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첼시를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비호 아래 사업을 일군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제재 압박을 받으며 끝내 첼시를 포기하게 됐다.
아브라모비치는 3일(한국시간) 첼시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구단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구단과 팬, 직원 그리고 구단의 후원자들을 위해 가장 좋은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구단 매각 대금을 우크라이나 전쟁 희생자들을 위한 자선 재단을 설립하는데 쓸 계획"이라며 "순수성을 의심하지 말아 달라"고 덧붙였다. 포브스 추정 순자산이 133억달러(약 16조원)에 달하는 아브라모비치는 영국 정부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첼시로서는 아쉬움도 느껴지는 소식이다. 아브라모비치는 러시아 신흥 재벌이 된 이후 2003년 첼시 구단을 인수해 19년간 운영해오며 꾸준히 성장시킨 인물이라서다. 첼시는 영국 런던을 연고지로 갖춘 명문 구단으로 평가받으면서도 1955년 리그 우승 1번이 전부였지만 아브라모비치가 팀을 맡아 3조원 가량의 금액을 쏟아부은 이후 EPL 우승 5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2회 등 총 21개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세계 최정상급 팀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스위스의 억만장자 한스요르그 위스, LA 다저스의 공동구단주 토드 보엘리 등이 추후 가능성있는 인수자로 떠오르고 있지만 이들이 얼마만큼의 지원을 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첼시 역시 과도기를 겪게 될 것으로
이같은 결정에도 불구하고 영국 정치권은 여전히 아브라모비치를 제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크리스 브라이언트 노동당 의원은 "아브라모비치가 자산동결 등 제재가 두려워 영국 내 자산을 황급히 처분하려는 것"이라며 "정부가 너무 느리게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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