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人사이드'는 긍정적인 면을 바라보고, 사회를 향한 메시지를 찾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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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까지 황대헌(23)이었다면, 오늘은 최민정(24)이다.
최민정은 오늘(11일) 오후 8시 시작하는 베이징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에 결선에 출전한다. 올 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1,000m에선 무릎 부상에서 복귀한 3차 대회에서 은메달, 4차 대회에선 금메달을 따내 세계 랭킹 3위에 올라 있다.
최민정은 앞서 500m에서 예기치 않게 미끄러지며 탈락해 눈물을 흘린 바 있어 1,000m에 임하는 각오가 남다르다. 여기에 대회 초반 핫이슈로 떠오른 ‘중국 변수’까지 있어 새로운 작전을 구상 중인 듯 하다. 어제 최종 훈련을 마치고 ‘힌트’를 줬다.
“세부적인 작전을 공개하진 못하지만, 안전하게 레이스를 치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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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하게 레이스를 하겠다’는 건, 1)황대헌처럼, 처음부터 선두로 치고 나가 각종 변수를 원천봉쇄하거나 2)그제 3,000m 계주 때처럼, 더 많은 운동량을 요구하는 아웃 코스 공략이 예상된다. 두 가지 모두 최민정이 강철 체력과 압도적인 경기력을 갖고 있는데다 지독한 승부사이기에 가능한 시나리오다.
최민정은 앞서 4년 전, 평창올림픽 때도 ‘작전 수정’으로 금메달을 획득한 바 있다. 당시 500m 결승에서 킴 부탱(캐나다)을 추월하다가 손으로 무릎을 건드렸다는 이유로 임페딩 반칙 판정을 받고 실격돼 울먹였는데, 이후 새 작전을 들고 나와 2관왕(개인 1,500m, 단체 3,000m)에 올랐다. 손을 쓰지 않는 ‘뒷짐 레이스’와 신기에 가까운 아웃 코스 주행을 펼쳤다.
최민정은 이와 관련해 MBN 스포츠 전문 토크쇼 ‘스포츠야’에 출연해 자세하게 털어놓은 바 있다.
최민정은 2018년 평창올림픽 500m에서 ‘손’ 때문에 실격당한 뒤부터 지금까지는 같은 반칙으로 실격당한 적이 없다고 했다.
“아무래도 손을 짚거나 손을 흔드는 동작을 통해 추진력을 얻고, 원심력을 버티는 힘을 더 잘 이겨낼 수 있는데 (뒷짐을 지면)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제약이 생길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페널티를 받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제약이 조금 있더라도 최대한 안전한 방향으로 가려고 한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그 때 받았던 실격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된 것 같아서, 긍정적으로 생각하자면 그것도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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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정은 대표팀에선 남녀 통틀어서도 ‘체력왕’으로 불릴 정도다. 본인은 손사래치지만.
“국가대표에 뽑힌 첫 시즌 때 단체로 체력 훈련을 한 적이 있었는데, 크로스 컨트리로 산을 1시간 넘게 뛰는 코스가 있었다. 저는 첫 해고 막내다보니 긴장을 한데다 코치 선생님들이 ‘무조건 계속 뛰라’로 해서 그 말만 듣고 엄청 열심히 뛰었다. 그런데, 다른 선수들은 조금씩 걷더라. 그래서 3등 안에 들어오게 돼서 그 뒤로 (체력왕) 그런 말들이 나왔다. 이 자리를 빌어서 해명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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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정이 지금까지 각종 시니어 국제무대에서 24개의 금메달을 따낼 수 있었던 건 좀처럼 만족을 모르는 스케이터여서이지 않을까 싶다.
“훈련이나 경기하면서 만족했던 적이 거의 없다. 그런 게 계속 운동을 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인 것 같다. 선수 생활하면서 크게 만족한 적이 크게 없다. 잘했던 것은 금방 잊고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항상 있다. 은메달, 동메달 또는 성적이 안 좋았을 때는 ‘조금 더 잘했으면 좋은 성적이 나왔을 텐데’ 그런 쪽으로 생각을 한다. 대회에 출전했을 때 ‘후회 없이 준비했지?’라고 물어보면,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을 정도로 항상 그렇게 준비를 한다.”
자나깨나 스케이팅 생각만 하는 최민정은 별다른 취미도 없다고 했다. 스케이팅 말고 다른 데는 소질이 없다고 했다. 그럼, 누구에게 의지할까. 바로 동생 ‘옹심이’라고 한다.
“제가 친언니랑 동생이 있는데, 동생은 저희 집 애완견인 옹심이라고 푸들이다. 제가 힘들거나 시합을 앞두고 있을 때는 항상 어머니께서 옹심이 사진을 보내주시는데, 그럴 때 마다 힘이 많이 된다. 작년에 오랜만에 뛰었던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할 수 있었던 데는 옹심이 영향이 컸다. 30~40% 정도 영향을 끼쳤다. 다른 취미생활 같은 걸 해보면, 주위에서 ‘넌 그냥 쇼트트랙 하길 잘했다, 쇼트트랙에 집중해라’ 이런 말을 한다. 그래서 운동하는 동안에는 쇼트트랙에 집중해야 할 것 같다.”
최민정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포커페이스’다. 2002년의 홍명보처럼,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는 일이 없다. 대중 앞에서 활짝 웃는 모습을 보여준 건 평창올림픽 때 1,500m에서 금메달 따고 나서다.
“솔직히 (평창올림픽도) 다른 대회랑 똑같이 1등으로 들어왔다는 그런 느낌이 들었는데, 끝나고 나서 찍힌 사진을 보니깐 제가 많이 웃고 있더라. 스스로 생각한 것보다 금메달 따고 ‘많이 기뻐했구나’ 이런 생각을 했다. 가장 힘들게 준비한 대회였고, 제일 오랫동안 기다려 왔던 결과를 얻게 되어서 그만큼 기쁨도 컸던 것 같다. 사실 평소에 잘 웃고 밝은 성격인데, 중계 화면에선 단편적인 모습이 나오다 보니까 다들 잘 안 웃는다고 오해하는 것 같아서 이번 기회에 그런 오해를 풀려고 한다.”
베이징올림픽에서 웃는 모습을 기대해도 될까.
“올림픽 금메달은 하늘이 내려주는 거니까 크게 욕심 안 부리려고 하는데, 평창올림픽 때 많은 팬이 편지와 메시지 보내는 걸 보면, 저로 인해서 긍정적인 효과를 많이 받으셨다고 한다. 그럴 때면 좋은 성적을 냈을 때보다 더 뿌듯하더라. 그래서 그런 분들한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 또, 저를 보면서 훈련을 하는 선수들이 굉장히 많은데, 그런 선수들한테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4년만에 다시 보는 최민정의 ‘금메달 웃음’, 오늘 저녁 시작되길 기대한다.
[국영호 기자]
스포츠야 PD : 황현욱·이만행, AD : 조민지
<2021년 6월 10일 방송된 'MBN 스포츠야’를 참고해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