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캠프. 그의 보따리엔 무엇이 담겨져 있을까.
두산 오재원(37)은 지난 해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고작 45경기에 출장하는데 그쳤고 타율은 0.167에 불과했다. 홈런은 단 한 개도 때려내지 못했고 타점은 5개에 머물렀다. 출루율이 0.228, 장타율은 0.208로 바닥을 기었다. OPS가 0.436으로 수준 이하일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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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재원이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 모를 1군 캠프에 합류했다. 이젠 실력으로 보여주는 수 밖에 없다. 여기서도 입증을 못한다면 마지막에 몰릴 수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잔부상도 계속되며 출장 경기수도 계속 줄어들고 있다. 탄탄하게만 보였던 팀 내 입지도 크게 줄어들었다.
부진이 계속된다면 두산도 결단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언제든 '마지막'을 각오하고 뛰어야 하는 이유다.
두산엔 아직 오재원의 존재감이 필요하다. 강승호가 2루를 꿰차기는 했지만 강승호는 아직 1군 무대에서 완전한 모습을 보여준 적 없는 선수다.
풀 타임으로 2루를 맡게 되면 어떤 성적이 나올지 계산이 서지 않는다. 대박이 터질 수도 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1루에도 양석환의 백업을 맡아 줄 선수가 필요하다. 양석환은 3루수 출신이지만 1루 수비가 아주 좋은 편은 못 된다. 경기 막판 1점을 지키는 야구를 하기 위해선 오재원의 수비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수비력만 보고 기다릴 수는 없다. 오재원 스스로 타격에서도 팀에 힘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오재원은 지난 겨울 타격 구도 여행을 떠났다. 미국 야구 타격 재야 고수인 덕 레타 코치에게 다시 한 번 사사를 받았다.
스스로 "마이 코리안 선, 나를 항상 이렇게 불러 주신다. 정답이 없는 문제에 정답을 찾으려 하는 어리석은 나에게 이미 많은 걸 얻었다며, 단 끝까지 싸우는 모습이 보고 싶다며 따뜻하게 안아주셨다. 사랑합니다. 미국 아빠"라는 의미 심장한 글을 남기기도 했다.
타격은 정답이 없다고 한다. 오재원의 이론에 대해 국내 지도자들은 잘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오재원에게 "네가 배워 왔다는 걸 내게 설명해 설득을 시켜달라"고 주문한 코치가 있었을 정도다.
다만 김태형 두산 감독은 오재원이 믿고 있는 이론을 지원해주고 있다. 딱히 손 댈 생각을 하지 않고 꾸준히 기회를 주고 있다.
하지만 그런 지원도 이제는 끊길 가능성이 있다. 더 이상은 기다려주기 어렵기 때문이다.
2군 캠프서 몸을 만들던 오재원은 25일부터 1군 훈련에 합류했다. 이제는 실전 위주의 훈련이 기다리고 있다.
겨우 내 오재원이 갈고 닦았던 타격 기술을 보여줘야 할 때다. 여기서도 살아남기 어려운 수준의 타격을 보여준다면 오재원에게는 더 이상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수 있다.
오재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