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요? 정말 좋습니다."
이맘 때 쯤 프로야구 감독들의 인터뷰에선 감정이 잘 들어나지 않는다. 캠프의 성과가 눈에 띄게 나오기는 다소 이른 시점안데다 소화할 만한 질문들은 대부분 이미 답을 한 뒤다. 딱히 물을 것도 말할 것도 없는 시점이다.
딱딱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딱 지금쯤이 크게 할 말도 없고 감정의 변화도 없는 시기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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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찬호가 업그레이드 된 체격을 바탕으로 힘 있는 배팅을 선보이고 있다. 김종국 감독이 설레할 정도로 발전 속도가 빠르다. 사진=김영구 기자 |
그러나 한 선수를 이야기할 때는 전혀 분위기가 달랐다. 목소리 톤이 올라가고 힘이 섞여 있었다. 진심으로 기대를 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바로 박찬호(27) 이야기를 할 ??가 그렇다.
차분하게 질문에 답하던 김 감독은 박찬호의 상태를 묻자 갑자기 큰 목소리로 "정말 좋아졌다. 준비를 잘 해 온 것이 느껴질 정도다. 앞으로 연습 경기 등이 기다려지는 선수다. 실전에서 어느 정도 모습을 보일지 기대가 된다. 그만큼 많은 것을 미리 만들어 왔다"고 말했다.
스프링캠프 시작 전과는 전혀 달라진 뉘앙스다. 박찬호는 슈퍼 루키 김도영과 경쟁을 해야 하는 선수라고만 말했었다. 박찬호에 대한 기대나 바람은 언급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캠프를 진행하며 박찬호에 대한 평가가 바뀌기 시작했다. 이제는 새로운 기대를 걸어봐도 좋을 선수라는 판단이 든 것으로 보인다.
박찬호의 약점은 타격이다. 준수한 수비 능력과 주루 플레이를 갖고 있는 선수지만 타격이 약한 탓에 공격력 면에선 팀에 이렇다 할 도움이 되지 못했다.
하체가 중심이 된 타격을 전혀 하지 못했다. 타격시 몸이 날아 다니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당연히 힘 있는 공에 배트가 밀리기 십상이었다. 상대 투수의 힘 있는 공에는 전혀 대처가 되지 않았다. 박찬호의 패스트볼 공략 타율은 스탯티즈 기준 0.265에 불과했다.
패스트볼에도 약점을 보이니 당연히 변화구도 잘 치지 못했다. 특히 바깥쪽으로 흘러 나가는 변화구를 유독 못쳤다. 박찬호의 슬라이더 공략 타율은 0.231에 불과했다.
그런 박찬호가 조금씩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단 체구가 커졌다. 비 활동 기간 동안 6kg을 늘렸다. 살이 찐 것이 아니라 근육이 붙은 것이었다.
자연스럽게 타석에서의 파워가 붙기 시작했다. 하체부터 차분히 타격을 시작하는 이상적인 폼으로도 몸이 공을 버텨낼 수 있게 됐다.
붕~붕 날아다니듯 공을 치던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실전에 들어가게 되면 또 어떤 변화가 생길지 알 수 없지만 현재 단계에선 타격 능력이 업그레이드 될 수 있다는 기대를 품게 하고 있다.
타격이 어느 정도 갖춰지기만 한다면 박찬호는 자리를 위협받을 수준의 선수가 아니다. 김도영에 대한 기대와는 또 다른 측면에서 팀 전력에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타격이 되는 박찬호는 KIA 입장에서 더 없이 반가운 존재다. 없던
박찬호는 훈련 기간에 보여준 업그레이드 된 타격을 실전까지 이어갈 수 있을까. 다음 달부터 시작 될 KIA의 연습 경기와 시범 경기를 유심히 살펴야 할 또 하나의 이유가 생겼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