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는 있었지만 아쉽다."
지난 24일(이하 한국시간) 플로리다주 브레이든턴 인근의 한 식당에서 만나 배지환(22)의 표정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MLB.com' 선정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유망주 17위에 올라 있는 배지환은 이번 스프링캠프 초청선수 자격으로 합류했지만 22일 마이너리그 캠프로 내려갔다.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서 단 세 경기 나와 5타수 무안타를 기록한 것이 전부였다. 직장폐쇄 여파로 캠프가 짧아지면서 제대로 기회를 잡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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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지환은 이번 시즌을 트리플A에서 시작한다. 사진=ⓒAFPBBNews = News1 |
"메이저리그 클럽하우스는 처음"이라 밝힌 그는 "모르는 선수들을 알아가는 것도 재밌었고, 메이저리그 클럽하우스 분위기를 볼 수 있어 신기했다"며 소감을전했다.
대부분 이미 알고 지내던 선수지만, 가장 친해진 친구는 쓰쓰고 요시토모. 만나자마자 나이부터 물으며 친분을 쌓았다고. "외모는 말이없게 생겼는데 실제로는 말이 낳다. 자신만의 소신이 강해보인다. 영어는 알아듣는거 같은데 말은 통역을 통해 하더라"라며 쓰쓰고에 대한 인상을 전했다.
메이저리그 클럽하우스에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기자들이 들어온다는 것이었다. "선수들이 발가벗고 돌아다니는데 기자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서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선수들도 농담을 하려다가 눈치를 보다니 '나중에 얘기해줄게'라 말하는 것도 낯설었다."
이런 분위기를 제대로 경험해보지 못하고 마이너 캠프로 내려갔지만, 시즌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지난 시즌 더블A에서 84경기 출전해 타율 0.278 출루율 0.359 장타율 0.413 7홈런 31타점 20도루 기록했던 그는 2022시즌 트리플A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시즌을 맞이할 예정이다.
트리플A는 이번 시즌부터 150경기로 늘어난다. 아직 "실전 감각이 부족하다"며 자신의 준비 상황에 대해 아쉬움을 표한 그는 "원래 시즌 초반에는 천천히 시작하는 특징이 있다. 이제 년차도 쌓이고 하다보니 조바심은 나지 않는다. '나중에 되면 잘하겠지' 이렇게 생각한다"며 시즌을 길게 바라보고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횟수로는 5년, 시즌으로는 네 번째 시즌만에 마이너리그 시스템의 최정점에 도달한다. 물론 이것이 빅리그 진출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동시에 많은 마이너리거들이 빅리그의 벽을 느끼고 좌절하는 곳이기도하다.
그는 "형들이 말하기를 트리플A는 희망고문이라고 하더라. (빅리그가) 눈앞에 보이는데 올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도 올해 시즌을 치르고나면 후배들에게 그런 소리를 할지도 모른다"며 웃었다. "바로앞까지 왔으니까 동기부여라 생각하겠다"며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지난 시즌 더블A에서 함께하다 빅리그 무대까지 밟은 로돌포 카스트로, 로안지 콘트레라스, 오닐 크루즈, 맥스 크래닉 등의 동료들은 그에게 동기부여를 불어넣는 존재들이다. "물론 그 선수들은 마이너리그에 일찍 와서 경력도 나보다 많았지만" 어쨌든 함께 뛰던 선수가 실력으로 더 큰 무대로 가는 모습은 자극이 될 수밖에 없을 터.
2022 시즌까지 자동 보호 선수인 그는 "우리 팀이 올해 당장 성적을 내는 것도 아니고 대주자가 필요한 것도 아니기에 나를 (빅리그에) 올릴 필요가 없을 거라는 생각도 하지만,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만 신경쓰기로했다. 주위에서도 그렇게 얘기해주고 있다"며 마음을 다잡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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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지환은 지난 시즌 더블A에서 좋은 모습 보여줬다. 사진= MK스포츠 DB |
"막상 시즌이 눈앞에 왔는데 부담되거나 걱정되는 것은 없다"며 편안한 마음으로 시즌을 맞이하고 있다고 밝힌 그는 "트리플A 공이 메이저리그 공만큼 반발력이 좋아 멀리 간다고 들었다"며 설레는 마음으로 새로운 무대에 대한 도전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그 도전이 계속된다면 멀지않은 미래 빅리그 무대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빨리 PNC파크(피츠버그 홈구장)에 가서 짧은 우측 담장을 넘겨보고싶다
[브레이든턴(미국) =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