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복덩이' 양석환(31)이 부상 암초를 만났다.
두산은 22일 "양석환이 21일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은 결과 왼쪽 내복사근이 손상됐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밝혔다.
울산 스프링캠프에 참가 중이던 양석환은 지난 20일 타격 훈련 도중 옆구리 통증을 느꼈고, 21일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았다. 두산은 "양석환은 2주 동안 안정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들었다. 안정을 취한 이후 재검사 결과에 따라 기초 훈련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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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석환이 부상 암초를 만났다. 하지만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재활에 돌입하기로 했다. 여유를 갖는 것이 부상에서 벗어나는데 큰 힘이 될 수 있다. 사진=천정환 기자 |
쉬면 낫는 병인데 나은 듯 하다가도 통증이 재발하는 경우가 많아 골치를 썩힌다.
양석환도 2주 후엔 훈련을 재개할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하기 어렵다. 조심 조심 시간을 보내며 재활을 해야 한다. 다 나을 때까지 성급한 훈련 시도는 독이 될 수도 있다.
게다가 양석환은 지난 해 10월에도 내복사근 부상을 당한 바 있다. 당시 복귀를 서둘렀던 것이 안 좋은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양석환은 생각보다 밝았다. '긍정의 왕'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담대하게 자신의 부상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양석환은 "시즌 때 다치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아직 준비 기간이기 때문에 아프려면 지금 아픈 것이 낫다. 재활은 몸 상태를 보며 차근 차근 진행할 예정이다. 완전히 낫기 전에 절대 무리하지 않을 것이다. 자칫 큰 부상이 될 수 있다. 완전히 통증이 사라진 뒤 복귀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석환이 이처럼 여유를 갖고 있는 것은 이번 겨울 특별한 변신을 모색하거나 하지는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단점을 보완하기 보다는 장점을 도드라지게 만드는 방향으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양석환은 히팅 포인트가 앞에 있는 선수다. 앞에서 걸리면 아크가 넓은 풀 스윙으로 타구를 멀리 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포인트가 극단적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앞에 있다. 투수 입장에선 잘못 걸리면 넘어간다는 부담감을 안게 만드는 타격 기술을 갖고 있다.
약점도 뚜렷하다. 스트라이크처럼 오다가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공에는 약점을 갖고 있다. 포인트가 워낙 앞에 있다 보니 예측이 빗나가는 공에는 어이 없는 스윙이 돌아 나올 수 밖에 없다.
양석환은 지난 해 패스트볼 타율은 0.310이나 됐지만 슬라이더 타율은 0.199에 그쳤다. 상대 투수들은 양석환에게 패스트볼(31.3%) 못지 않게 많은 슬라이더(30.7%)를 던졌다.
스트라이크 존으로 오다 떨어지는 슬라이더로 양석환의 방망이를 유도해 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투수와 수 싸움이 그만큼 중요해졌다고 할 수 있다.
양석환에게는 유리한 대목이다. 풀 시즌을 치르며 다양한 유형의 투수들을 상대해 봤다. 어느 타이밍에 어떤 공을 던질 것인지에 대한 노하우가 많이 쌓였다.
투수들과 수 싸움을 하는데 있어 한결 유리해진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보다 자신감 있게 앞에 타이밍을 두고 맹렬한 스윙을 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져 있다.
양석환도 자신의 단점을 잘 알고 있다. 캠프 시작 전,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변화구에 대한 대비책을 묻는 질문에 "영업 비밀이라 말할 수 없지만 나름의 준비는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양석환의 타격이 컨택트 위주로 바뀌거나 소극적인 공격으로 변신을 시도하지 않았다.
양석환은 "바깥쪽으로 제대로 휘어져 들어가는 변화구에 강점을 갖고 있는 타자도 있나?"라고 반문한 뒤 "내가 가진 장점은 충분히 실려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삼진을 두려워 하지 않고 자신있게 스윙할 것이다. 큰 틀에서 내 스윙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투수들도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스윙으로 좋은 결과가 나온 만큼 내 스윙의 기본은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양석환이 부상 암초를 만난 뒤에도 여유를 갖고 있는 이유다. 약점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고 있고 장점을 살려나가는 단계였기 때문에 급하게 서둘 필요까지는 없었다고 할 수 있다.
양석환은 지난해 28홈런과 96타점으로 커리어 하이 기록을 썼다. 도전 보다는 수성이 더 어렵다고 했다. 자칫 마음이 급해질 수도 있는 상황
하지만 현재 상황에선 욕심을 부리는 것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충분히 통증을 다스린 뒤 복귀하는 것이 진짜 팀을 위한 선택이 될 가능성이 높다.
양석환의 '초 긍정 모드'가 팀에 진짜 힘이 필요로 하는 시즌 개막에 맞춰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