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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호가 지난달 25일 강원도 횡성군 웰리힐리파크에서 열린 제103회 전국동계체육대회 스노보드 알파인 남자 일반부 경기를 마친 뒤 기념촬영에 임하고 있다. [사진 = 스포티즌] |
한국 설상의 역사를 새롭게 쓴 선수도 있다. '배추보이' 이상호(27·하이원)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알파인 평행대회전에서 은메달을 따낸 그는 한국 설상 종목 최초의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설상의 개척자가 된 이상호는 올해 또 하나의 타이틀 획득을 노리고 있다. FIS 월드컵 종합 우승이다. 한 개 또는 두 개 대회가 아닌 한 시즌 동안 꾸준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려야 차지할 수 있는 만큼 설상 선수들은 월드컵 종합 우승을 최고의 영예로 생각한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이 목표를 가슴 속에 새겼던 이상호는 4년 만에 자신의 꿈을 이룰 기회를 잡았다. 2022시즌 7개 대회에 출전해 434점을 획득한 이상호는 2위 스테판 바우마이스터(독일)를 28점 차로 따돌리고 월드컵 종합 랭킹 1위를 달리고 있다. 시즌 종료까지 남은 3개 대회에서 이상호가 앞선 대회와 같은 경기력을 보여준다면 종합 우승이 유력한 상황이다.
이상호는 "올림픽 금메달과 함께 가장 이루고 싶은 목표 중 하나가 월드컵 종합 우승"이라며 "현재 월드컵 종합 랭킹을 최종전까지 유지해 올 시즌을 기분 좋게 마무리하고 싶다. 현재 컨디션은 나쁘지 않다. 지금까지 내가 해온것처럼 경기장에서 모든 걸 쏟아붓겠다"고 강조했다.
올 시즌 열린 월드컵 7개 대회에서 이상호가 보여준 경기력은 눈부셨다. 개인전에서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수확한 그는 혼성 경기에서도 정해람과 함께 동메달 1개를 따는 저력을 발휘했다. 최근 맹활약을 펼친 만큼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역시 이상호의 메달이 예상됐다. 그러나 결과는 아쉬웠다. 8강전에서 0.01초 차로 패하며 5위를 차지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그는 "메달을 따내지 못한 건 아쉽지만 경기장에서 최선을 다한 만큼 후회는 없다"며 "4년 뒤 열리는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대회에서 다시 한 번 포디엄(시상대)에 오를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다음 올림픽을 기약했다.
베이징 올림픽을 도약의 자양분으로 삼은 이상호는 곧바로 남은 시즌 월드컵 대비에 들어갔다. 그는 오는 12일과 13일 이탈리아 피안카발로에서 열리는 월드컵 8차 대회를 시작으로 슬로베니아 로글라 9차 대회, 독일 베르히테스가든 10차 대회에 출전할 예정이다. 관건은 컨디션 관리. 비즈니스석이 아닌 이코노미석을 타고 장거리 비행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상호가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건 쉽지 않다.
그는 "유럽 선수들과 다르게 한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넘어가는 또 하나의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핑계대고 싶지 않다"며 "4년 전부터 이루고 싶었던 월드컵 종합 우승이 남은 3개 대회에서 결정되는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 정신력과 집중력이라는 나만의 강점을 앞세워 올 시즌 마지막 세 경기를 멋지게 치르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경기에 앞서 스노보드 바인딩을 조이는 순간이 가장 기다려진다는 이상호는 올림픽 금메달에 대한 욕심도 드러냈다. 그는 "신기하게도 스노보드가 점점 재미있다. 결승선을 통과한 뒤 내가 원하는 기록이 나왔을 때는 온 몸이 소름돋을 정도로 짜릿하다"며 "30대 중반까지 최고의 기량을 선보이는 스노보드 선수들이 많은 만큼 최대한 오랜 선수 생활을 하고 싶다. 선수 이력에 올림픽 금메달과 월드컵 종합 우승을 추가하고 은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말했다.
최근 출전한 국내 대회에서 자신을 롤모델로 삼는 후배들을 보고 큰 힘을 얻었다는 이상호는 경기장
[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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