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산 129승 투수' 장원준(37.두산)은 최근 3년간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팀이 필요로 한 순간에는 언제든 마운드에 올랐지만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부상 탓에 마운드에 서지 못한 시간도 길었다.
하지만 장원준은 마지막까지 살아남았다. 그리고 남은 힘을 모두 쏟아 붓고 있다. 4년 만의 승리라는 '기적'도 그리 멀리 있어 보이지 않는다.
↑ 장원준이 스프링캠프 불펜 피칭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4년 만의 승리에도 한 걸음 더 다가갔다. 사진=천정환 기자 |
2군 캠프서 출발했지만 불펜 투구에서 연일 좋은 공을 던진 덕에 캠프 중반, 1군에 합류할 수 있었다. 4차례 불펜 투구를 했는데 모두 좋은 평가를 받았다.
2군 캠프 출발은 올 시즌에는 전력 외로 판정 받을 수 있다는 마지노선이었지다. 하지만 주위의 불안한 시선을 극복하고 좋은 공을 던졌다. 그 결과 1군 캠프에서 다시 경쟁을 할 수 있는 단계까지 업그레이드가 됐다.
현재 평가는 대단히 좋다. 불펜 투구를 하고 있는 투수들 중 손 꼽힐 정도의 구위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2월26일에는 불펜에서 60구까지 소화했다. 50구가 예정돼 있는 투구수였지만 밸런스가 워낙 좋았기 때문에 10개를 더 던졌다.
배영수 두산 불펜 코치는 "장원준의 페이스가 대단히 좋다. 일단 부상이 없기 ??문에 선수가 자신감을 갖고 공을 던지고 있다. 꾸준히 140km 이상의 공을 던지고 있다. 지금 이런 페이스라면 시즌에 들어가면 좀 더 좋은 공을 던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 된다. 지난 해 아프지 않고 완주를 해냈다. 그 경험이 큰 재산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129승이 아무나 올릴 수 있는 승수가 아님을 증명하고 있다. 정규 시즌에서 팀에 적지 않은 힘이 되어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절벽 밑에서 다시 살아 올라온 것이나 다름 없다. 3년이나 승리가 없는 선수에게 뭔가 기대를 건다는 건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김태형 두산 감독도 스프링캠프 전 "장원준의 쓰임새에 대해 이야기 해 달라"는 질문에 "지금으로선 그에 대해 아무런 할 말이 없다"고 했었다.
기대치를 갖지 않고 일단 지켜보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 말이었다.
그러나 장원준은 실력으로 자신의 필요성을 서서히 증명하고 있다. 2군에서 살아 남아 1군 캠프에 합류한 것 자체가 작은 기적이었다.
여기에 1군 캠프서도 인상적인 투구를 하며 개막 엔트리 합류 가능성까지 높여가고 있다.
두산 불펜은 현재 물음표가 가득 남겨져 있다. 이영하가 다시 선발로 돌아가며 이승진 이형범 임창민 김지용 등이 주축이 돼 줘야 하는 상황이다.
과거에 한 차례 이상 인상적인 시즌을 보낸 투수들이지만 새로운 시즌에 확실한 모습을 보여준다고 확신할 수 없다.
이현승도 지난 해 좋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그의 나이를 감안하면 100% 확신을 하긴 어렵다.
홍건희 김강률에게 가기 전에 다리를 만들어 줄 투수가 반드시 필요하다. 지금 페이스라면 장원준에게도 기회가 돌아갈 가능성이 생겼다.
129승을 거두는 동안 1승의 소중함을 알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런 그에게 3년간의 '무승'은 많은 것을 생각하도록 했을 것이다.
때문에 4년 만의 승리라는 기적을 만들기
장원준은 지난 해 팀이 원하는 순간에는 언제든 마운드에 올랐다. 아프지 않은 올 시즌에도 그런 자세를 버리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승리 투수에도 가까워질 수 있다. 기적은 그리 먼 곳에 있지 않은 것인지도 모른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