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구성에 체육계 인사는 전무
문재인 정부 체육 정책 전철 밟을 듯
새로운 패러다임…체육 정책 바꿔야
사격 진종오 “지난 5년 힘들었다”
20대 대통령선거 열기가 한창이던 지난 2월16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윤석열과 함께 여는 스포츠 르네상스시대’행사가 열렸다. 2008년부터 2016년까지 올림픽 3연패의 위업을 이루었던 ‘사격 황제’ 진종오(서울시청)가 이날 "체육인들에게 지난 5년은 힘든 시기였다"면서 윤석열 후보의 지지를 선언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는 원래 하나였던 체육을 엘리트(전문) 체육 대 생활체육 두 진영으로 갈라치기 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현 정부의 체육 정책에 실망해 윤후보를 택했다는 유도의 이원희, 태권도의 황경선, 쇼트트랙의 고기현, 레슬링의 정지현, 복싱의 박시헌 등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물론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등 일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와 전문체육인들도 2월15일 국회에서 모임을 갖고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으나 역부족이었다.
이제 40여 일 뒤에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게 되고 체육 정책도 새로운 패러다임 아래 설계되고 추진돼야 한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성공적 출범을 위해 3월21일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간 184명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위원장 안철수)의 인적 구성을 보면 지난 5년간 망가진 문재인 정부의 엘리트 체육 정책을 그대로 이어받을 가능성이 크다. 인수위의 7개 분과위원회 가운데 체육은 사회복지문화 분과위원회 소속. 하지만 이 분과위의 인수위원(3명), 전문위원(10명), 실행위원(10명) 중 체육계 인사는 1명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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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1월25일 서울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2022 대한민국 체육인대회 `체육인이 바란다` 행사에 참석, 정견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대한체육회 제공 |
5년 전 문재인 공약 ‘체육인 지원’ 말뿐
5년 전인 제19대 대통령 선거일(5월9일)을 한 달 앞둔 2017년 4월9일, 서울 올림픽공원 역도경기장에서 대한체육회 주도로 ‘2017 대한민국 체육인대회’가 열렸다. 그날 전국에서 올라온 3000여 체육인이 모였고 대통령선거 후보였던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바른정당 유승민,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참석, 정견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문재인 후보는 “더불어민주당은 국위 선양에 앞장서는 체육인들에게 물심양면 최대한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그러나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겠다”고 말해 박수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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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2017 대한민국 체육인대회에서 "국위 선양에 앞장서는 체육인들에게 물심양면 최대한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으나 대통령 재임 기간 엘리트 체육은 퇴보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국민주권선거대책위원회 제공 |
먼저 아시안게임을 보면 1986년 서울대회부터 2014년 인천대회까지 8번의 대회에서 1994년 히로시마 대회만 빼고 7번 모두 일본을 제치고 중국에 이어 종합 2위에 올랐던 한국이 2018년 대회에서 24년 만에 일본에 뒤져 종합 3위로 밀렸다. 한국은 지난해 8월 끝난 2020 도쿄올림픽에서도 종합 10위 이내 진입을 목표로 했으나 16위(금 6, 은 4, 동 10)에 그쳤다.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역시 한국은 금 2, 은 4, 동메달 1개로 종합 14위에 머물렀다. 이는 1992년 알베르빌 올림픽 이후 8번의 동계올림픽에서 6번이나 세계‘톱-10’을 기록했던 한국으로서는 최악의 성적이 아닐 수 없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5년간 엘리트 체육을 홀대한 결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윤석열 당선인 공약 실현도 미지수
윤석열 당선인은 지난 1월25일 서울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대한체육회가 주최한 2022 대한민국 체육인대회 '체육인이 바란다'행사에 참석, “스포츠가 곧 복지"라며 "모든 국민이 자유롭게 스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스포츠권을 보장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생활체육 시설을 확충하고 데이터에 기반한 개인 맞춤형 프로그램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 당선인 캠프는 이날 행사에 앞서 ▲ 국민운동 애플리케이션으로 운동하는 국민들에게 건강보험료 환급 ▲ 체육인 100만 명을 위한 공제회 설립 ▲ 국민체육진흥기금 집행 조정을 통한 체육 사업 예산 비중 확대 ▲ 스포츠지도사 파견 확대로 영유아 체육활동 지원 등 6대 체육 공약을 발표했다.
하지만 윤석열 캠프는 지난 5년간 하향곡선만 그리며 추락한 우리나라 엘리트 체육의 회생 방안에 대한 공약이나 대안 제시는 없었으며 정권 인수위 구성에도 체육 분야를 다룰 사회복지문화 분과위에 체육계 인사가 포함되지 않는 등 윤 당선인 캠프의 엘리트 체육에 대한 인식은 문재인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윤석열 정부의 체육 정책이 문재인 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하는
“국민건강 증진을 위해 생활체육 시스템을 강화하겠다는 대의에는 공감하지만,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나아가 국위를 선양하는 엘리트 체육을 홀대하는 정책은 이제 지양해야 한다.” 국가대표 선수 출신인 한 체육 원로의 충고를 새겨들어야 할 시점이다.
이종세(전 동아일보 체육부장)[ⓒ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