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의 골치를 아프게 했던 페르난데스(32)의 입국 일정이 정해졌다.
페르난데스는 3월 초 한국에 입국해 자가 격리를 마친 뒤 팀 훈련에 합류할 예정이다.
두산으로서는 한숨을 돌릴 수 있는 상황이 됐다. 팀의 주포인 페르난데스의 팀 합류가 늦어지면 페이스를 끌어 올리는데 큰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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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 페르난데스가 지난 해 로하스가 겪었던 고충을 겪고 있다. 그러나 페르난데스는 로하스 보다 안정적 입지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상황이 다소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사진=한신 SNS |
두산은 영상을 통해 페르난데스의 훈련 일정을 체크하며 자가 훈련을 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하지만 야구는 팀 훈련을 하는 것은 분명한 이유가 있다. 개인 훈련 만으로 훈련량을 채울 수 있다면 굳이 이 위험한 시국에 뭉쳐서 훈련할 필요가 없다.
야구의 팀 훈련은 팀 훈련이 갖고 있는 특수성이 있다. 특히 야수들에게 팀 훈련은 더욱 중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A팀 감독은 "야구는 팀 훈련을 해야 원활한 시즌 준비가 가능하다. 홀로 야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동료들과 부딪히며 기술 훈련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선수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경쟁 구도도 형성이 되고 실전에 가까운 공을 치며 타격감도 끌어올릴 수 있다. 투수와 야수는 또 좀 다르다. 투수는 투구를 따로 할 수 있지만 야수는 배팅볼을 칠 수 있는 것이 사실상 훈련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배팅볼을 칠 수 있는 환경을 갖춘 선수라면 그나마 낫지만 그마저도 아니라면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 페르난데스의 경우는 그다지 좋은 케이스는 아니라고 본다"고 발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페르난데스의 시즌 정상 합류에 큰 문제가 없다는 뜻을 밝혔다. 김 감독은 "1차 캠프를 합류하지 못해도 몇 년 째 한국에서 뛰고 있고, 기본 실력도 있는 선수라 알아서 잘할 것"이라며 "또 야수이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감독은 팀 훈련 공백이 야수보다 투수에게 더 불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페르난데스에게는 좋은 교재가 될 수 있는 선수가 있다.
지난해 코로나 19 영향으로 일본 입국이 늦어지며 시즌 전체를 망친 멜 로하스 주니어가 주인공이다. 페르난데스와 로하스는 닮은 듯 다른 훈련 공백기를 가졌다.
로하스는 지난해 입국 비자가 나오지 않아 4월에야 팀에 합류할 수 있었다. 스프링캠프 전체를 날려버렸던 것이다. 짧은 2군 생활을 거쳐 1군에 콜업 됐지만 결과는 최악이었다.
연속 타석 무안타 팀 신기록을 세웠을 정도로 초반 페이스다 좋지 못했다. 부진은 시즌 내내 계속됐다. 9,10월에 다서 살아나는 모습을 보이며 계약 이행이 됐지만 한 때 방출설(로하스는 2년 계약)까지 돌았을 정도였다. 샌즈가 퇴출되며 대안으로 일단 살아 남았다.
로하스 보다는 페르난데스가 좀 더 일찍 팀에 합류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개인 훈련으로 스프링캠프의 대부분을 소화해야 했다는 사실은 똑같다.
로하스는 지난 해 시즌이 끝난 뒤 "솔직히 팀 원들의 페이스를 따라가는 것이 버거웠다. 팀 훈련은 너무 오래 하지 못해 실전 감각을 익히는데 큰 어려움이 있었다"고 털어 놓은 바 있다.
이는 페르난데스에게도 해당되는 어려움일 수 있다. 동료들에 비해 한참 늦은 페이스를 따라잡으려다 오버 페이스를 할 수도 있다. 부상이 걱정되는 대목이다.
또한 확실히 몸 상태 준비가 잘 됐을리 없기 때문에 기초 훈련량을 따라가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로하스도 기본 실력이 있기 때문에 2군 경기 몇 경기 뛰고 나가면 실전 감각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로하스는 쫏기고 있었고 제대로 감을 잡는데 실로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페르난데스가 로하스보다 유리한 대목은 있다. 이미 한국 프로야구에서 검증이 끝난 선수라는 점이다. 시즌 초반 다소 부진하다 하더라도 페널티가 주어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
2군으로 내려갈 수는 있지만 기간은 그리 길지는 않을 것이다. 팀에서 믿고 기다리는 것과 징계성으로 2군으로 내려보내는 것은 무게감의 차원이 다르다.
반면 로하스는 일본 프로야구서 보여준 것이 없는 선수였다. 그가 부진하자 가차 없이 2군 강등이 결정됐다. 외국인 선수 보유가 무제한인 일본에서 로하스와 경쟁할 외국인 타자는 얼마든지 있었다.
로하스의 마음을 더욱 급하게 만든 독이 된 선수 구성이었다.
이처럼 페르난데스의 지연 입국은 페르난데스와 두산에게 짐이 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페르난데스가 그동안 한국 프로야구에서 보여준 것이 있기 때문에 위기를 짧게 끊어갈 수 있는 기회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해 로하스가 한신
닮은 듯 다른 공백기를 가졌던 페르난데스와 로하스. 페르난데스가 로하스의 전철을 밟으며 팀을 어려운 상황으로 몰고가게 될지, 아니면 전혀 다른 결과물을 만들며 팀 타선을 다시 이끌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