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제가 잘 못해서 생긴 일이다. 팬들께 죄송하다."
한화는 개막이 코 앞이지만 아직 전력을 완전히 구축하지 못했다. 불펜의 핵심인 마무리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우람은 부진, 강재민은 부상, 김범수는 신뢰 부족으로 확실한 후보가 되지 못하고 있다. 확실한 마무리 없이 시즌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 |
↑ 정우람이 끝내기 안타를 맞은 뒤 허탈해 하고 있다. 사진=김영구 기자 |
'한화 마무리=정우람'이라는 공식이 지난 해 부터 깨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지난 해 성적이 좋지 못했다.
정우람은 지난 해 50경기에 출장했지만 1승4패15세이브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평균 자책점이 5.64나 됐다. 경기의 마무리를 믿고 맡기기엔 수치들이 너무 좋지 못했다.
정우람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가기 시작한 이유였다.
조짐은 2020시즌 부터 있었다. 정우람은 그 해 평균 자책점이 4.80으로 높아졌다. 2019시즌 평균 자책점이 1.54였던 점을 감안하면 수직 상승이라는 표현 외엔 적당한 말을 찾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지난 해 만회를 노렸지만 성과는 더욱 좋지 못했다. 정우람이 제 자리를 찾지 못하며 한화 마무리는 그야말로 혼선을 빚고 있다.
수베로 한화 감독은 스프링캠프와 시범 경기를 통해 마무리를 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우람도 경쟁 대상 중 한 명이 됐다.
그러나 정우람은 이번 시범 경기서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4경기 중 2경기서 실점을 하며 평균 자책점이 13.50으로 치솟았다. 3.1이닝을 던지는 동안 안타를 4개나 맞았고 볼넷도 3개나 기록 됐다.
핀 포인트 제구를 자랑하던 시절의 위용을 되찾지 못했다.
대안이 있었다면 고민을 덜 수 있었겠지만 한화는 불펜 사정이 좋지 못했다.
제 1대안이었던 강재민은 어깨에 염증이 생겨 한 달 이상 전력 이탈이 불가피해졌다. 또 한 명의 후보인 김범수도 시범 경기 평균 자책점이 9.00이나 된다. 아직 안정감과는 거리가 있는 성적이다.
정우람은 모든 것이 자신의 책임같아 마음이 무겁다. 자신이 꿋꿋하게 버텨줬다면 지난 몇년 간 그랬 듯 마무리에 대한 고민은 없이 시즌에 들어갈 수 있었다는 생각 때문이다.
정우람은 "내가 잘 했다면 마무리를 정하는데 혼선도 없었을 것이다. 내 성적이 좋지 못했기 때문에 (경쟁은)어쩔 수 없는 일이 됐다. 그동안 많이 믿어주시고 힘을 주셨던 팬들에게 가장 죄송하다. 한화 뒷문이 약해졌다는 평가를 듣게 한 것에 대해 무거운 마음을 갖고 있다. 최선을 다해 주어진 몫을 해낸다는 생각 뿐이다.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충실하게 시즌 준비를 해 온 만큼 나아진 모습도 보여드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보직은 신경쓰지 않는다. 어떤 상황에 나가건 내 몫을 해내는 것에만 집중할 생각이다. 이런 저런 많은 경험을 해 본만큼 이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시 한 번 팬들에게는 죄송하다"고 말했다.
한화엔 아직 정우람의 힘이 필요하다. 그만한 노하우를 갖고 있는 불펜 투수를 구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정우람이 부활해야 불펜이 한층 두꺼워질 수 있다. 꼭 마무리가 아니더라도
정우람은 시범 경기의 부진을 딛고 다시 예전의 구위를 되찾을 수 있을까.
현재 한화 불펜 상황 속에서는 사실상 유일한 대안이라 할 수 있다. 정우람이 살아야 한화도 한 번 붙어볼 만한 승부를 할 수 있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