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는 지난 해 타격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냈다.
팀 타율이 0.250에 그치며 전체 8위에 머물렀다. 막강한 마운드에 비해 빈약한 공격력은 LG가 우승권에 근접하는데 방해가 됐다는 지적이 주를 이뤘다.
타격 코치가 NC서 성과를 냈던 이호준 코치로 바뀐 이유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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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호준 LG 신임 타격 코치가 "안타는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코치의 역설은 보다 넓은 시야의 야구가 필요하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사진=김영구 기자 |
팀 타율이 저조해 영입한 코치가 오히려 팀 타율에는 별반 관심이 없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 속엔 이호준 코치의 확고한 야구관이 담겨 있다.
이 코치는 "팀 타율이 높으면 높을수록 당연히 좋은 일이다. 하지만 타율이 떨어진다고 해서 너무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결국 중요한 건 이기는 점수를 뽑느냐 못 뽑느냐지 반드시 많은 안타를 쳐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무슨 뜻일까. 좀 더 설명이 필요했다.
이 코치는 "LG는 마운드가 좋은 팀이다. 대량 득점으로 승리를 만드는 팀이 아니다. 1,2점 승부에서 꼭 필요한 점수를 뽑을 수 있느냐가 중요한 팀이다. 그런데 찬스에서 꼭 안타가 나와야 점수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또 한동안은 LG가 희생 플라이가 적게 나와 그에 대한 훈련을 따로 하는 일 까지 있었다고 들었다. 선수들에게 너무 부담이 되는 이야기다. 상대가 전진 수비를 하지 않는다면 내야 땅볼로도 점수를 낼 수 있는 것이 야구다. 찬스에서 반드시 안타가 나와야 하는 것은 아니다. 아웃 카운트와 점수를 바꿀 수 있다면 그렇게 1점이라도 따며 달아나는 것이 더 효율적인 야구가 될 수 있다"고 풀이했다.
LG 타자들이 찬스에서 지나치게 안타를 의식해 오히려 좋은 공격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이 코치의 판단이었다.
이 코치는 "직접 와서 보니 좋은 타자들이 정말 많은 팀이다. 다만 지나치게 의식을 하는 것이 좋은 재능을 막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공을 치는 포인트만 해도 그렇다. 모든 타자들이 타이밍을 앞에다 놓고 쳐야 한다는 강박 관념을 갖고 있었다. 야구 하면서 타이밍이 꼭 앞에 있어야 한다는 말은 처음 들어봤다. 차라리 조금 타이밍을 뒤에 놓고 빠르고 간결한 스윙으로 대처하는 것이 훨씬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앞에서 떨어지는 변화구에도 속지 않을 수 있고 선구안도 좋아질 수 있다. 그런데 LG 타자들은 하나같이 타이밍을 앞에 두고 치지 않으면 큰일 날 것 같은 생각을 갖고 있었다. 지나친 강박 관념이다. 지나치게 그런 부분을 의식하다보니 찬스에서 위축되고 어렵게 승부하는 경향이 나타나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선수들과 대화를 통해 그런 부분들을 조금씩 고쳐 나가고 있다. 안타가 아니어도 득점을 할 수 있는 것이 야구고 그것이 야구의 묘미이기도 하다. 찬스에서 위축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넓은 시야를 가지고 타석에 들어서는 것이 LG 야구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식들이 퍼져나가다 보면 찬스에서 보다 집중력 있고 강한 모습을 보여주는 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된다면 팀 타율을 굳이 끌어 올리지 않아도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찬스에서 안타가 펑펑 터져 나오며 많은 점수를 뽑는 야구가 이상적이기는 하다. 하지만 안타가 늘 많이 나올 수는 없는 일이다.
좀 더 시야를 넓혀 안타가 아니어도 점수를 낼 수 있는 야구로 인식이 넓어진다면 타석에서 느끼는 압박감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 "팀 타율이 낮아도 상관 없다"는 이호준 코치의 지도 철학은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한다고 할 수 있다.
야구는 1점이라도 더 내는 팀이 이기는 것이지 안타 수가 많은 팀이 이기는 종목이 아니다. 필요한 점수만 제때 뽑을 수 있다면 이길 수 있는 길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LG 타격의 실패는 결과에 지나치게 집착했던
이 코치의 색다른 접근이 LG 타자들을 조급증에서 구해내며, 넓은 시야를 가진 야구를 할 수 있도록 변화시킬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