꺾어 2승 1패로 16강전에 진출, 콜롬비아를 누르고 8강전까지 올라 세계를 놀라게 했다.
한국 세계랭킹 29위로 60위 가나에 앞서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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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나 선수들이 아프리카 최종예선에서 원정골 우선 원칙으로 나이지리아를 제치고 2022 국제축구연맹 카타르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한 후 기뻐하고 있다. 사진=AFPBBNews=News1 |
물론 손흥민을 앞세운 한국(세계랭킹 29위)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이끄는 포르투갈(세계랭킹 8위)과 루이스 수아레스가 선봉에 선 우루과이(세계랭킹 16위)보다는 아프리카 대표 가나(세계랭킹 60위)가 쉬운 상대임은 분명해 보인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지난 3월 31일 발표한 축구 세계랭킹은 나름대로 객관적 자료로 산출하기 때문에 신빙성이 있고 이번 대회 조 편성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2010년 허정무 감독이 처음 달성한 원정 월드컵 16강전 진출을 12년 만에 재현하려는 한국 대표팀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감독도 11월 24일 우루과이와의 H조 조별리그 1차전과 11월 28일 가나와의 2차전에서 1승 1무, 또는 2승을 거둔 뒤 12월 2일 포르투갈과의 3차전을 부담 없이 치르려는 전략으로 나설 공산이 크다, 하지만 한국의 상대인 세팀 모두 만만치 않다. 이영표(강원FC 대표) 전 KBS 해설위원이 한국의 16강 진출 가능성을 20%로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3월 세계 69위 UAE에 당한 패배 기억해야
특히 가나를 우습게 봤다가는 낭패하기 쉽다. 우선 가나는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아프리카 최초로 동메달을 땄고 FIFA 17세 이하 월드컵, 20세 이하 월드컵에서도 우승한 비유럽, 비남미 유일의 나라다. 다만 성인 축구 세계 최강을 가리는 월드컵에는 2006년 독일 월드컵에야 첫선을 보여 16강전에 올랐고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8강까지 진출했으나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독일, 포르투갈, 미국으로 짜인 ‘죽음의 조’에 끼어 예선 탈락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는 대륙예선의 관문을 통과하지 못했으나 8년 만에 2022년 대회 본선 무대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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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마스 파티는 시장가치 4000만 유로(531억 원) 등 현재 가나 최고 스타로 통한다. 아스널 소속으로 맨체스터 시티와 2021-22 잉글랜드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홈경기를 치르는 파티. 사진=AFPBBNews=News1 |
아프리카 선수 가운데 월드컵 본선 최다골 기록을 가진 아사모아 기안도 가나 선수다. 기안은 2006 독일 월드컵에서 1골,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3골,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2골로 본선 6골을 기록했다. 기안은 한국축구 대표팀과의 평가전에서 모두 5골이나 뽑았다.
한국축구는 지난 3월 2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축구 아시아지역 A조 최종예선 9차전에서 아시아 최강 이란(세계랭킹 21위)을 2대0으로 잡았다. 그러나 닷새 뒤 두바이에서 가진 아랍에미리트(UAE)와의 최종예선 마지막 10차전에서는 세계랭킹 69위인 UAE에 0대1로 덜미를 잡혀 7승 2무 1패, 아시아 2위로 월드컵 본선에 올랐다. 방심의 허를 찔린 것이다. 오는 11월 열릴 카타르 월드컵 본선까지는 앞으로 7개월이 남았다. 빈틈없는 준비로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이후 12년 만에 16강 진출의 꿈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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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세(용인대 객원교수‧전 동아일보 체육부장)[ⓒ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