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입으로 할 말은 아닌 듯 하다. 다른 사람들이 인정할 수 있는 성적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롯데 '안경 에이스' 박세웅(27)에게는 올 시즌 목표가 한 가지 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선발되는 것이다. 도쿄 올림픽 대표팀 일원으로 참가했지만 좋지 못한 결과를 낸 것에 대단히 큰 아쉬움을 갖고 있다. 아시안게임에서 모자랐던 것을 채우고 픈 마음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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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세웅의 목표는 와일드 카드로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뽑히는 것이다. 하지만 목표를 소리 내어 말하지 않기로 했다. 욕심이 부담으로 작용하는 경험을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사진=김영구 기자 |
대표팀 승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와일드 카드로 뽑힐 가능성은 남아 있다.
그러기 위해선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실력을 입증해야 한다. 이번 대표팀은 그 어느 때 보다 공정성에 신경을 많이 쓸 예정이다. 박세웅이 와일드 카드로 선정될 정도의 성적을 내야만 대표팀 발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압도적인 성적이 필요한 시즌이라고 할 수 있다.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정도의 실력으로 대표팀에 꼭 필요한 선수임을 입증 받아야 한다.
큰 목표를 삼았지만 그 목표에 휘둘릴 생각은 없다. 지난 해 실패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박세웅은 "지난 해 초반에 페이스가 좋을 때 너무 욕심을 냈던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마인드 컨트롤이 잘 돼야 했는데 그 부분이 잘 되지 않았다. 그래서 초반이 좋지 못했다. 과욕을 부렸던 시기가 아니었다면 시즌 성적도 좀 더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잘하려고 애쓰다 망치지 말고 내 야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세웅은 지난 해 4월과 5월에 극도로 부진했다.
4월 평균 자책점은 5.19나 됐고 5월에도 4.70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돌이켜 보면 도쿄 올림픽 승선에 대한 의욕이 너무 강했던 시기였다고도 할 수 있다. 많은 준비를 했고 좋은 페이스를 갖고 있었음에도 성적은 반대로 갔다.
그 시기를 지난 뒤 박세웅은 반전을 만들어냈다. 6월 이후 성적 상승을 이뤄내며 성공적인 시즌을 지낼 수 있었다.
그러나 9월 이후 다시 부진했다. 10승에 대한 욕심이 또 한 번 여진을 만들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10승을 앞두고 3연패의 짧은 슬럼프를 겪은 바 있다.
올 시즌에는 마인드 컨트롤을 제대로 해야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이유다. 외부적인 요소 때문에 좋지 못한 결과를 내는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와일드 카드에 대해서도 말을 아끼는 이유다. 목표가 될 수는 있지만 그 목표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뜻이 강하다.
박세웅은 "와일드 카드에 대해선 내가 이야기할 부분이 없는 것 같다. 내 성적이 와일드 카드에 어울린다면 선택을 받을 수 있겠지만 보통 성적으로는 될 일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렇다고 가진 것 이상을 보여주기 위해 오버 하지 않을 생각이다. 심리적으로 흔들려서 좋지 못한 결과를 냈던 과오를 되풀이 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박세웅은 소리내서 와일드 카드를 언급하지 않았다. 욕심이 눈을 가릴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모든 것은 하늘에 맡기고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에만 충실할 계획이다.
박세웅은 올 시즌 롯데의 에이스 몫을 해내야 한다. 불확실성이 큰 롯데 선발진에서 계산이 서는 선수는 현재까지는 박세웅 한 명 뿐이다.
와일드 카드를 위
박세웅은 롯데를 구해내며 초반 레이스를 이끌 수 있을까. 그것이 가능해진다면 와일드 카드라는 개인 목표도 자연스럽게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