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손자' 이정후(24.키움)는 올 시범 경기서 인상적인 결과를 내지 못했다.
타율이 0.267에 그쳤다. 망쳤다고 할 순 없지만 이정후의 이름값을 감안하면 분명 모자란 성적이었다.
홍원기 키움 감독에게 물었다. "아무리 이정후라도 조금 걱정이 되진 않나요?" 홍 감독의 답은 이랬다. "세상 쓸데 없는 것이 이정후 걱정이라고 하잖아요. 제겐 이정후가 제 자리를 찾을 거란 확신이 있습니다."
![]() |
↑ 이정후는 지난 해 타격왕을 차지하고도 만족하지 않고 부족한 부분을 찾아 훈련했다. "이정후 걱정은 쓸데 없는 짓"이라는 평가는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고척(서울)=김재현 기자 |
이정후 걱정이 쓸데 없다는 건 비단 홍 감독만 한 말이 아니었다.
숫자가 증명했다. 이정후는 매년 이정후 다운 야구를 하며 아름다운 숫자를 역사에 남겼다.
이정후의 시즌 최저 타율은 고졸 신인으로 기록한 0.324였다. 0.350을 넘긴 시즌도 2차례나 됐다.
데뷔 이후 5년 동안 매년 150개 이상의 안타를 쳤다. 잠시 슬럼프를 겪는 경우는 있어도 특급에 가까운 성적을 매년 찍어 왔다. 실제로 이정후를 걱정할 필요가 없음을 숫자가 말해주고 있다.
하지만 홍 감독이 이정후 걱정을 하지 않는다고 한 것은 비단 성적만 놓고 한 말이 아니었다.
야구 선수로서 이정후가 갖고 있는 힘을 알고 있기에 그를 걱정하지 않는다고 한 것이었다. 단순히 '야구를 잘하는 선수'에 그치지 않는 이정후의 열정과 노력에 대한 찬사의 의미로 "걱정 않는다"는 극찬을 한 것이었다.
홍 감독은 "이정후는 지난 해 타격왕을 차지한 선수다. 하지만 이정후는 만족이라는 것을 모른다. 최고의 자리에 올랐음에도 또 한 번 변화를 시도하고 더 잘하기 위해 뭔가 바꾸려는 노력을 한다. 그래서 이정후 걱정은 하지 않는다. 스스로 필요한 것을 찾아 노력하는 선수에게 무슨 주문을 하겠는가. 타격왕이 된 뒤에도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 와중에도 자신이 모자란 것이 무엇인지 찾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자연스럽게 이정후를 믿고 맡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게 됐다. 단순히 숫자가 말해주는 가치가 아니라 야구 선수로서 또 한 명의 사회인으로서 갖추고 있는 재능이 뛰어난 선수"라고 말했다.
최고의 자리에서 모자람을 느낀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이정후는 없는 단점도 찾아서 고치려 노력하는 선수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정후를 향한 견제는 매년 그 강도를 더해간다. 하지만 이정후는 늘 그 보다 한 걸음 더 앞서 있다. 견제를 하면 할 수록 더욱 강해지는 것이 이정후다.
언제나 충분히 만족할 만한 성적을 내고도 그에 만족하지 않고 더 높은 곳을 향해 도전해 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국민 타자' 이승엽의 전성기 시절 '살아 있는 전설'이었던 양준혁은 이승엽을 "존경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만족을 모르고 언제나 노력하는 이승엽의 자세에 감명을 받았기 때문이다.
양준혁은 "이승엽은 50 홈런을 치고도 타격 폼을 수정했다.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숫자를 만들어 내고도 그 속에서 부족함을 찾아내 고치려 노력하는 모습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이래서 이승엽이 최고라고 한다는 걸 알게 됐다. 같은 선수로서 존경하는 마음이 생겼다"고 했었다.
지금 이정후의 모습이 딱 그렇다. 늘 정상의 위치에 서 있지만 조금도 나태해 지거나 거만해 지지 않는다. 10번의 기회 중 자신이 실패한 7번의 기회를 최소화 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다.
아직
세상 쓸데 없다는 이정후 걱정. 그 속에는 단순히 그동안 이뤄 온 이정후의 성취만이 담겨 있지 않다. 해답이 없는 타격의 답을 찾기 위해 끊임 없이 노력하는 이정후의 구도의 길에 대한 경탄이 더해져 있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