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호(37)은 4년 전 FA로 삼성으로 이적할 때 "젊은 투수들의 성장을 돕겠다"고 했었다.
4년이 흘러 올 시즌을 앞두고 재계약을 할 때도 "내게 4년 계약을 제안한 이유가 다 있다고 생각한다. 젊은 투수들이 잘 클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투수를 가르치는 것은 투수 코치다. 그런에 왜 포수가 투수의 성장을 돕는다고 말하는 것일까.
↑ 삼성 강민호는 세 번째 FA 계약을 한 선수다. 젊은 투수의 성장을 도와달라는 구단의 의지가 크게 반영돼 있다. 사진=김영구 기자 |
투수를 기술적으로 성장 시키는 것은 당연히 투수 코치가 할 일이다. 강민호가 나서서 투수들의 투구 폼에 손을 댄다거나 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강민호는 철저하게 공을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투수를 평가한다.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다.
피칭 디자인이라는 말이 있다. 투수가 갖고 있는 구종이나 로케이션을 상황에 맞춰 잘 활용하게 되면 단순히 변화구를 던지는 것 이상의 결과를 낼 수 있다는 뜻이다.
그 투수에게 가장 적합한 변화구나 볼 배합, 공의 로케이션을 찾아내 투수의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포수가 할 일이다.
그런 관점에서 포수는 분명 투수를 키울 수 있는 조건을 갖추게 된다.
SK(현 SSG) 시절 김성근 당시 SK 감독은 포수 박경완에게 고효준 전병두 등을 맡기며 "투수로 함 번 만들어 보라"는 오더를 내린 바 있다.
이들은 공은 무척 빨랐지만 제구가 제대로 잡히지 않는다는 약점이 있었다.
당시 박경완은 이 투수들이 좋지 않은 제구력으로도 버틸 수 있는 볼 배합과 변화구 구사 비율 조정 등을 하며 투수로서 능력을 업그레이드 시켰다.
단점을 고치려는 노력은 투수 코치가 했고 박경완은 이들의 장점을 살리는 볼 배합으로 마운드에서의 노하우과 타자 상대요령을 깨닫게 했다.
올 시즌 삼성에 꼭 필요한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삼성은 최채흥 최지광의 군 입대와 심창민의 트레이드로 투수력에 큰 구멍이 생겼다. 이 빈 자리를 최충연과 양창섭 등 젊은 투수들이 메워줘야 한다.
아직 힘을 앞세우고 있는 투수들이다. 마운드에서의 안정감과 경험은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이들을 투수로 만들어 줄 선수가 바로 포수 강민호다. 이들이 갖고 있는 장점을 살려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 그가 할 일이다.
그런 경험이 쌓이다
투수 성장 못지 않게 포수 진용을 갖추는데 공을 들였던 삼성의 겨울이다. 과연 "좋은 포수가 좋은 투수를 만든다"는 속설은 이번에도 통할 수 있을까.
강민호의 어깨가 그 어느 때 보다 무거워졌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