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는 불펜 투구를 할 때 많은 사람들에게 질문을 한다.
공을 받아 준 포수에게는 공이 잘 가는 지 볼 끝은 괜찮은지 묻는다. 전력 분석팀을 통해서는 더 많은 정보를 얻는다. 각종 트래킹 데이터를 전달 받는다.
불펜 피칭이라는 것 자체가 테스트의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좋은 결과로 가기 위한 과정이다. 질문이 많아지고 확인할 것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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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덕주가 재활 불펜 등판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통증에만 신경쓰느라 좋은 평가가 나오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사진=천정환 기자 |
함덕주는 지난 해 11월 왼쪽 팔꿈치 뼈조각 제거 수술을 했다. 이후 3개월여 만에 공을 잡기 시작했고 2월엔 불펜 피칭까지 들어갔다.
정상적인 재활 스케줄 보다 한 달 정도 빠른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함덕주의 불펜 피칭은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투수가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하기 위해 첨단 장비까지 동원하지는 않고 있지만 현재 몸 상태에선 베스트 볼을 던지고 있다는 것이 함덕주의 투구를 지켜본 이들의 공통된 견해다.
류지현 감독을 비롯해 공을 받아 본 포수와 곁에서 지켜보던 동료들에게 모두 극찬을 받고 있다.
그러나 정작 함덕주는 자신의 공이 어떻게 가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관심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저 공을 던진 뒤 아프지 않은 것에만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함덕주는 불펜 피칭을 하는 동안 한번도 구속이나 볼 끝의 힘에 대해 물어본 적이 없다. 거기까지 신경을 쓸 정신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프지 않고 던질 수 있다는 것에만 만족하고 있다.
그만큼 부상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했던 함덕주다.
함덕주는 지난 해 트레이드로 LG 유니폼을 입었다. 그 대신 두산으로 간 선수가 양석환 이었다.
양석환은 가자 마자 맹활약을 펼쳤다. 1루수 오재일이 FA로 빠진 자리를 완벽하게 채웠다. 작은 신드롬을 일으키며 두산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함덕주는 이적과 동시에 팔꿈치 통증이 심해졌다. 두산 시절엔 참고 뛸만 했다. 그래서 끝까지 재활로 밀어 붙여 봤다. 수술은 시즌이 끝나고라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일단 아픈 걸 참고 던지려 했다. 팀에 어떻게든 도움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선발을 필요로 하는 팀에 힘을 보태고 싶었다. 재활만으로 버텨보려 했던 이유다.
LG는 5월부터 수술을 원했지만 함덕주는 그 시간에 재활을 선택했다. 결과적으로는 팀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함덕주는 지난 시즌 꿈을 이루지 못했다. 결국 통증에 발목이 잡히며 수술대에 오를 수 밖에 없었다. 팬과 구단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고개도 제대로 들지 못했던 함덕주다.
때문에 지금도 온 신경은 팔꿈치 통증에 모아져 있다. 아프지 않고 던질 수 있다면 누구 보다 잘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통증 관리에만 온 마음을 다하고 있다.
올 시즌엔 반드시 팀에 도움이 되는 투수가 되겠다는 마음 뿐이다. 통증만 없다면 해낼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아직까지 자신의 공이 어떻게 가고 있는지까지 신경쓰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함덕주는 "불펜 피칭 내용이 어땠는지는 물어보지도 않았다. 그저 아프지 않고 던질 수 있게 됐다는 것이 너무 좋을 뿐이다. 단계를 조금씩 높이고 있는데도 아프지 않다. 공을 아프지 않고 던질 수 있다는 것이 이렇게 행복한 것인지 처음 알았다. 팬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