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역대 최다 홈런 (221개)보유자인 나지완(37)이 굴욕적인 2군행을 통보 받았다.
개막 엔트리에는 이름을 올렸지만 단 한 타석도 공을 쳐 보지 못했다.
그저 자리만 채우다가 1군 엔트리서 제외됐다. 새카만 후배 투수 이의리의 1군 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해 그가 2군으로 내려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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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지완이 은퇴 기로에 서 있다. 2군에서의 경쟁을 이겨낼 수 있는 마음 가짐을 갖지 못한다면 재기는 불가능해질 수 있다. 사진=김영구 기자 |
3일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LG-KIA전. 1점 차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8회말 1사 후 한 점 뒤진 KIA는 LG 좌완 함덕주를 상대로 황대인이 중전 안타, 김석환이 볼넷으로 출루해 1사 1,2루 찬스를 잡았다. 이 때 김민식 타석에서 나지완이 대타로 기용됐다.
LG도 움직였다. 좌완 함덕주에서 우완 사이드암 스로 정우영으로 투수를 교체됐다. 그러자 다시 KIA 벤치가 움직였다. 우타자 나지완 대신 좌타자 고종욱으로 대타를 다시 기용했다. 정우영이 좌타자에게 약점이 있음을 파고든 전략이었다.
나지완 입장에선 아쉬움이 남을 법 한 대목이었다. 이 한 장면을 위해 경기 전체를 바쳤는데 정작 칠 수 있는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김종국 KIA 감독은 덕아웃 앞에서 나지완의 가슴을 툭툭 쳤다. 위로의 의미였다.
그리고 며칠 뒤 2군행이 결정됐다.
나지완 입장에선 은퇴 위기까지 몰렸다고 할 수 있다. 재기에 성공한다면 기적을 만들 수 있겠지만 현재 2군에서 나지완이 할 수 있는 일은 그다지 많지 않다.
2군 선수들과 경쟁한다는 것 자체가 미안한 일이기 때문이다.
부끄러운 것은 참을 수 있다. 하지만 미안한 마음을 이겨내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몇 년 전 2군에서 스스로 은퇴를 결정한 한 레전드 스타는 말년 2군 경험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2군은 정말 생존을 위해 노력하는 선수들로 가득하다. 거의 스무 살 차이가 나는 후배들이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이를 악물고 덤벼드는데 그 속에서 나만 살자고 땀을 흘리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내가 후배들의 앞 길을 막고 있다는 생각을 버리기 어려웠다. 그래서 스스로 은퇴를 선택했다. 죽을 힘을 다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길을 터줘야겠다는 생각을 2군에서 하게 됐다. 1군에만 있을 땐 몰랐던 것이었다. 2군 생활이 길어지며 2군 선수들에 대한 이해가 생겼다. 나 뿐만 아니라 많은 베테랑 선수들이 2군 선수들과 섞여 훈련하다보면 나와 같은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2군에서 은퇴를 마음 먹게 되는 경우가 많은 이유"라고 말했다.
나지완도 비슷한 길을 걷게 된다. 부끄러운 것은 참을 수 있다. 명예 회복을 위해 얼마든지 참을 수 있다.
하지만 미안한 마음은 선수를 약하게 만든다. 2군 선수들의 앞 길을 막고 있다는 미안함은 죄를 짓는 듯한 마음을 먹게 된다.
나지완이 극복해야 할 문제다. 그 벽을 넘지 못하면 나지완이 먼저 야구를 포기할 수도 있다
참고 기다리며 제 몫을 해내다보면 기회는 오게 된다. 장성호 KBSN 해설 위원은 "시즌을 치르다 보면 2,3번 정도 고비가 오게 돼 있다. 감독은 그럴 때 베테랑 선수를 먼저 찾는다. 기다리면 기회는 온다"고 말
답은 나지완의 마음 속에 있다. 명예 회복을 위해 더욱 독한 마음을 먹을 것인지, 아니면 일반적 경우처럼 미안함의 벽에 막히게 될 것인지를 나지완이 결정해야 한다.
나지완이 내릴 결론은 무엇일까. 은퇴의 기로에 선 나지완의 선택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