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준 LG 신임 타격 코치는 하위 타순이 상대 배터리에 너무 쉽게 당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위 타선에도 핵심이 될 수 있는 선수를 심어 놓는 것을 선호하는 유형이다.
새로 부임한 LG에서도 이같은 작업을 하고 있다. 일단 키를 쥐고 있는 선수는 유강남이다. 유강남을 통해 하위 타순의 무게감을 끌어 올리는 계획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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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건창이 새로운 시즌, 9번 타자로 배치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가 터지면 LG는 보다 다양한 득점 루트를 갖게 된다. 사진=김영구 기자 |
현재까지 나온 답은 9번 타자다. 테이블 세터가 어울리는 타자라는 이미지가 있지만 지난 해 테이블 세터로 그다지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1번 타자로는 타율 0.274, 출루율 0.344를 기록했지만 2번 타자로는 0.206의 타율에 0.342의 출루율을 찍었다. 두 타순 모두 출루율이 썩 좋지 못했다.
게다가 LG는 홍창기라는 훌륭한 1번 타자가 있고 2번에는 박해민이 FA로 영입돼 고정 될 가능성이 높다. 서건창이 비집고 들어 갈 틈이 없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서건창의 공격 능력을 마냥 썩혀둘 수는 없다. 그렇게 고민하다 찾은 최적의 타순이 9번 타자다.
서건창이 9번에 배치되면 LG는 세 명의 테이블 세터를 보유한 라인업을 구상할 수 있게 된다. 공격이 1번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9번에서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9,1,2번에 배치된 선수들이 모두 센스가 있고 작전 수행 능력도 갖고 있다. 스스로 해결하는 능력까지 보유하고 있다.
서건창이 9번에서 제 몫을 해준다면 그 시너지 효과는 더욱 커질 수 있다.
특히 하위 타순에서 만들어지는 많지 않는 찬스에서 서건창이 타점과 함께 흐름을 홍창기-박해민에게 넘겨 준다면 LG는 보다 다양한 득점 루트를 만들 수 있게 된다.
서건창은 원래 출루 능력을 갖고 있는 타자였다. 늘 4할대 언저리의 성적을 냈다. 하지만 지난 해 출루율이 0.350으로 크게 떨어졌다. 장기가 사라진 시즌이었던 셈이다.
서건창 스스로 절치 부심하며 맞이하는 시즌. 지난 해 보다 한결 나아진 성적을 기대하게 만든다.
서건창이 전성기 시절 출루율을 회복한다면 LG는 보다 풍요로운 테이블 세터진을 가동할 수 있게 된다. 공격이 9번부터 시작되는 팀은 상대에게 주는 압박감이 상당하다.
다른 팀에선 쉽게 잡고 넘어가는 타순부터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상대 배터리가 가장 싫어하는 조합이 될 수 있다.
LG는 지난 해 득점 루트가 한정돼 있었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득점 루트가 뻔하다 보니 홍창기가 아무리 많이 나가도 상대에게 위협이 덜 됐다. 기회를 만들 사람
이처럼 '9번 서건창'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서건창이 9번에서 명예 회복을 해 낸다면 LG 공격력은 결코 호락호락하게 볼 수 없는 짜임새를 갖추게 될 것이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