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핑' 발리예바 지켜본 곽민정…"운동 괜히 했나봐요" 울컥

발리예바 연기 4분간 침묵…'중계 보이콧'
"이렇게 마르고 어린 선수가 4회전이라니"

↑ 곽민정 KBS 해설위원, 카밀라 발리예바 / 사진=스타투데이, 연합뉴스

도핑 파문이 불거진 카밀라 발리예바(16·러시아올림픽위원회)의 경기를 지켜본 전 피겨스케이팅 선수 곽민정이 "운동 괜히 했나 보다"라며 착잡한 심경을 드러냈습니다.

곽민정 "약물 사용, 경쟁하는 모든 선수에게 상처"

↑ 남현종 아나운서, 곽민정 KBS 해설위원 / 사진=스타투데이

발리예바는 어제(17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마지막 차례로 경기에 나섰습니다.

발리예바가 연기에 나선 4분 동안 KBS를 포함한 방송 3사 해설진은 일제히 침묵하며 중계 보이콧을 이어갔습니다.

발리예바의 연기가 모두 끝난 뒤 곽민정 KBS 해설위원은 "누가 꾸몄고, 누가 잘못했든 간에 책임은 출전 선수가 지는 게 당연하다"라고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곽 해설위원은 "올림픽 무대를 준비하는 기간 동안 노력을 안 하진 않았을 것"이라면서도 "공정하지 못한 편법을 이용해서 정상 자리를 차지하려고 했던 행동에 대해서는 많은 질타를 받아야 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약물 사용은 본인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해당 선수와 경쟁하는 모든 선수에게 상처를 주고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이런 상황을 함께 겪은 다른 선수들에게 안 좋은 기억을 준다"라고 꼬집었습니다.

↑ 17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 출전해 스핀 연기를 하는 카밀라 발리예바(러시아올림픽위원회) / 사진=연합뉴스

그러면서 울먹이는 목소리로 "이렇게 마르고 어린 선수가 4회전 뛰는 것을 보면 저는 운동 괜히 했나 보다"라고 씁쓸함을 드러냈습니다. 곽 해설위원은 선수 시절 발목 부상으로 제대로 된 점프를 구사할 수 없게 되면서 은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끝으로 "등수와는 무관하다. 결과는 모르겠다. 우리 유영, 김예림 선수의 올림픽 데뷔 무대를 응원하고 축하해 주고 싶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곽 해설위원과 함께 경기를 지켜본 남현종 KBS 캐스터는 "발리예바 뒤에 숨어있는 그들도 책임져야 한다"며 "러시아 선수단을 제외한 전 세계 모든 사람이 4분간의 침묵 속에서 우리가 올림픽에서 지켜야 할 정신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했을 것"이라고 규탄했습니다.

타 방송사의 해설위원들도 대체로 곽 해설위원과 비슷한 반응이었습니다.

SBS의 이호정 해설위원과 이현경 캐스터는 연기가 끝난 후 발리예바가 복용한 약물의 효과를 언급하며 질타를 쏟아냈고, 김해진 MBC 해설위원은 경기가 끝난 후 "해설을 해보려고 했으나 도핑 양성 판정이 나온 선수에게 도저히 해설하기가 쉽지 않았다"라고 일침을 가했습니다.

발리예바, 실수 연발 속 결국 4위…유영·김예림 각각 6위·9위

↑ 17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 출전해 마지막 점프 과제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하는 카밀라 발리예바(러시아올림픽위원회) / 사진=연합뉴스

앞서 지난해 12월 발리예바는 러시아선수권대회 약물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습니다. 당초 이번 올림픽 출전 여부가 불투명했으나 스포츠중재재판소(CAS)가 발리예바의 올림픽 출전이 가능하다고 최종 발표하면서 올림픽에 참가하게 됐습니다.

그는 15일 열린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기술점수(TES) 44.51점, 예술점수(PCS) 37.65점으로 합계 82.16점을 받아 1위에 올랐습니다.

그러나 어제 진행된 프리스케이팅 경기에서는 넘어지는 등 잦은 실수를 연발하면서 141.93점에 그쳐 결국 4위로 경기를 마쳤습니다. 해당 점수는 발리예바의 최고 기록이자 세계기록인 185.29점보다 무려 40점 이상 낮은 점수입니다.

그 결과 여자 피겨 스케이팅 금메달은 255.95점을 받은 안나 슈체르바코바(러시아올림픽위원회)에게 돌아갔습니다. 은메달은 251.73점의 알렉산드라 트루소바(러시아올림픽위원회)가, 동메달은 233.13점의 사카모토 가오리(일본)가 차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