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받을 선수니까 두려워 말라 해줬다."
이호준 LG 신임 타격 코치는 선수들의 기를 살려주는데 특별한 재능을 갖고 있는 지도자다. 선수들과 많은 대화를 통해 신뢰를 쌓고 단점을 지적하기 보다 장점을 살려주는 코칭으로 선수들이 자신감을 갖게 만든다.
LG에서 그 혜택을 가장 먼저 본 선수는 외야수 유망주 이재원(23)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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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 이재원이 이호준 타격 코치로부터 "100억 원을 벌 선수"라는 칭찬을 받았다. 장점을 살리는 이호준식 코칭이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사진=천정환 기자 |
데뷔 이후 가장 많은 62경기에 출장해 타율 0.242 5홈런 17타점을 기록했다.
출루율이 0.316으로 낮았고 장타율은 0.383으로 갖고 있는 재능 만큼의 성과는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인상적인 출발을 보였었다. 8월에는 타율이 0.340이나 됐다. 15경기서 홈런도 2개를 쳤고 찬스에서 임팩트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타격 성적이 계속 떨어졌고 결국 좋은 마무리를 하지는 못했다.
외부에선 이재원이 약점이 발견되며 그 약점을 중점적으로 공략 당한 것이 성적 하락의 이유가 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호준 코치의 처방은 달랐다. 이재원의 마음 속에 먼저 들어갔다. 좋은 재능을 갖고 있지만 계속 위축된 스윙을 한 것이 장점을 살리지 못하는 이유가 됐다고 분석했다.
이 코치는 우선 이재원과 대화를 시도했다. 그 결과 이재원이 많이 위축 돼 있음을 알게 됐다.
이 코치는 "주위에서 하도 "스윙이 너무 크다". "컨택트 능력이 떨어진다". "삼진이 많다"고 하니까 자연스럽게 스윙이 작아지고 맞히는데 급급한 스윙이 되고 말았다고 본다. 스스로 그런 부분에 대단히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장점을 살려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코치가 이재원에게 던진 화두는 "삼진을 두려워 하지 말라"였다. 한국 프로야구를 호령하는 특급 선수들도 한 시즌에 100개 이상의 삼진을 당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코치는 이재원에게 "천하의 이승엽도 시즌을 마치고 나면 삼진이 100개가 넘었다. 네 삼진 숫자가 그리 많은 것이 아니다. 삼진을 당하더라도 그만큼 만회할 수 있는 타격을 보여주면 된다. 넌 100억 원 이상을 벌 수 있는 선수다. 150억짜리 선수인 나성범의 삼진 숫자(155개)를 봐라. 삼진은 좋은 것은 아니지만 그것 때문에 타격의 장점까지 흔들려선 안된다. 네가 거침없이 네 스윙을 하면 위축되는 것은 상대방 배터리다. 나도 현역 시절 삼진을 많이 당했지만 삼진을 두려워한 적은 없었다. 그 결과가 많은 홈런으로 이어졌다. 주위에서 하는 말들 신경 쓰지 말고 네 야구를 하면 된다. 충분히 할 수 있는 선수"라는 조언을 해줬다.
이 코치는 "이재원은 정말 재능이 많은 선수다. 그런 파워는 하늘에서 내려준 것이다. 그 파워를 다 쓸 필요도 없다. 80%의 힘 만으로 쳐도 충분히 많은 홈런을 기록할 수 있는 선수다. LG 외야가 워낙 경쟁이 심하다 보니 기회를 얻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많지 않은 기회가 왔을 때 자기 스윙도 못 해보고 돌아서면 너무 아깝지 않은가. 기회가 많지는 않겠지만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한다. 찬스에서 자기 스윙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내가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타석에서 이재
이재원은 이전과는 다른 처방전을 손에 쥐게 됐다. 마음껏 스윙하고 돌아 오라는 코치의 지원을 받게 됐다. 달라진 조언은 이재원의 재능을 끌어낼 수 있을까.
기회가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그 기회가 더욱 소중해 보인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