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높이뛰기 우상혁, 시즌 세계최고기록 펄펄
남자 마라톤 오주한, 최근 2년 실적없어 퇴출위기
2019년 아시아선수권 ‘노메달’ 불명예 씻으려나
남자 높이뛰기 우상혁(26‧국군체육부대)의 시즌 세계최고기록 수립, 케냐 귀화 남자 마라토너 오주한(34‧충남 청양군청)의 소속팀 퇴출 위기. 7개월 뒤 열릴 제19회 아시안게임(9월 10~25일‧중국 항저우)을 앞두고 한국육상에 명암이 엇갈렸다.
우상혁은 지난 6일 체코 후스토페체에서 열린 국제육상연맹 실내 높이뛰기대회에서 2m36의 한국 신기록과 함께 올 시즌 세계 최고 기록을 수립했다. 육상 트랙, 필드 경기에서 한국 선수가 시즌 세계 최고 기록을 세운 것은 1945년 대한육상연맹이 출범한 이후 처음이다. 그러나 2시간 5분 13초의 세계 정상급 기록 보유자인 남자 마라톤의 오주한은 최근 2년간 이렇다 할 실적이 없어 지난 1월부터 급여가 끊기는 등 퇴출 위기에 놓였다. 한국육상 두 대들보의 빛과 그림자가 분명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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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상혁이 지난 6일 체코 후스토페체 국제실내 높이뛰기대회 남자부에서 2m36의 시즌 세계최고기록으로 우승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대한육상경기연맹 제공 |
현재 독일에 머물며 유럽에서 열리는 각종 국제육상대회에 참가하고 있는 우상혁은 이날 2m 16부터 시작해 2m 34까지 성공시킨 뒤 자신의 최고 기록보다 1cm 높은 2m36에 도전, 두 번을 실패했으나 3차 시기에서 사뿐히 뛰어넘어 6개월 만에 자신의 한국기록을 경신하면서 우승의 영예도 안았다. 2위는 미국의 주 본 해리슨(2m32). 우상혁은 작년 8월 도쿄올림픽에서 2m35를 뛰어 1994년 이진택이 수립한 한국기록 2m34를 27년 만에 경신했었다. 우상혁은 일리야 이바뉴크(러시아)가 세운 남자 높이뛰기 올 시즌 실내 기록(2m29)도 갈아치웠다. 하지만 쿠바의 하비에르 소토마요르가 보유한 실내 세계기록 2m43에는 미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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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상혁이 우승한 체코 후스토페체 국제실내 높이뛰기대회 남자부 경기 기록지. 맨 위에 우상혁의 이름이 있다. 사진=대한육상경기연맹 제공 |
우상혁이 작년 도쿄올림픽 남자 높이뛰기에서 기록한 4위 역시 올림픽 사상 트랙 필드 종목 최고의 성적이었다. 우상혁은 오는 7월 미국 유진에서 열릴 세계육상선수권대회와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 정상 도약을 꿈꾸고 있다. 현재의 추세라면 9월 항저우아시안게임 우승도 가능하다. 한국육상은 2019년 4월 제23회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카타르 도하)에서 1973년 1회 대회 이후 처음으로 ‘노메달’의 수모를 당했었다. 43개 종목에 걸려있는 129개의 메달 가운데 단 1개도 따지 못하는 불명예를 감수해야 했다.
우상혁의 오늘이 있기까지는 김도균(43) 코치의 뛰어난 지도력이 뒷받침됐다는 평가다. 2018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 100m 허들 우승자 정혜림(35)의 남편이기도 한 김 코치는 남자 장대높이뛰기 국가대표 진민섭(30‧충주시청)도 지도하고 있다.
청양군청, 1월부터 오주한 급여 지급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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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주한(오른쪽)이 태극기가 걸려있는 케냐의 자택 거실에서 두 자녀와 단란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오주한 제공 |
2008년 20세 때 마라톤에 데뷔한 오주한은 2011년 케냐 뭄바사 마라톤에서 우승하면서 백석대 오창석 교수(당시 49세‧2021년 작고)의 눈에 띄어 발탁됐고 그해 10월 경주 동아국제마라톤에서 2시간9분23초로 우승했다. 오주한은 이어 2012년부터 4회 연속 서울과 경주의 동아국제마라톤에서 우승했고 2015년 청양군청 육상단에 입단했으며 2018년 8월 우여곡절 끝에 어렵사리 귀화에 성공했다. 이름을 오주한(吳走韓)으로 개명한 것도 스승 오창석 교수의 성(姓)에 ‘한국을 위해 달린다’의미의 ‘주한’으로 한 것이다.
2016년 3월 서울국제마라톤에서 2시간5분13초로 우승, 그해 세계랭킹 8위에 오른 오주한은 2018년 3월 서울국제마라톤에서도 2시간6분57초로 1위에 올라 한국에서만 모두 7번의 마라톤 우승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오주한의 전성기는 여기까지였다. 2016년부터 한국 귀화를 추진했던 오주한은 일부 육상인을 포함한 체육인들의 반대로 어려움을 겪었고, 여기에 발바닥 부상까지 겹쳐 더 이상 기록을 단축하지 못했다. 2020 도쿄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을 겸한 2019년 경주 동아국제마라톤에서 2시간8분22초로 올림픽 참가 기준기록(2시간11분30초)을 통과하며 2위를 기록한 것이 그나마 다행일 정도였다.
이후 오창석 교수와 함께 케냐로 돌아가 발바닥 부상 치료와 재활훈련을 병행했으나 코로나19의 여파로 도쿄올림픽이 1년 연기돼 2020년을 무의미하게 보낸 뒤 2021년 5월에는 아버지처럼 따르던 스승 오 교수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 훈련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었다. 오주한은 도쿄올림픽 폐막일인 작년 8월 8일 태극마크를 달고 남자마라톤경기에 나섰으나 13.6km 지점에서 기권했고 11월 28일의 프랑스 라로셀마라톤에도 참가 신청만 하고 불참해 주위의 실망을 샀다. 또 지자체가 중요하게 여기는 전국체전 참가마저 외면, 청양군의 불만을 자초했다. 청양군은 2015년 연봉 6000만 원에 입단한 오주한의 기량을 감안, 2019년 연봉을 8000만 원으로 올려주었는데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올들어 급여 지급을 보류하고 훈련비만 계좌 이체했다는 것이다.. 청양군 관계자는 “오주한에 대한 급여 지급은 전국체전 등에서 충남과 청양을 홍보하고 국제대회에서도 한국 마라톤의 위상 제고를 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 계약을 해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체육회·육상연맹 ‘나 몰라라’ 행태도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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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주한(오른쪽)이 지난달부터 케냐에서 전지훈련을 하는 청양군청 소속 육상 장거리 선수 민진홍과 자택 정원에서 포즈를 취했다. 사진=오주한 제공 |
이종세(용인대 객원교수·전 동아일보 체육부장)[ⓒ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