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이정후(24) 앓이' 수준이다.
일본 야구계는 이정후의 거취에 관련된 소식이 나올 때마다 반응하고 있다. 연차별 연봉 신기록을 세웠을 때도 그랬고 스프링캠프서 해외 진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힌 후에도 반응이 나왔다.
이정후의 모든 움직임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정후의 해외 진출 목표가 메이저리그를 향해 있는 것을 알지만 그럴수록 '이정후 앓이'는 심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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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야구계의 이정후 앓이가 계속되고 있다. 이정후 영입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각오다. 사진=김영구 기자 |
우선은 빼어난 실력이다.
이정후는 데뷔 첫 해부터 고졸 신인 기록을 차례로 깨 나갔다. 이후 단 한 번도 3할 이하로 타율이 떨어진 적 없다. 지난 시즌엔 타격왕에까지 올랐다.
외국인 선수에게 기대하는 것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똑같다. 큼지막한 한 방을 쳐줄 수 있는 선수들이 첫 손 꼽힌다.
이정후는 홈런 타자는 아니다. 그럼에도 이정후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이정후가 점차 장타력이 살아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메이저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추신수(40. SSG)는 "이정후는 지금 정말 좋은 타격을 하고 있다. 파워가 다소 약하다고는 하지만 시간이 지난수록 장타력에도 힘이 붙을 것"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추신수의 평가를 일본 야구계 역시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 된다.
만에 하나 장타력이 눈에 띄는 발전을 하지 않더라도 이정후가 만들어낼 수 있는 안타와 2루타만으로도 충분히 가치를 다한다는 평가도 있다. 일본 프로야구는 1군 엔트리에 5명의 외국인 선수(코로나 특별룰)를 보유할 수 있게 돼 있다. 홈런은 다른 타자에게 맡겨 놓을 수도 있다. 굳이 이정후가 홈런을 많이 치지 않더라도 안타와 2루타만으로 팀에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일본 야구계의 계산인 것으로 보인다.
스토리가 있는 선수라는 점도 의미가 있다.
이정후는 프리미어 12에서 일본의 에이스 야마모토 요시노부에게 삼진을 당한 뒤 '도쿄 올림픽'에서 갚아주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리고 실제로 올림픽서 만난 야마모토에게 멀티 히트를 때려내는 결실을 보여줬다.
일본 팬들의 팬심을 자극할 수 있는 스토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선수가 이정후라 할 수 있다.
게다가 이정후는 아버지 이종범 LG 2군 감독이 주니치 드래곤즈에서 실패를 맛봤다는 역사를 지닌 선수다. 이정후는 이종범이 주니치서 뛰던 시절 일본에서 태어난 선수다.
자신의 아버지가 괴로움을 겪었던 무대에서 아들이 복수의 방망이를 휘두르는 그림은 일본 팬들에게 짜릿한 희열을 안겨줄 수 있다.
여기에 이정후는 잘생긴 외모와 나이 답지 않은 진득한 인성을 지니고 있는 선수다. 이미 아버지 이종범 2군 감독이 주니치 선수 시절을 포함해 코치 연수 당시에도 성실한 자세로 구단의 높은 신임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아들까지 인품을 갖춘 선수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에 일본 프로야구는 더 큰 매력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자금력에서 메이저리그의 상대가 되지 못하는 일본 프로야구지만 꼭 잡아야 하는 선수라면 투자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계산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프로야구계에 밝은 한 야구 관계자는 "이정후에 대한 일본 프로야구의 관심이 정말 뜨겁다. 누구나 이름 한 번쯤은 들어봤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다. 이정후가 메이저리그에 좀 더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이 알려져 있지만 끝까지 이정후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움직임도 눈에 띈다. 메이저리그와 영입전에서 승리한다면 더 큰 스토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정후가 워낙 메이저리그에 대한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영입 가능성이 높지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