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노트북하고 많이 친해졌습니다.”
프로야구 SSG랜더스 박진우(32) 스카우트는 껄껄 웃었다.
아직은 스카우트보다는 ‘선수’라는 호칭이 익숙한 그다. “생각해보니 1월에도 운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여전히 씩씩한 목소리가 전화기 건너로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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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과 몇 달전만 해도 마운드에서 씩씩하게 공을 뿌리던 박진우 SSG랜더스 스카우트. 이제 매의 눈으로 아마추어 선수들을 관찰하고 있다. 사진=박진우 스카우트 제공 |
하지만 11월이 되자마자, NC가 발표한 방출자 명단에 그가 포함됐다. 이후 KIA타이거즈 테스트를 본 뒤에는 소식이 들리지 않았다.
“그냥 조용히 지내고 있었습니다. 창원에서 몸을 만들면서 또 다른 기회를 얻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2월, SSG 스카우트로 제2의 야구인생을 시작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저도 아직 낯설어요. 다른 분들은 더 하시겠죠. 그런데 오히려 결정을 내리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습니다.”
기자의 눈에는 아직 지난해 10월 세 타자를 삼진으로 잡았던 사이드암 박진우의 인상이 강하다. 아무래도 겨울 동안 생각이 많았을 것 같았다.
“프로에 들어와서 방출이란 걸 처음 경험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담담했습니다. KIA에서도 테스트를 보자고 하고, 다른 구단 테스트도 봤습니다. 저도 선수를 더 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테스트를 볼 때마다 나온 얘기가 ‘스피드’였습니다. 구단에서도 저를 데려다 쓰려면 ‘어느 정도 구속이 나온다’라고 보고를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습니다. 시즌을 마치고, 추운 날씨에 베스트 컨디션이 아니라고 해도 130km 후반대에서 140km는 나와야 하는데, 쉽지 않았습니다. 사실 NC에서도 나오게 된 이유가 ‘구속’이긴 했습니다.”
2019시즌 박진우는 NC 마운드의 만능키이자, 최고의 히트상품이었다.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41경기 140⅔이닝을 소화해 9승 7패 5홀드, 평균자책점 3.14의 성적을 거뒀다. 이동욱 NC 독도 2019시즌 MVP로 그를 뽑았다.
2020시즌에는 다소 부침이 있었다. 2승 2패 7홀드에 평균자책점 5.23. 그래도 NC의 첫 통합 우승을 함께 했다. 하지만 2021시즌 9경기 출전에 그쳤다. 직구 스피드가 130km대로 떨어지면서 쓰임새가 줄었다. 박진우도 “저도 현실을 직시하게 됐다. 스피드 얘기에 스스로 돌아보게 됐다. 또 나이도 이제 서른 중반에 접어들었다. 다시 야구를 할 수 있다고 해도 1~2년 두뒤에는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그때 SSG에서 연락이 왔다. “사실 의외였습니다. 인천에 연고도 없고, SSG에 아는 사람도 별로 없었는데, 스카우트로 같이 일하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사실 저는 프로 입단도 지명을 받지 못하고, 신고선수로 왔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쉽지 않을 것이다’라고 평가를 할 때도 이를 악물고 버텼습니다. ‘이 정도까지 온 것도 대견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오히려 후련하게 결정했습니다. 스카우트도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고, 오래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열심히 해보겠습니다’라고 했습니다.” 박진우 스카우트가 웃었다.
박진우 스카우트는 류선규 단장, 송태일 스카우트팀장과 면접을 본 뒤 정식 채용됐다. SSG구단에 따르면 10개 구단을 망라해 투수 출신 스카우트를 추천받았고, 박진우 스카우트가 그 주인공이 됐다. “선수 때도 상대 팀 타자 파악하고, 관찰하는 걸 좋아하긴 했습니다.” 박 스카우트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스카우트로 일을 하기로 한 뒤, 쉴 새 없는 생활이 반복되는 중이다. “인천에 집부터 구하고, 2월 7일부터 출근했습니다. 인천 집에서는 하루 자고, 계속 출장 중입니다. 대구-부산-창원-광주-고흥을 거쳐 이제 군산입니다. 25일까지 출장입니다.”
입사하자마자 전국 방방곡곡을 돌고 있다. 고교 팀과 대학팀들도 따뜻한 남부지역에서 훈련과 윈터리그식으로 연습경기를 하고 있다. 프로팀 스카우트들도 바빠지는 시기다. 쓸만한 선수들을 확인하기 위한 작업의 시점이기도 하다.
박 스카우트와 전화를 한 시점이 2월 21일이라 첫 출장의 마지막 고지가 보이는 셈이다. 물론 그는 긴 출장의 지루함보다는 스카우트로서 업무 파악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다.
이제 새내기 스카우트인 박진우 스카우트 옆에는 베테랑 스카우트인 허정욱(57) 스카우트가 동행 중이다. 박 스카우트는 “워낙 대선배님이시고, 스카우트로서도 베테랑이시라 옆에서 많은 걸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선수에서 스카우트, 모든 게 달라졌다.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던 그는 이제 사복을 입고 관중석에서 스피드건을 들고 선수들을 지켜본다. 하는 일 자체도 다르다. “(스카우트로 일을 시작하고) 2주 동안 기본적인 업무만 파악한 단계입니다. 아직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스카우트는 아무래도 문서 작업이 많다. 스카우트는 아마추어 선수들의 리포트를 작성해야 한다. 박진우 스카우트는 “노트북하고 친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친해지는 단계다. 아무래도 글을 쓰는 게 가장 힘들더라. 머릿속은 있는데, 글로 표현하는 게 어렵다. 책하고 뉴스 기사를 보면서 많이 공부하고 있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인간이 적응의 동물인 건 분명한 것 같다. 하루에 하나씩만 배우면, 1년이면 365개를 배우는 것이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배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선수 시절에는 스카우트란 존재가 잘 보여야 되는 대상이랄까. 그런데 그냥 편해 보였습니다. 관중석에 앉아서 스피드건만 들고 있는 사람들 같았는데, 막상 해보니 이게 쉽지는 않았습니다. 더울 때나 추울 때나 항상 선수들을 지켜보고, 영상으로 찍고, 기록을 적고, 리포트로 옮겨야 하는데 일이 많더라고요. 또 많이 돌아다녀야 됩니다. 프로 때는 가보지 못했던 곳도 가고, 어찌 보면 장점이라고 할까요? 선수 한 명을 보기 위해 어디든 가고, 안 보이는 곳에서 수고가 많은 직업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다시 껄껄 웃는 박 스카우트였다.
스카우트로서의 포부도 뚜렷했다. 아직 새내기이지만, 새롭게 시작한 야구인생에 열정적인 각오를 전했다.
“공이 빠르고, 잘하는 선수들, 유망주들은 누구나 다 압니다.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성장 가능성이 많은 선수를
[안준철 MK스포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