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 풀린 야생마가 얌전해졌다. 키움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은 야시엘 푸이그(32)는 ‘팀’과 ‘우승’을 강조했다.
푸이그가 키움맨으로 출발했다. 지난 3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푸이그는 키움의 스프링캠프지인 전남 고흥에서 자가격리에 돌입해 10일 정오에 해제됐다.
격리가 풀린 뒤 푸이그는 바로 키움 선수단이 훈련 중인 고흥 거금야구장을 찾았다. 키움 트레이닝복과 모자를 착용한 상태였다. 곧바로 훈련에 합류해 키움의 일원으로 행보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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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움 히어로즈 선수단이 10일 전남 고흥 거금야구장에 차려진 스프링캠프에서 훈련을 가졌다. 푸이그가 외야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고흥)=김영구 기자 |
푸이그는 “팀에 합류해서 빨리 팀원들하고 훈련하고 싶었고, 자가격리 중 개인훈련도 지루했고, 운동량도 만족할 수준이 아니어서 자원해서 합류했다”고 말했다.
물론 지난 3일부터 몸을 만든 동료들처럼 훈련을 100% 소화한 건 아니었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오늘 푸이그 컨디션을 봤는데 잘 준비한 듯하다. 특히 의욕적이고, 적극적인 모습은 보기 좋았다”면서도 “오랜만에 단체훈련인데 너무 열심히 해서 일찍 보냈다. 앞으로 한국 문화적인 부분, 팀 적응, 컨디션을 중점적으로 관리해주겠다”고 말했다.
푸이그의 표정은 밝았다. 오랜만에 소화한 팀 훈련에 만족스러운 눈치였다. 그는 “팀원들하고 훈련할 수 있어서 재밌고 행복했다. 훈련 중에 재밌는 장난쳤고 내일도 기대된다. 훈련 준비는 잘하겠다”고 의욕적으로 말했다.
키움과 계약한 후, 또 훈련 전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도 ‘우승’이라는 목표를 내세웠던 푸이그다. 푸이그는 키움에 녹아들기 위해 노력했다.
키움이 이번 스프링캠프에서부터 도입한 ‘공으로 공치기’ 훈련도 처음에는 낯선 듯한 반응이었지만, 이내 동료들처럼 빠져들었다.
특히 국내 최강 외야진을 구축하게 될 주장 이용규(36) 키움 간판 이정후(24)와는 오래전부터 알던 사이처럼 함께 훈련을 소화했다.
푸이그는 “이용규, 이정후랑 얘기 많이 했다. 훈련 와중에 이런저런 얘기 했고, 외야 수비 훈련을 할 때 코치가 펑고 치기 전 야수들이 소리를 지르며 받는 부분은 미국에서 경험하지 못했는데, 한국에서는 어떻게 해야 한다는 부분을 확실히 알았다”고 말했다.
특히 키움 간판 타자로 중심타선을 함께 해야 할 이정후에 대해서는 “배트 스윙이나, 수비 모두 좋은 선수라는 걸 확실히 알았다”며 “이정후가 나를 많이 도와줄 것이고, 나도 이정후를 많이 도와줄 것이다. 서로 도우다보면 팀이 잘 될 것이고, 우리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물론 푸이그에 대한 시선이 우호적인 것은 아니다. 메이저리그 시절 워낙 돌출행동으로 유명해 ‘악동’ 이미지가 강한 푸이그다. 야생마라는 별명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푸이그의 성격과 관련이 있다.
푸이그도 자신의 이미지를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과거의 푸이그는 잊어달라. 이제 키움에서 새로운 푸이그를 보여드리겠다. 더욱 성숙한 모습을 팬들께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다.
타선의 중심을 잡아줘야 할 푸이그가 팀 케미스트리를 견고히 하는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얌전해져야 한다는 게 야구계의 지배적 시각이다. 푸이그도 앞서 사구나 벤치클리어링과 관련한 질문에는 “나는 가만 있을 것이다. 사구가 나오면 그냥 1루로 가서 2루 도루를 시도하겠다”고 잘라
달라진 푸이그는 분명 키움에겐 플러스 요인이다.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한국시리즈 우승 이력이 없는 팀이 키움이다. ‘성숙함’을 약속한 푸이그가 우승 청부사 노릇을 한다면, 키움의 대권 꿈도 현실이 될 수 있다. 푸이그의 약속을 주목해야 할 이유다.
[고흥=안준철 MK스포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