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최악의 위기가 닥쳐 왔다고 평가했다. 어쩌면 더 이상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수 있을 거라 말했다.
현실이 그랬다. 자신의 성적은 자꾸 떨어지고 있었고 자신의 자리엔 100% 써야 하는 외국인 선수가 들어왔다. 희망 보다는 절망에 가까운 상황이었다.
LG 베테랑 내야수 김민성(34)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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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 김민성이 벼랑 끝에서 탈출하고 있다. 겨우내 흘린 땀이 김민성의 부활을 이끌고 있다. 사진=천정환 기자 |
지난 해 김민성은 121경기에 나섰지만 타율은 고작 0.222에 불과했다. 홈런도 두자릿수를 넘기지 못했고 타점은 39개에 그쳤다.
출루율이 0.313, 장타율이 0.350에 불과했다. OPS가 0.7을 넘지 못했다.
수비가 중요한 3루수라 하더라도 타격 능력이 너무 떨어졌다. 김민성이 포진한 LG 하위 타선은 타 팀의 집중 공격 대상이 됐다. 약점을 보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눈 앞에는 큰 산이 나타났다. 외국인 선수 리오 루이즈가 팀에 합류한 것이었다. 루이즈는 3루와 2루가 가능한 선수지만 3루수가 주 포지션인 선수다.
또한 LG 2루엔 서건창이 버티고 있었다. 서건창 역시 지난 해 부진한 한 시즌을 보냈다. 그러나 그는 선발 요원인 정찬헌을 주고 데려 온 트레이드 카드다.
팀 입장에선 서건창에게 최대한 기회를 줘야 했다. 김민성이 더욱 밀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어쩌면 김민성에게 더 이상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수 있다고 수근 거렸다.
그러나 김민성만은 포기하지 않았다. 자신의 모자란 부분을 인정하고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자신을 둘러 싼 상황이 여의치 않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포기하거나 도망가는 대신 정정 당당하게 붙어 실력으로 이겨내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그렇게 김민성은 지난 겨울을 뜨겁게 달궜다. 젊은 선수들 보다 많은 훈련량으로 담금질을 했다.
이호준 LG 타격 코치는 "김민성이 스프링캠프서 정말 열심히 했다. 그냥 열심히 했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할 정도로 최선을 다했다. 어쩌면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방황의 시간을 가질 수도 있었지만 김민성은 굴하지 않았다. 누구 보다 솔선 수범하며 훈련 했기 때문에 주위에 끼치는 영향력도 적지 않았다. 김민성이 앞장서서 훈련을 이끄니 후배들도 자연스럽게 따라올 수 밖에 없었다. 그만큼 훈련량이 많았다. 내가 좀 말려보려 해도 듣지 않았다. 주어진 몫 이상의 훈련을 했다. 정말 준비가 잘 된 상황에서 정규 시즌에 들어갔다"고 평가했다.
이제 두 경기를 했을 뿐이지만 김민성이 흘린 땀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개막전에는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지만 대타로 나서 2루타를 뽑아냈다.
그리고 한 경기 만에 다시 스타팅 멤버로 등장했다. 그만큼 개막전서 친 2루타가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그 2루타가 진정한 노력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기에 두 번째 경기만에 선발 출장이라는 기회가 주어졌다.
김민성은 이 기회도 놓치지 않았다. 안타는 하나 뿐이었지만 타점을 올리며 팀의 3-2 승리에 힘을 보탰다. 찬스에서 한 방을 칠 수 있는 노하우를 지닌 베테랑임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두 경기 연속 안타로 5타수2안타가 되며 타율 0.400을 가리키고 있다.
이호준 코치는 "준비를 잘 했고 결과도 나오고 있다. 자리는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김민성이 준비를 잘 했다는 것을 감독님도 알고 있기 때문에 적지 않은 기회가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기회를 김민성이 살리면 된다. 충분히 그럴 자격을 가질만한 훈련을 했다. 좌타자가 중심인 팀에서 귀한 우타자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는 선수다. 김민성에게 분명 기대를 걸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칫 마지막으로 몰
김민성의 야구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가 겨우내 흘린 땀이 증거가 되고 있다. 어쩌면 김민성의 야구는 이제 다시 시작된 것인지도 모른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